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
  • 성범죄
  • 4. [사례분석] 준유사강간 불기소에 대한 검찰항고: 기억 불명확 판단의 재검토와 재기수사명령
전체 목록 보기

네플라 위키는 변호사, 판사, 검사, 법학교수, 법학박사인증된 법률 전문가가 작성합니다.

4.

[사례분석] 준유사강간 불기소에 대한 검찰항고: 기억 불명확 판단의 재검토와 재기수사명령

  • 공유하기
  • 새 탭 열기
  • 작성 이력 보기

생성자
기여자
[사례분석] 준유사강간 불기소에 대한 검찰항고: 기억 불명확 판단의 재검토와 재기수사명령
[사례분석] 준유사강간 불기소에 대한 검찰항고: 기억 불명확 판단의 재검토와 재기수사명령


<핵심 요약>

남자친구의 오랜 친구가 동거 집 술자리에서 만취해 잠든 피해자를 유사강간한 사건이다. 신체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었는데도 검찰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고 진술이 상반된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측이 제기한 항고가 받아들여져 재기수사가 이루어졌고, 재수사 끝에 피고인은 준유사강간 혐의로 정식 재판에 회부되었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동거 집 술자리에서 시작된 사건의 발단과 불기소

 

피해자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동거 중이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남자친구의 지인 몇 명을 집으로 초대해 술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는 남자친구의 오랜 친구인 가해자도 함께 있었다.

 

처음 접하는 높은 도수의 위스키를 마신 피해자는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 남자친구가 흔들어 깨우는 인기척에 눈을 뜬 피해자는 상의가 모두 올려진 상태였고, 옆에는 가해자가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전후 상황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고, 즉시 경찰에 신고한 뒤 해바라기센터에서 진료와 DNA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피해자의 몸과 질 내부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었다.

 

가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뒤로는 합의를 제안하였다. 담당 검사실은 피해자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고 술에 취해 가해자를 남자친구로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양측의 진술이 상반되어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측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선임된 변호사를 통해 불기소 결정서를 분석하고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하였다. 항고가 받아들여져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졌고, 재수사 과정에서 통화 녹취록 원본과 병원 기록, 정신과 진단서, 사건 당일 입고 있던 옷 사진이 기한 안에 제출되었다.

 

2. 기억의 공백과 상반된 진술을 둘러싼 다툼의 지점

 

  • 가. 잠든 사이에 이루어진 행위가 어느 조문의 어느 요건에 걸리는지

    형법 제297조의2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한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므로, 폭행이나 협박이 앞서지 않은 이 사건에서는 제299조를 통해 제297조의2의 예에 따르는지가 먼저 문제 되었다.

 

  • 나.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정이 심신상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는지

    불기소 결정은 피해자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고 술에 취해 가해자를 남자친구로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사후에 기억이 남지 않은 것과 행위 당시에 의식이 있었던 것은 같지 않다. 술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어떤 자료로 판단할 것인지가 이 사건의 중심 쟁점이 되었다.

 

  • 다. Q: 양측의 진술이 상반될 때 객관 증거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가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였고, 피해자는 전후 상황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신체에서는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었고 사건 직후의 진료 기록과 정신과 진단서도 남아 있었다. 상반된 진술과 이러한 객관 자료가 함께 놓일 때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두 번째 쟁점이었다.

 

  • 라.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와 그 기한

    형사소송법 제258조 제1항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때에는 처분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도록 정한다. 같은 법 제259조는 고소인의 청구가 있으면 검사가 7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하도록 정하므로, 불기소의 논리를 확인할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검찰청법 제10조 제4항은 항고를 형사소송법 제258조 제1항에 따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하도록 정한다. 같은 조 제6항은 책임 없는 사유로 그 기간 안에 항고하지 못한 것을 소명하면 항고기간을 그 사유가 해소된 때부터 기산하도록 정한다. 같은 조 제7항 단서는 중요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사유를 소명한 경우를 기간 도과에 따른 기각의 예외로 둔다. 그 기간 안에 어떤 자료로 불기소 결정을 다툴 것인지가 마지막 쟁점이었다.
     

3. 심신상실의 판단과 불복 절차에 적용된 법리

 

  • 가. 제299조는 행위 태양에 따라 제297조의2의 예에 따르도록 정한다

    형법 제299조는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니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경우를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따라서 행위 태양이 제297조의2가 정한 것이면 그 예에 따라 처벌되고, 이때 폭행이나 협박이 앞섰는지는 성립 요건이 아니다. 이 사건의 죄명이 준유사강간으로 특정된 것도 그 구조에 따른 것이다.

 

  • 나. 알코올 블랙아웃 주장만으로 심신상실이 부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피고인이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이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평소 주량 등과 함께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사건 이후 양측의 반응까지 살펴 판단하도록 하였다. 또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에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 다. Q: 양측의 진술이 상반될 때 객관 증거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진술만으로 가리지 않고 객관 자료와 함께 놓고 본다. 이 사건에서 신체에서 검출된 가해자의 DNA와 사건 직후의 진료 기록, 정신과 진단서는 접촉이 있었다는 사정과 사건 직후의 상태를 뒷받침하지만, 행위 당시 피해자의 의식 상태까지 그 자료만으로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객관 자료와 진술을 함께 놓고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피해자 등의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되는 요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주요한 부분이 일관될 것,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을 것,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같은 판결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기억이 남지 않은 구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 라. 항고가 이유 있으면 불기소처분은 경정된다

    검찰청법 제10조 제1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그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을 거쳐 서면으로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항고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같은 항은 해당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검사가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그 처분을 경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처분을 직접 경정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항고가 받아들여져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졌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5항이 정하는 포괄적 대리권에 따라 피해자 측 변호사가 재수사 절차의 연락과 자료 제출을 맡았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7조의 2 (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본조신설 2012. 12. 18.]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형사소송법 제258조 (고소인등에의 처분고지)

 

① 검사는 고소 또는 고발있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 공소의 취소 또는 제256조의 송치를 한 때에는 그 처분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또는 고발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

 

② 검사는 불기소 또는 제256조의 처분을 한 때에는 피의자에게 즉시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59조 (고소인등에의 공소불제기이유고지)

 

검사는 고소 또는 고발있는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7일 이내에 고소인 또는 고발인에게 그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하여야 한다.

 

검찰청법 제10조 (항고 및 재항고)

 

①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은 그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을 거쳐 서면으로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항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검사는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그 처분을 경정(更正)하여야 한다.

 

② 고등검찰청 검사장은 제1항의 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소속 검사로 하여금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직접 경정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고등검찰청 검사는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검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본다.

 

③ 제1항에 따라 항고를 한 자[「형사소송법」 제260조에 따라 재정신청(裁定申請)을 할 수 있는 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그 항고를 기각하는 처분에 불복하거나 항고를 한 날부터 항고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3개월이 지났을 때에는 그 검사가 속한 고등검찰청을 거쳐 서면으로 검찰총장에게 재항고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고등검찰청의 검사는 재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그 처분을 경정하여야 한다.

 

④ 제1항의 항고는 「형사소송법」 제258조제1항에 따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⑤ 제3항의 재항고는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 또는 항고 후 항고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3개월이 지난 날부터 3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⑥ 제4항과 제5항의 경우 항고 또는 재항고를 한 자가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하여진 기간 이내에 항고 또는 재항고를 하지 못한 것을 소명하면 그 항고 또는 재항고 기간은 그 사유가 해소된 때부터 기산한다.

 

⑦ 제4항 및 제5항의 기간이 지난 후 접수된 항고 또는 재항고는 기각하여야 한다. 다만, 중요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그 사유를 소명하였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전문개정 2009. 11.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3. 7. 11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전략)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중략)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최근 작성일시: 1시간 전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 맨아래로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