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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사례분석] 술자리 후 준강간 검찰 송치: 항거불능 입증과 합의된 성관계 주장의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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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술자리 후 준강간 검찰 송치: 항거불능 입증과 합의된 성관계 주장의 반박
[사례분석] 술자리 후 준강간 검찰 송치: 항거불능 입증과 합의된 성관계 주장의 반박


<핵심 요약>

대학교 동창과의 술자리 뒤 모텔에서 준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피해자는 다음 날 곧바로 고소하였다. 가해자는 저항이 없었다며 합의된 성관계를 주장하였으나, 추정 혈중알코올농도와 모텔 복도 CCTV 영상, 사건 다음 날 메시지가 항거불능 상태와 가해자의 인식을 뒷받침하였다. 사법경찰관은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한 범행으로 보아 준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동창 술자리 뒤 모텔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위

 

피해자와 가해자는 대학교 동창 사이였다. 졸업 이후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평소 주량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이후 피해자는 정신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가해자와 함께 모텔에 있었으며 가해자는 만취한 피해자를 간음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블랙아웃 상태로 정상적인 판단이나 저항을 할 수 없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다시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피해자는 곧바로 가해자를 고소하였다. 가해자는 경찰 수사 단계 내내 피해자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에는 피해자의 상태와 동의 여부를 가릴 물적 증거가 부족하였고, 피해자의 진술과 사건 전후의 정황이 판단 자료의 중심이 되었다. 모텔 복도 CCTV 영상과 사건 다음 날 오간 메시지가 그 정황에 해당하였다.

 

2. 항거불능 상태와 가해자의 인식을 둘러싼 쟁점

 

  • 가. 음주로 기억이 끊긴 상태가 심신상실·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고, 간음에 이른 경우에는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와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 이 사건에서는 평소 주량을 훨씬 넘는 음주로 기억이 끊긴 피해자의 상태가 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문제되었다.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정과 당시 판단능력이 없었다는 사정은 구별되는 것이어서, 어느 쪽으로 평가할지에 따라 구성요건 해당성이 갈렸다.

 

  • 나.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였는지 여부

    준강간죄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는 범죄이므로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였는지가 함께 문제된다. 가해자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의 상태에 관한 인식을 다투었다.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 그 인식을 뒷받침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 다. Q: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뜻하는가?

    가해자는 피해자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심신상실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이고 항거불능은 그 밖의 원인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이므로, 어느 쪽이든 저항이 없었다는 사정을 곧바로 동의로 읽을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다. 일반적인 성관계에서 나타나는 상호 교감의 표현이나 체위 변경 같은 능동적 의사표현이 없었다는 사정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함께 문제되었다.

 

  • 라. 진술 외에 물증이 부족한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방법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사건처럼 피해자의 상태와 동의 여부를 직접 가릴 물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과 이를 둘러싼 정황이 판단 자료가 된다. 따라서 그 신빙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전문가가 평가한 자료를 수사기록에 더할 수 있는지도 함께 문제되었다.
     

3. 심신상실의 인정과 동의 부존재에 관한 판단

 

  • Q: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긴 피해자는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받을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대법원은 의학적 개념으로서 알코올 블랙아웃이 기억형성의 실패를 뜻하는 것이어서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나아가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상태라면 성적 관계를 맺거나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가.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잃은 상태로 인정된다는 판단

    대법원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본다.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평소 주량을 훨씬 넘는 술을 마셨고 추정 혈중알코올농도가 중등도 수준에 해당하였으며, 모텔 복도 CCTV 영상에도 가해자의 부축 없이는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 나.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 가해자의 인식을 뒷받침한다는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고 이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여러 정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하였다. 그때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성적 접촉의 장소와 방식, 사건 이후 양측의 반응 등을 종합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여부를 판단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이 사건에서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어제 많이 취해 보였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되었다. 대법원이 항거불능 상태와 준강간죄의 고의에 관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본 예도 있다(대법원 2023. 3. 9. 선고 2023도423 판결).

 

  • 다. 능동적 의사표현의 부재가 동의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판단

    심신상실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이고, 항거불능은 그 밖의 원인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이다. 어느 쪽이든 저항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동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 일반적인 성관계라면 자연스러운 상호 교감의 표현이나 체위 변경이 있을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어떠한 능동적 의사표현도 없었다. 대법원은 형법 제299조의 준강제추행죄가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 라. 진술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으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의 신빙성 판단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으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 사건에서는 전문 상담사가 작성한 범죄피해평가 보고서가 수사기록에 첨부되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참고 자료가 되었고, 사법경찰관은 가해자를 준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전문개정 2007. 6. 1.]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전략)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중략)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3도423 판결

 

판시사항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및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경우,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이유 발췌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는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의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준강간죄의 고의, 항거불능의 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중략)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중략)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최근 작성일시: 2026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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