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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사례분석] 물증 없는 직장 내 준강간 고소: 위드마크 추정과 사후 정황으로 세운 항거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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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물증 없는 직장 내 준강간 고소: 위드마크 추정과 사후 정황으로 세운 항거불능
[사례분석] 물증 없는 직장 내 준강간 고소: 위드마크 추정과 사후 정황으로 세운 항거불능


<핵심 요약>

직장 회식에서 평소 주량을 넘겨 만취한 피해자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준강간 피해를 입고 형사 고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범행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자가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여, 동의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음주량과 혈중알코올농도 추정, 동석자의 대화 기록과 사건 후 사과 발언을 종합한 결과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되어 검찰에 송치되었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회식 자리의 만취에서 비롯된 직장 내 피해의 발단

 

피해자는 재직 중이던 회사의 회식 자리에서 직장 선배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직장 선배가 계속해서 술을 따르는 상황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피해자는 평소 주량을 훨씬 넘겨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

 

피해자가 눈을 떴을 때 피해자는 자신의 자취방 침대 위에 나체로 누워 있었고 직장 선배는 이미 몸 위에 올라탄 채 간음하고 있었다. 술이 깨지 않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피해자는 저항하지 못한 채 다시 의식을 잃었고, 잠시 후 정신을 차렸을 때 직장 선배는 이미 집을 나선 뒤였다.

 

피해자는 직장 선배와 마주칠 때마다 그 사건이 떠올라 극심한 불안과 공황 증상을 겪었고 결국 퇴사를 결정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경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 법률 조력을 구하였다. 이 사건에는 범행 장면을 직접 담은 물증이 없어 진술과 주변 정황만으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였다.

 

2. 범행 장면을 촬영한 CCTV 영상이 없는 준강간에서 다투어진 상태 입증의 쟁점

 

  • 가. CCTV 영상의 확보가 항거불능 판단의 관건이 되는지

    준강간 사건에서는 이동 경로나 사건 전후를 촬영한 CCTV 영상이 결정적 증거로 기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형법 제299조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 또는 추행을 처벌 대상으로 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영상에 나타난 외관뿐 아니라 실제 판단능력과 대응능력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었다. 영상에는 스스로 걷거나 대화하는 모습만 남을 수 있으므로, 영상의 존부를 상태 판단의 관건으로 삼을 수 있는지가 첫 쟁점이 되었다.
     
  • 나. Q: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긴 것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부정되는가?

    기억의 단절은 기억 형성의 실패일 수도 있고 의식의 상실일 수도 있어 두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는 기억하지 못할 뿐 의식을 잃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다투는 국면에서는, 음주량과 음주 속도, 평소 주량 같은 사정으로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가려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기억의 공백이 곧 심신상실의 부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법리로 짚었다.
     
  • 다. 음주량 역산으로 얻은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의 증명력

    피해자 측은 확인된 음주량을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건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였다. 다만 추정치는 계산의 전제가 되는 음주량이 먼저 확인되어야 의미를 가지므로, 동석자의 기억과 메신저 대화 같은 자료가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피해자 측은 그 추정치를 상태 판단의 자료로 의견서에 제시하였다.
     
  • 라. 기억이 단절된 구간이 있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만취 상태의 피해자는 선명하게 기억하는 장면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구간이 섞인 진술을 하게 된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정으로 메우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릴 위험이 있고, 반대로 사건 직후 곧바로 항의하지 못한 사정이 진술을 의심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기억의 유무를 구분한 진술과 사건 직후의 소극적 대처를 각각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 마. Q: 사건 후 가해자의 사과 발언은 무엇을 입증하는 자료가 되는가?

    형법 제13조에 따르면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준강간 사건에서는 행위자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했는지가 문제되며, 피해자 측은 두 사람의 관계와 사건 전후 언동을 그 인식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피해자가 먼저 범행을 추궁하지 않았는데도 가해자가 스스로 사과한 발언을 그 간접사실로 삼을 수 있는지가 마지막 쟁점이었다.
     

3. 정황증거의 종합에 따른 심신상실·항거불능 인정의 법리 적용

 

  • 가. 영상 자료가 아니라 제반 정황을 축으로 삼은 상태 판단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고, 간음에 이른 이 사건에는 강간죄를 정한 형법 제297조의 예가 적용된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은 그 밖의 원인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뜻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이 든 판단 요소도 영상 자료 하나가 아니라 음주량과 음주 속도,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와 만나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이었다. 이 사건에서 제시된 입증 자료도 그 판단 요소들과 대체로 맞닿아 있다.
     
  • 나. Q: 알코올 블랙아웃 주장만으로 심신상실 상태를 부정할 수 있는가?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을 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 기능이 손상되어 기억을 상실하는 것으로 보고,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과 개념적으로 구별하였다. 같은 판결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의식상실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상태라면 성적 관계를 맺거나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다. 평소 주량 비교와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으로 고도 만취를 주장한 반박

    피해자 측은 평소 주량과 사건 당일의 음주량을 비교하여, 당일 마신 술이 평소 주량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점을 동석한 동료와의 카카오톡 대화 등으로 확인하였다. 피해자 측은 그 음주량을 법의학에서 사용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대입해 사건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고, 정상적으로 걷거나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고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스스로 몸을 통제하기 어려운 고도 만취 상태였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가해자 본인이 다음 날 피해자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점, 피해자가 새벽에 잠깐 눈을 떴을 때 나체로 누워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하고 다시 잠든 점이 더해졌다. 피해자 측은 이를 들어 단순한 블랙아웃이 아니라 패싱아웃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반박하였다.
     
  • 라. 기억 구간을 구분한 진술과 사건 직후 소극적 대처에 대한 평가

    피해자는 기억나는 장면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기억이 끊긴 구간은 끊겼다고 진술하여 공백을 인위적으로 메우지 않았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피해자 측은 가해자에게 곧바로 화내거나 따지지 못한 사정과 평소 주사와 달리 이번에 처음 필름이 끊겼다는 사정을 진술과 함께 제시하였다. 이는 진술을 의심할 근거가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처라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이었다.
     
  • 마. Q: 사건 후의 사과 발언은 어떻게 가해자 인식의 입증 자료가 되는가?

    피해자 측은 가해자의 사건 후 사과 발언을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에 관한 인식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제시하였다. 피해자가 퇴사 의사를 밝히자 가해자가 먼저 자신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인정하며 여러 차례 미안함을 표한 발언이 그 근거였다.

    두 사람 사이에 개인적인 연락이나 사적 친분이 전혀 없었고 직접 대면한 횟수도 몇 차례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업무적인 대화가 전부였다는 사정, 가해자가 상당한 연령 차이가 나는 기혼 남성이라는 사정도 합의 주장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요소로 함께 고려되었다. 피해자 측은 두 사람의 관계와 사건 후 사과 발언을 함께 의견서에 제시하였다. 사법경찰관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준강간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13조 (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전문개정 2020. 12. 8.]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3. 7. 11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최근 작성일시: 2026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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