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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사례분석] 친족 성폭력의 민사 손해배상: 적극적 손해의 범위와 형사공탁금의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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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친족 성폭력의 민사 손해배상: 적극적 손해의 범위와 형사공탁금의 취급
[사례분석] 친족 성폭력의 민사 손해배상: 적극적 손해의 범위와 형사공탁금의 취급


<핵심 요약>

어린 시절 친오빠에게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형사 유죄가 확정된 뒤 약 20년 만에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정신과 치료비와 형사절차에서 지출한 변호사 선임비용을 적극적 손해로 세우면서, 가해자가 형사절차에서 공탁한 금액을 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가 함께 다투어졌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인정되어 법원은 치료비와 변호사 선임비용, 위자료를 모두 인용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형사 유죄 확정 뒤 약 20년 만에 제기된 청구

 

가해자는 피해자의 친오빠이다. 당시 중학생이던 가해자는 맞벌이 부모가 집에 없는 시간을 이용해 유치원생이던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신체를 만지거나 자신의 성기를 입에 넣게 하였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일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가해자를 피하기 시작하자, 가해자는 피해자가 잠든 사이 방에 들어와 범행을 이어 갔다.

 

피해자는 성인이 된 뒤에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형사 재판을 통해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었으나 정신적 고통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므로, 피해자는 그 피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는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를 가중하여 처벌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강간 등을 별도로 정한다. 민사 청구는 그 형사 확정판결을 전제로 손해의 범위를 다투는 절차였다.

 

2. 손해 항목과 배상액을 가르는 세 갈래

 

  • 가. 치료비와 형사 변호사 선임비용을 손해로 볼 수 있는지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우고,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통상의 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 나눈다. 이 규정은 민법 제763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된다. 정신과 상담과 치료에 든 비용, 형사절차에서 지출한 변호사 선임비용이 각각 불법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하는지가 첫 번째 다툼이었다.

 

  • 나. Q: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은 형사공탁금을 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있는가?

    가해자는 형사사건에서 3,800만 원을 공탁하였으므로 위자료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피해자는 그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았으므로, 공탁의 사실만으로 배상액이 줄어드는지가 두 번째 다툼이 되었다. 형사절차에서 오간 금원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 다. 오래 전의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민법 제751조는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에게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을 지운다. 피해가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반복되었고 약 20년이 지난 뒤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이어지고 있었으므로, 그 기간과 정도를 산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세 번째 다툼이었다.
     

3. 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와 공탁금의 취급

 

  • 가. 형사 확정판결이 민사에서 갖는 지위

    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다39215 판결은 형사판결이 민사재판에서 갖는 증명력을 밝혔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유죄가 확정된 사실을 전제로 손해의 범위를 가릴 때에는 앞서 본 민법 제393조와 그 준용 규정인 민법 제763조가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정신과 상담과 치료에 든 비용은 범행으로 무너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하여 지출된 적극적 손해로서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고, 형사절차에서 지출한 변호사 선임비용도 그 형사절차가 불법행위로 인하여 열린 이상 피해 사실을 다투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평가된다. 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은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신분상·정서상의 우열관계와 가족공동체 안의 억압적 기제로 인하여 피해 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그러한 성적 침해행위가 장기간 고착화되어 은밀하게 반복·계속되기도 하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 나. Q: 손해가 뒤늦게 드러난 경우 청구는 언제까지 가능한가?

    민법 제766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소멸시효를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미성년자가 성폭력·성추행·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은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당시에는 증상의 진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고,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하였다. 위자료의 산정도 같은 사정 위에서 이루어진다. 민법 제751조가 정한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액은 침해의 정도와 기간, 피해자가 놓여 있던 관계, 그 뒤로 이어진 증상을 함께 놓고 정해지므로, 피해가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반복되었고 약 20년이 지난 뒤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정이 그대로 산정의 요소가 된다.

 

  • 다. 형사절차에서 오간 금원의 성격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43922 판결은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 측으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 당시 지급된 금원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같은 판결은 금원을 공탁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는데, 그 사안은 피공탁자가 공탁금을 출급한 경우였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은 경우를 직접 판단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급받은 금원을 전제로 한 법리이므로 수령이 없는 국면에는 그대로 미치지 않는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①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 친족관계인 사람이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ㆍ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한다.

 

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①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 구강ㆍ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2. 성기ㆍ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

 

③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20. 5. 19 .>

 

④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⑤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민법 제763조 (준용규정)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

 

민법 제393조 (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민법 제766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性的)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

<신설 2020. 10. 20 .>

[단순위헌, 2014헌바148, 2018. 8. 30.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766조 제2항 중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대법원 2025. 5. 1. 선고 2021도11938 판결

 

판시사항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제3항에서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또는 준강간행위를 가중처벌하는 취지 /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심리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의 보호법익(=소극적 측면의 성적 자기결정권) /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및 특별한 친족관계나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행한 폭력, 성적 학대나 감시와 통제 등의 점진적·누적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된 피해자에게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3항, 제1항 및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간음한 자를 형법 제297조의 강간한 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또는 준강간행위는 친족관계에서 우러나오는 특별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를 성폭력범죄의 실행에 이용하는 특성이 있어서,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는 반인륜적 범죄이다. 이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피해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가족 제도와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근간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있다.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경우 친족관계 자체에 의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내재하는 신분상·정서상의 우열관계, 친족 간의 부양이나 보호 또는 피보호의 관계에서 나오는 상호 신뢰성·의존성과 경제적 예속의 특성,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족구성원 간 원만한 관계나 가족공동체 유지라는 가치를 우선시하고 그 결과 구성원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억압적 기제가 작동하는 현실, 근친상간에 대한 금기 등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주는 낙인효과와 위축감 등으로 인하여, 성범죄 피해자로서는 그 피해사실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에서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폭력범죄를 가능하게 하였던 가족공동체 내의 구조적 폭력 상태에 묵인·순응한 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으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그러한 성적 침해행위가 가해자의 우월한 영향 아래에서 장기간 고착화되어 은밀하게 반복·계속되기도 하므로,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2] 형법 제299조 준강간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은, 특별한 친족관계나 정신적·경제적 지배·예속관계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행한 폭력, 성적 학대나 감시와 통제 등의 점진적·누적적 영향으로 말미암아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과 결정에 심각한 곤란을 겪으면서 그와 같이 지속된 심리적·정서적 억압 상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여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그에 맞서려는 대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자포자기의 상태에 있었던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한 간음행위 역시 준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다.

 

피고인의 성적 침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는 피고인과의 관계나 구체적인 범행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경위, 계기나 정황, 행위의 내용과 방법, 행위가 반복·계속된 기간, 피고인과 피해자가 보인 반응의 변화, 피해자의 나이·경험 등 특성,  심리적·정신적 상태, 피해자의 주변 상황과 환경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다39215 판결

 

판시사항

민사재판에 있어서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의 증명력

 

판결요지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판시사항

[1]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및 ‘객관적ㆍ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

 

[2]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나타난 경우,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함에 있어서 법원이 고려할 사항

 

[3] 甲이 초등학교 재학 중 테니스 코치 乙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데, 약 15년 후 甲이 乙과 우연히 마주쳤고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불안, 분노 등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어, 乙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이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은 때 비로소 불법행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ㆍ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2] 성범죄 피해의 영향은 피해자의 나이, 환경, 피해 정도,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양상, 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범죄, 전쟁, 자연재해 등 심각한 외상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정신병리학적 반응으로서, 보통 외상 후 짧게는 1주에서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길게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30년이 걸리기도 하며, 진단기준 이하로 관해(寬解)되었던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증상들이 사건 직후에 발생하더라도 외상 사건으로부터 적어도 6개월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지연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ㆍ심리적ㆍ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3] 甲이 초등학교 재학 중 테니스 코치 乙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데, 약 15년 후 甲이 乙과 우연히 마주쳤고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불안, 분노 등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어, 乙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성폭행 당시 甲의 나이, 乙과의 인적 관계, 甲이 성인이 되어 乙을 우연히 만나기 전과 후에 겪은 정신적 고통의 현저한 차이 및 그에 따른 치료 여부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甲이 성인이 되어 乙을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잠재적ㆍ부동적인 상태에 있었던 손해가 乙을 만나 정신적 고통이 심화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음으로써 객관적ㆍ구체적으로 발생하여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甲이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은 때 비로소 불법행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43922 판결

 

판시사항

[1]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 측으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원의 성격

 

[2] 교통사고의 가해자 측이 피해자의 유족들을 피공탁자로 하여 위로금 명목으로 공탁한 돈을 위 유족들이 출급한 경우, 위 공탁금은 위자료의 성질을 갖고,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의한 보험자의 보상범위에도 속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 측으로부터 합의금을 지급받고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에 그 합의 당시 지급된 금원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점은 가해자가 형사합의금을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형사상의 처벌과 관련하여 금원을 공탁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교통사고의 가해자 측이 피해자의 유족들을 피공탁자로 하여 위로금 명목으로 공탁한 돈을 위 유족들이 출급한 경우, 공탁서상의 위로금이라는 표현은 민사상 손해배상금 중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에 대한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의 소박한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위 공탁금은 민사상 손해배상금의 성질을 갖고,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의한 보험자의 보상범위에도 속한다고 한 사례.

최근 작성일시: 2026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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