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
  • 성범죄
  • 252. [사례분석] 회식 후 귀갓길 준강제추행의 기소: 전면 부인을 반박한 CCTV와 포렌식 검색 기록
전체 목록 보기

이 주제의 전문가를 소개합니다.

네플라 위키는 변호사, 판사, 검사, 법학교수, 법학박사 등 인증된 법률 전문가가 작성합니다.

252.

[사례분석] 회식 후 귀갓길 준강제추행의 기소: 전면 부인을 반박한 CCTV와 포렌식 검색 기록

  • 공유하기
  • 새 탭 열기
  • 작성 이력 보기

생성자
기여자
[사례분석] 회식 후 귀갓길 준강제추행의 기소: 전면 부인을 반박한 CCTV와 포렌식 검색 기록
[사례분석] 회식 후 귀갓길 준강제추행의 기소: 전면 부인을 반박한 CCTV와 포렌식 검색 기록


<핵심 요약>

회식에서 과음한 부하 직원을 부축하던 직장 상사가 귀갓길에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진 뒤 외진 건물로 끌고 들어가 준강제추행으로 신고된 사건이다. 가해자가 모든 행위를 부인하였으므로 추행 사실과 고의를 객관적 정황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포렌식 검색 기록과 주변 건물 CCTV 영상이 부인 진술과 어긋났고, 검찰은 가해자를 준강제추행죄로 불구속 기소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회식 뒤 귀갓길의 추행과 회사의 징계 보류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은 직장의 부하 직원과 상사 사이였다.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념 회식에서 피해자는 팀에 잘 녹아들고 싶은 마음에 주량을 넘겨 과음하였고, 회식이 끝난 뒤 집 방향이 같은 두 사람은 함께 귀가하게 되었다. 가해자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부축하며 길을 걷다가 갑자기 피해자를 돌려세워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졌다.

 

이어 가해자는 피해자를 외진 건물로 끌고 들어갔고, 피해자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계단에서 굴러 골절상을 입었다. 다음 날 피해자는 회사와 경찰에 신고하였고, 경찰은 가해자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가해자의 유죄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보류하겠다며 앞서 밝힌 입장을 번복하였다.

 

가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모든 행위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였다. 검찰 단계에서 피해자 측은 가해자의 진술과 어긋나는 객관적 증거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담은 변호사 의견서를 네 차례 제출하고, 고용노동부 진정도 함께 진행하였다. 검찰은 가해자를 준강제추행죄로 불구속 기소하여 정식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가해자는 피고인의 신분으로 공판을 받게 되었다.

 

2. 전면 부인 속에서 확인되어야 했던 성립 요건

 

  • 가. 만취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형법 제299조의 준강제추행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하는 범죄이다. 피해자는 과음으로 가해자의 부축을 받으며 걷던 상태였으므로, 그 상태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가 적용 죄명의 전제로 확인되어야 하였다. 특히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 만취 상태도 여기에 포함되는지가 판단의 핵심이다.

 

  • 나. Q: 가해자가 모든 행위를 부인하면 무엇으로 그 진술을 반박할 수 있는가?

    가해자는 건물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진술하며 모든 행위를 부인하였다. 그런데 포렌식 결과 역 주변 건물을 검색한 기록이 나왔고, 주변 건물 CCTV에서는 억지로 끌고 가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는 가해자의 진술을 어떻게 평가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 다. 순수한 호의였다는 해명과 추행의 고의

    가해자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순수한 호의로 집에 데려다주려 했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귀갓길에 경찰서가 있었는데도 피해자를 경찰에 인계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평소 친분도 없는 사이였다. 이러한 정황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경위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 라. 회사의 징계 보류와 사내 절차·형사 절차의 관계

    회사는 가해자의 유죄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를 보류하였고, 회사 안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실질적인 분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어떤 조치를 언제 하여야 하는지, 그 조치가 형사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3. 부인 진술의 평가와 사업주 조치의무에 적용된 법리

 

  • 가. Q: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 만취 상태도 항거불능에 해당하는가?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준강간죄의 항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보고,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같은 판결은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술·약물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 판단에서는 음주량과 음주 속도,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피고인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의 반응 등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 나.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은 함부로 배척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피해자 등의 진술이 주요한 부분에서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이 사건에서 건물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가해자의 진술은 역 주변 건물 검색 기록과 주변 건물 CCTV 영상과 어긋났다.

 

  • 다. 추행의 고의는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황으로 증명된다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제298조의 예에 의하도록 하고,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도3061 판결은 어떠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 사정으로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들었다. 같은 판결은 추행의 범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면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귀갓길에 경찰서가 있었는데도 피해자를 인계하지 않은 점, 두 사람이 평소 친분이 없었던 점, 피해자가 타인에게 밀려 넘어져 상해를 입었다는 상해진단서가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되었다.

 

  • 라. 사업주의 조사와 조치는 형사 판결을 기다리지 않는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 등으로 정한다.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은 사업주가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도록 정한다. 제3항은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제4항은 조사 결과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정한다. 제5항은 조사 결과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되, 그 조치 전에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듣도록 정한다. 이처럼 조사와 조사 기간 중의 보호조치는 신고를 받거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요구된다. 제4항·제5항의 조치는 사업주 자신의 조사 결과를 요건으로 하며, 형사 유죄판결은 어느 조치의 요건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7. 11. 28., 2020. 5. 26.>

1. “차별”이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가.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나. 여성 근로자의 임신ㆍ출산ㆍ수유 등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다.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하는 경우

2.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3.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란 현존하는 남녀 간의 고용차별을 없애거나 고용평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특정 성을 우대하는 조치를 말한다.

4. “근로자”란 사업주에게 고용된 사람과 취업할 의사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전문개정 2007. 12. 21.]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해당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⑤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⑥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2.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3.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4.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5. 직업능력 개발 및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6.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ㆍ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

7. 그 밖에 신고를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⑦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업주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전문개정 2017. 11. 28.]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도3061 판결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의 의미 및 어떠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 강제추행죄의 죄수 및 강제추행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폭행 또는 협박 외에 추행행위와 그에 대한 범의가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추행의 범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한 경우, 강제추행죄의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차량 안에서 운전연수를 받던 甲의 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甲의 오른쪽 허벅지를 1회 밀쳐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강제추행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위마다 1개의 범죄가 성립하고, 강제추행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폭행 또는 협박 외에 추행행위 및 그에 대한 범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추행의 범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2] 피고인이 차량 안에서 운전 연수를 받던 甲의 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甲의 오른쪽 허벅지를 1회 밀쳐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운전 연수를 받으며 처음 알게 된 피고인과 甲의 관계, 甲이 피고인에게서 운전 연수를 받던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도 추행행위 해당 여부와 피고인의 추행의 고의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의 대상이 되는데, 甲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피고인이 주먹으로 甲의 오른쪽 허벅지를 1회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렸다고 하면서, 그 이유에 관하여 운전 연수 중 甲이 피고인의 지시대로 운전을 하지 못했을 때 피고인이 화가 나서 때린 것이라고 진술한 점, 피고인이 그 무렵 운전 연수를 받던 甲이나 제3자에 대해 보인 동일한 행위태양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먹으로 甲의 허벅지 부위를 밀친 행위에 대해 피고인의 폭행 가능성 내지 폭행의 고의를 배제한 채 곧바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기는 어려운 점, 甲이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이 甲의 허벅지를 때린 것이 때린 느낌이었는지 甲의 신체에 손을 대고 싶었던 느낌이었는지’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그것까지는 제가 알지 못한다.’고 한 답변에 비추어, 위 범행이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및 당시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할 만큼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행위 해당 여부와 추행의 범의 및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최근 작성일시: 3일 전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 맨아래로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