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
  • 성범죄
  • 178. [사례분석] 논문 심사권을 이용한 업무상 위력 간음·추행: 위력의 성립과 소극적 대응의 의미
전체 목록 보기

네플라 위키는 변호사, 판사, 검사, 법학교수, 법학박사인증된 법률 전문가가 작성합니다.

178.

[사례분석] 논문 심사권을 이용한 업무상 위력 간음·추행: 위력의 성립과 소극적 대응의 의미

  • 공유하기
  • 새 탭 열기
  • 작성 이력 보기

생성자
기여자
[사례분석] 논문 심사권을 이용한 업무상 위력 간음·추행: 위력의 성립과 소극적 대응의 의미
[사례분석] 논문 심사권을 이용한 업무상 위력 간음·추행: 위력의 성립과 소극적 대응의 의미


<핵심 요약>

석사 논문 심사 권한을 쥔 지도교수가 연구 미팅을 빌미로 대학원생을 불러내 강간을 반복한 사건이다. 논문 프로젝트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통보가 업무상 위력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소극적 대응을 동의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두 사람의 연락이 연구 업무에 그쳤다는 정황이 정리되면서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지도교수의 논문 심사 권한과 고소에 이른 경위

 

피해자는 석사 학위 취득을 앞둔 대학원생이었고, 가해자는 피해자의 논문 심사와 학위 취득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도교수였다. 두 사람은 주 1~2회 연구 미팅을 이어 왔는데, 어느 시점부터 가해자가 피해자의 손을 잡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신체 접촉을 시작하였다. 이어 가해자가 이성적 호감을 고백하자 피해자는 두 사람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라고 밝히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거절 이후 가해자의 태도는 달라졌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논문 프로젝트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통보하였고, 피해자는 요구를 거부하면 연구와 논문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그 뒤 가해자는 연구 미팅을 빌미로 피해자를 방으로 불러내 강간을 반복하였다.

 

피해자는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학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였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을 만큼 한계에 이른 피해자는 졸업이 늦어지더라도 지도교수를 변경하기로 결심하고 형사 고소에 이르렀다. 가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2. 위력의 의미와 보호·감독 관계의 판단 기준

 

  • 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가 조문이 정한 보호·감독 관계인지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죄명은 형법 제303조의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다.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자를 처벌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도 업무·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자를 처벌한다. 그러므로 논문 지도와 학위 심사를 매개로 형성된 관계가 조문이 말하는 보호·감독 관계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 나. Q: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고 범행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 갔다면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위력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 가해자가 가장 자주 내세우는 방어 논리여서 쟁점의 중심에 놓인다. 학업이나 근무 관계처럼 평가 권한이 한쪽에 몰려 있으면 관계를 끊는 것이 학위나 자리를 잃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겉으로 드러난 대처만으로 동의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연락의 성격과 피해자가 예상한 불이익의 내용을 함께 살펴, 소극적 대응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 가려야 했다.
     
  • 다. 연구 업무에 그친 연락 내역을 연인 관계의 근거로 볼 수 있는지

    가해자는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점을 들어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연락이 미팅 일정 조율과 논문 관련 업무 대화에 그쳤다면, 연락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연인 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는 대화에 일상 공유나 애칭이 있었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메시지 표현을 고르는 데 들인 조심스러움이 어떤 관계를 보여 주는지가 다투어졌다.
     
  • 라. 업무상 위력 범죄와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의 구별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삼는 범죄이고, 형법 제303조 제1항과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보호·감독 관계에서의 위계 또는 위력을 수단으로 삼는 범죄이다. 지위에서 나오는 압박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범행 수단을 살펴 두 계열 가운데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가려야 한다. 위력과 폭행·협박은 개념적으로 구별되므로, 구체적인 범행 수단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다.
     

3. 무형적 위력의 인정에 적용된 판단 법리

 

  • 가. 논문 심사 권한에서 나온 보호·감독 관계의 인정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두 조항은 관계의 종류를 고용에 한정하지 않지만, 대학원 안의 관계가 실제 보호·감독 관계인지는 지도교수의 구체적인 권한과 영향력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 측은 논문 심사와 장학생 선정 등 학업 전반에 걸친 지도교수의 영향력을 자료로 정리해 보호·감독 관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 나. Q: 저항의 강도가 약했다는 사정은 위력 판단에서 어떻게 평가되는가?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같은 판결은 강간죄의 폭행·협박에 관하여도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까지 요구하지 않으므로(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9872 판결), 저항의 강도만으로 위력의 유무를 가릴 수는 없다.
     
  • 다. 연락 내역의 성격을 통한 연인 관계 주장의 배척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연인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일상 공유나 애칭이 없었고, 미팅 일정 조율과 논문 관련 업무 대화가 전부였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표현을 찾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구한 정황은 두 사람의 관계가 조심스럽고 불편한 것이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되었다. 이러한 자료들은 합의된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정황으로 제시되었고, 담당 수사관은 그 반박을 받아들였다.
     
  • 라. 위력과 폭행·협박의 개념적 구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도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판결은 그렇게 새기더라도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의 구별이 불분명해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과 개념적으로 구별된다고 밝혔다. 위력에는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이 포함되므로, 학위 심사 권한에서 나오는 압박도 이 범주에서 평가된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①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012. 12. 18., 2018. 10. 16 .>

 

②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그 사람을 간음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2018. 10. 16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0. 16 .>

 

② 법률에 따라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추행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0. 16 .>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 및 변경 필요성 /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다(이하 폭행·협박 선행형 관련 판례 법리를 ‘종래의 판례 법리’라 한다).

 

(나)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략)

 

③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위와 같이 정의한다고 하여 위력에 의한 추행죄와 구별이 불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는바, 이는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또는 협박’과 개념적으로 구별된다.

 

(중략)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은 유형력의 대상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폭행·협박은 물론,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중략)

 

(다) 요컨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후략)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9872 판결

 

판시사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에서 ‘위력’의 의미와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하는지 여부(적극) 및 위 죄에서 ‘추행’의 의미

 

판결이유 발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서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때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다(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803 판결 등 참조).

 

(중략)

 

나아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행위의 행태나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최근 작성일시: 2026년 9월 2일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 맨아래로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