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증거의 가치를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 - 자유심증주의
1. 자유심증주의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라고 하여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자유심증주의란 증거의 증명력 평가를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원칙을 말한다. 참고로 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법정증거주의가 있는데, 이는 증거의 증명력을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법률로 정해 놓은 주의를 말한다.
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 평가를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 사실인정의 합리성을 도모함으로써 법정증거주의보다는 실체적 진실발견에 효과적인 제도이다. 즉 법관은 자유심증주의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법률상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구체적으로 타당한 증거가치를 판단하여 사안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2. 자유판단의 주체
증거로서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판단은 법관이 행한다. 자유심증주의는 개별법관의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합의체의 법원에 있어서도 그 구성원인 법관은 각자의 합리적 이성에 의하여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한다. 따라서 합의부 결론과 개별 법관의 심증내용의 차이는 합의체법원구성의 결과일 뿐이고 자유심증주의와는 무관하다.
3. 자유판단의 대상
자유판단의 대상은 증거의 증명력이다. 증명력 판단의 대상이 되는 증거에는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사실에 대한 증거와 자유로운 증명을 요하는 사실에 대한 증거도 포함된다.
참고로 증명력이란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의 실질적 가치 즉 증거가치를 말한다. 이에는 증거의 신용력과 협의의 증명력을 내용으로 하는데 전자는 증거자체가 진실일 가능성을 말하며 후자는 증거가 진정할 것을 전제로 그것이 요증사실의 존재를 인정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
4. '자유판단'의 의미
법관이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서 법률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증거의 취사선택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긴다는 의미이다. 다만 변론의 전취지는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상 자유심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또한 법관은 공판정에 제출된 모든 증거를 빠짐없이 증명력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완전평가의 요청의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ㆍ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ㆍ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9472 판결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 사실인정의 전제로 이루어지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명력에 대한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라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범행의 구체적인 경위,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관계, 피해자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의 진술 등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사실심 법원은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고, 이것이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부합한다. |
5. 자유판단의 기준
가. 사실인정의 합리성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지만 그 자유판단은 사실인정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 사실인정에 있어 보편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관의 심증형성은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나. 논리법칙
논리법칙이란 선험적으로 자명한 사유법칙을 말한다. 즉 일정한 증거로부터 일정한 판단을 도출하고 그 판단을 전제로 하여 다시 다른 판단에 도달하는 전과정에서 모순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계산착오, 개념의 혼동, 판결이유의 모순 등이 있는 경우 논리법칙에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주요부분 증언의 일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다. 경험법칙
경험법칙이란 개별적인 체험의 관찰과 그 귀납적 일반화에 의하여 경험적으로 얻어진 법칙을 말하므로 확실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그 확실성을 검토하여 엄격한 보편타당성이 있는 경험법칙인 자연법칙이나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필연적 경험법칙(예컨대 혈액감정에 의한 친자관계의 부존재)의 경우에는 법관의 심증형성을 구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경험법칙이 사회생활상 개연성 또는 가능성의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를 개연적 경험법칙이라고 하는데, 법관의 심증형성을 구속하지 않는다(예컨대 대낮에 여관에서 나온 남녀의 간음행위).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구속력을 갖기 위한 요건(대판 2018.2.8. 2017도14222) [1]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ㆍ기술ㆍ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한 후 법원에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시료의 채취ㆍ보관ㆍ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ㆍ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 [2] 피고인은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받으면서 투약혐의를 부인하고 소변과 머리카락을 임의로 제출하였는데, 경찰관이 조사실에서 아퀴사인(AccuSign) 시약으로 피고인의 소변에 메트암페타민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하였으나 결과가 음성이었던 점, 경찰관은 그 직후 피고인의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머리카락도 뽑은 후 별다른 봉인 조처 없이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간 점,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되었음에도 그 후 조작ㆍ훼손ㆍ첨가를 막기 위하여 어떠한 조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점,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디엔에이(DNA) 분석 등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가 없는 점 등 피고인으로부터 소변과 머리카락을 채취해 감정하기까지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그 감정 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은데도,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객관적ㆍ과학적인 분석을 필요로 하는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 |
과학적 증거방법의 사실인정에 대한 구속력(대판 2007.5.10, 2007도1950) [1]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 특히,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므로,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함부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목격자 및 비교대상자들이 상호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고,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 [3] DNA분석을 통한 유전자검사 결과는, 충분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감정인이 적절하게 관리ㆍ보존된 감정자료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확립된 표준적인 검사기법을 활용하여 감정을 실행하고 그 결과의 분석이 적정한 절차를 통하여 수행되었음이 인정되는 이상 높은 신뢰성을 지닌다 할 것이고, 특히 유전자형이 다르면 동일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유전자감정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전문지식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범인의 그것과 상이하다는 감정결과는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