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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사례분석] 만취 상태의 준강간과 카메라등이용촬영: 뒤늦은 고소의 입증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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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만취 상태의 준강간과 카메라등이용촬영: 뒤늦은 고소의 입증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사례분석] 만취 상태의 준강간과 카메라등이용촬영: 뒤늦은 고소의 입증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핵심 요약>

오래 신뢰하던 이성 친구가 만취한 피해자와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하고 그 모습을 몰래 촬영한 준강간·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이다. 3년 뒤 촬영물이 남아 있다는 제보를 받은 피해자 측은 가해자에게 고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압수영장 집행을 요구하였고, 압수수색과 포렌식 뒤 가해자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다. 검사는 준강간과 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불구속 기소하였고, 함께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7,000만 원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신뢰하던 친구와의 술자리와 3년 뒤 드러난 촬영물

 

피해자에게는 아주 오래 믿고 신뢰해 온 이성 친구가 있었다. 3년 전 피해자는 그 친구와 술을 많이 마셨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만취한 틈을 타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하고 그 모습을 몰래 촬영하였다.

 

잠에서 깬 피해자는 촬영 사실을 모른 채 드문드문 남은 기억으로 해바라기센터에 피해 사실을 상담하였다. 그러나 이미 샤워를 했고 술에 만취해 기억이 없다면 사건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신고를 포기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피해자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촬영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제보를 지인에게서 받았다.

 

피해자는 촬영물 삭제와 준강간 처벌을 함께 원하며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압수수색과 포렌식을 거쳐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고, 가해자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으며 검사는 준강간과 카메라등이용촬영 죄명으로 불구속 구공판 처분을 하였다. 이로써 가해자는 피고인으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되었다. 민사소송에서는 조정 끝에 7,000만 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내려졌다.

 

2. 오래 지난 만취 피해와 촬영물을 둘러싼 쟁점

 

  • 가. 만취해 기억이 드문드문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성관계가 준강간에 해당하는지

    피해자는 가해자와 술을 많이 마신 뒤 만취한 상태에서 동의 없이 성관계를 당하였고, 잠에서 깬 뒤에도 기억이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사건 직후 샤워를 하였고 3년이 지나 물적 증거가 남아 있기 어려웠으므로, 피해자가 당시 형법 제299조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를 어떻게 입증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 나. 피해자 몰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행위의 처벌

    가해자는 성관계 모습을 피해자 몰래 촬영하였고, 그 촬영물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제보가 있었다. 준강간과 별도로 이 촬영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등이용촬영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

 

  • 다. Q: 촬영물이 가해자에게만 있을 때 피해자 측은 어떻게 확보를 요청하는가?

    피해자는 촬영물을 직접 가지고 있지 않았고, 가해자가 고소 사실을 알게 되면 촬영물을 없앨 우려가 있었다. 수사기관이 어떤 요건 아래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지와, 피해자 측이 그 필요성을 언제 어떻게 밝히는지가 문제되었다.

 

  • 라. 형사 절차와 함께 진행한 민사 위자료 청구와 강제조정

    피해자는 형사고소와 함께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조정기일에 형사사건 진행 결과를 들어 위자료 전액 인용을 구하였다. 법원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으로 7,000만 원을 정한 뒤 가해자 측은 합의를 요청하였으므로, 그 결정의 효력과 합의서에 담을 항목이 검토되었다.
     

3. 항거불능 상태의 간음과 촬영물 확보·배상에 관한 법리

 

  • 가.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의 간음은 준강간이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또 같은 판결은 기억형성만 실패한 알코올 블랙아웃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과 구별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음주량과 음주 속도, CCTV나 목격자로 확인되는 당시 상태와 언동,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 등을 면밀하게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포렌식으로 확보한 촬영물과 피해자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연락 자료가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였고, 가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다.

 

  • 나.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한 촬영은 준강간과 별도로 처벌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는 촬영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검사는 준강간과 함께 카메라등이용촬영 죄명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 다. Q: 가해자에게 알리지 않고 압수수색을 먼저 요청할 수 있는가?

    피해자 측은 고소장과 의견서로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밝힐 수 있고, 영장은 수사기관의 신청과 청구를 거쳐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게 한다. 그 영장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다. 이 사건 변호사팀은 가해자가 범행을 축소하는 진술을 한 점과 촬영물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유포하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압수영장 집행을 요구하였고, 압수수색 뒤 포렌식이 진행되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2항은 피해자 변호사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되 그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도록 정한다. 2026년 10월 1일까지 같은 항은 '조사'에 참여한다고만 정하였고, 2026년 9월 29일 공포된 개정법(법률 제21997호)이 10월 2일 시행되면서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이 더해졌다. 이 사건 담당 변호사는 피해자 조사에 입회하였다.

 

  • 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이의신청이 없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

    민사조정법 제30조는 조정담당판사가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사건 또는 당사자 사이에 성립된 합의의 내용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사건에 관하여 직권으로 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그 결정은 당사자의 이익이나 그 밖의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신청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같은 법 제34조는 조서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이 취하된 경우 등에는 그 결정이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7,000만 원의 결정이 내려진 뒤 가해자 측이 합의를 요청하였고, 피해자 측은 조정 결정의 내용보다 더 세부적인 항목까지 합의서에 담아 합의하였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2020. 5. 19 .>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2020. 5. 19 .>

 

③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2020. 5. 19 .>

 

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설 2020. 5. 19 .>

 

⑤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신설 2020. 5. 19 .>

 

형사소송법 제215조 (압수, 수색, 검증)

 

① 삭제 <2026.8.4>

 

②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개정 2026. 9. 29 .>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3. 7. 11 .>

 

민사조정법 제30조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조정담당판사는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사건 또는 당사자 사이에 성립된 합의의 내용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사건에 관하여 직권으로 당사자의 이익이나 그 밖의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신청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다. <개정 2020. 2. 4.>

[전문개정 2010. 3. 31.]

 

민사조정법 제34조 (이의신청)

 

① 제30조 또는 제32조의 결정에 대하여 당사자는 그 조서의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조서의 정본이 송달되기 전에도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있을 때에는 조정담당판사는 이의신청의 상대방에게 지체 없이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③ 이의신청을 한 당사자는 해당 심급(審級)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이의신청을 취하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사소송법」 제266조제3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하며, “소”(訴)는 “이의신청”으로 본다.

 

④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30조 및 제32조에 따른 결정은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1. 제1항에 따른 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없는 경우

2. 이의신청이 취하된 경우

3. 이의신청이 적법하지 아니하여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하결정이 확정된 경우

 

⑤ 제1항의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

[전문개정 2010. 3. 3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최근 작성일시: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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