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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사례분석]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성립: 보호·감독 관계의 인정과 사과 문자의 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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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성립: 보호·감독 관계의 인정과 사과 문자의 증명력
[사례분석]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성립: 보호·감독 관계의 인정과 사과 문자의 증명력


<핵심 요약>

직장 고위 임원이 승진 축하 회식 자리에서 신입 직원의 어깨와 허리를 쓰다듬은 사건이다. 쟁점은 그 접촉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의 보호·감독 관계에서 위력으로 한 추행에 해당하는지였다. CCTV 영상과 사과 문자, 사내 징계 자료가 지위 격차와 범행 정황을 뒷받침하여 업무상위력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승진 축하 회식에서 벌어진 신체 접촉의 경위

 

가해자는 직장 내 고위직 임원이었고 피해자는 그 조직에 갓 들어온 신입 직원이었는데, 사건은 가해자의 승진을 축하하는 회식 자리에서 벌어졌다. 가해자는 식사 중이던 피해자의 옆으로 다가와 얼굴을 밀착시킨 채 어깨와 허리, 옆구리를 차례로 쓰다듬고 뽀뽀를 해 달라는 발언까지 하였다. 그 행위로 피해자는 극심한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벌어진 상사의 행위에 당황한 피해자는 즉시 저항하거나 항의하지 못하였고, 행위가 멈추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건 당일 그 회식 자리를 벗어나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후회는 사건 이후에도 이어졌다. 피해자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법률 조력을 구하였다.

 

고소에 앞서 추행 당시의 CCTV 영상과 범행을 인정하는 가해자의 문자 내역, 심리 상담 기록과 회사에 제출한 신고서가 확보되었다. 사건 진행 중에는 가해자에 대한 사내 징계 위원회가 열려 해고 처분이 내려졌고, 그에 따른 징계 결과 통지서도 함께 확보되었다. 수사기관은 이 자료들을 토대로 업무상위력추행 혐의를 인정하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2. 위력에 의한 추행의 성립을 가른 네 가지 다툼

 

  • 가. 고위 임원과 신입 직원의 관계가 보호·감독 관계에 드는지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한다. 가해자는 회사 내 고위직 임원이었고 피해자는 신입 직원이었으므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 조문이 말하는 보호·감독 관계에 드는지가 성립의 첫 요건이 되었다.

 

  • 나. 지위와 위계가 위력에 해당하는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반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위계 또는 위력을 수단으로 한다. 이 사건에서는 직무상 우월한 지위와 조직 내 위계가 그 위력에 해당하는지가 다투어졌다. 어깨와 허리를 쓰다듬은 행위가 조문이 말하는 추행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가려야 했다.

 

  • 다. Q: 회식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왜 거절이나 저항이 어려워지는가?

    피해자는 가해자가 회사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 향후 업무상의 불이익을 우려하였고, 그만큼 의사 표현에 제약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가해자가 겉으로는 업무적인 대화를 이어가며 상사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신체 접촉을 시도하였다는 점도 심리적 혼란을 키웠다.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사정이 위력의 인정과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 라. 사과 문자와 징계 처분 자료가 형사절차에서 갖는 증명력

    가해자는 사내 징계 위원회를 통해 해고 처분을 받은 뒤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가 사실상 범행을 인정하는 정황인지, 그리고 사내 징계 결과 통지서가 형사절차에서 어떤 자료가 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두 자료는 모두 직접증거가 아니어서 정황증거로서 얼마만큼의 증명력을 갖는지를 따져야 했다.
     

3. 보호·감독 관계와 정황증거에 관한 법리

 

  • 가.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는 사실상 그 상황에 있는 사람도 든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은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정한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의 범위를 밝혔다. 같은 판결은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그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고위 임원과 신입 직원은 직장 안에서 지휘·감독이 실제로 작동하는 관계이므로 이 요건에 든다.

 

  • 나. 위력은 무형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9872 판결은 이 죄에서 위력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때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다. Q: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항의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진술의 증명력을 떨어뜨리는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보았고, 그 근거로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을 들었다. 같은 판결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판결은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를 들었다. 같은 판결은 그러한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고 보았다.

 

  • 라. 정황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정한다. 같은 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정하므로, 직접증거가 아닌 자료도 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가해자가 해고 처분을 받은 뒤 보낸 미안하다는 문자와 사내 징계 결과 통지서는 위력 관계와 범행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출되었고,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호에 따라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였다. 이 사건 당시 같은 호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정하였고, 그 밖의 경우에는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기록만 송부하였다. 2026년 9월 29일 공포된 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997호)이 10월 2일 시행되면서 제26조의2가 신설되어, 지금은 사법경찰관이 성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혐의 판단과 관계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하고 혐의에 대한 판단은 송치와 함께 검사에게 보내는 의견으로 남는다. 송치 조문도 같은 날 시행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857호)로 제245조의5 제1항 제1호가 되었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0. 16 .>

 

②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추행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0. 16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의 2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26. 9. 29.]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등)

 

① 사법경찰관은 고소ㆍ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개정 2026.8.4>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2.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② 사법경찰관은 제1항 각 호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생성한 문서와 기록 및 입수한 자료 등의 목록을 작성하여 관계 서류 및 증거물 등과 함께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신설 2026.8.4>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전문개정 2007. 6. 1.]

 

형사소송법 제308조 (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국가 등의 책무)

 

① 국가기관등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성평등 실현을 위하여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책무를 진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

 

판시사항

[1]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관한 처벌 규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에서 정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위 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의미 및 위력으로써 추행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편의점 업주인 피고인이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甲을 채용을 빌미로 불러내 면접을 한 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여 甲의 성기를 만지고 甲에게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고 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甲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甲을 추행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관한 처벌 규정인데, 제1항에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는 직장 안에서 보호 또는 감독을 받거나 사실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리고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다. 위력으로써 추행하였는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모습,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편의점 업주인 피고인이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甲을 채용을 빌미로 불러내 면접을 한 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여 甲의 성기를 만지고 甲에게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고 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甲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甲을 추행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9872 판결

 

판시사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의 의미와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하는지 여부(적극) 및 위 죄에서 ‘추행’의 의미

 

판결이유 발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서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때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최근 작성일시: 2026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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