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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사례분석] 준강간 불송치 이후 무고 역고소 방어: 증거불충분이 허위성 증명을 대신하지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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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준강간 불송치 이후 무고 역고소 방어: 증거불충분이 허위성 증명을 대신하지 못하는 까닭
[사례분석] 준강간 불송치 이후 무고 역고소 방어: 증거불충분이 허위성 증명을 대신하지 못하는 까닭


<핵심 요약>

회식에서 만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준강간 피해를 입고 고소하였으나 증거 부족으로 불송치되자, 가해자가 신고인을 무고로 역고소한 사건이다. 쟁점은 원사건의 불송치라는 결과만으로 무고죄의 허위성이 인정되는지와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무고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경찰은 무고 혐의에 대하여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준강간 고소 불송치 이후 맞고소로 이어진 경위

 

이 사건은 회식에서 만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한 사람이, 그 고소가 불송치된 뒤 도리어 무고 혐의의 피의자가 된 사안이다. 신고인과 가해자는 같은 회사 직장 동료였으나 평소 사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었다.

 

사건 당일 두 사람을 포함한 회사 팀원들은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셨고, 과음한 신고인은 만취하여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다. 신고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자신의 자취방 침대 위에 알몸 상태로 가해자와 누워 있었고, 어떠한 장면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 몸이 굳어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었다.

 

신고인이 사실관계를 따져 묻자 가해자는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말하면서도, 건드린 점은 자기 잘못이고 예뻐서 그랬다며 교제를 제안하였다.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에 범행을 확신한 신고인은 경찰에 고소하였으나,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불송치 결정 이후 가해자는 신고인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였다. 이로써 사건은 원사건의 불송치라는 결과가 무고죄의 성립으로 곧바로 이어지는지를 수사 단계에서 다투는 구조로 전개되었다.

 

2. 불송치 결과와 무고죄 허위성 요건의 다툼

 

  • 가.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송치와 무고죄 허위성 요건의 분리

    무고죄는 형법 제156조에 따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때에 성립한다. 경찰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한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2호). 원사건이 증거 부족으로 불송치되었다는 사정은 신고 내용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므로, 그 결과와 허위성 요건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가 첫 번째 다툼의 지점이 되었다.

 

  • 나. Q: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고소도 허위 신고가 될까?

    무고죄에서 문제되는 것은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지이지 신고인이 사건 전부를 기억하는지가 아니다. 고소는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하여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이고, 형사소송법 제223조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따라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힌 채 기억나는 범위에서 신고한 사정은 그 자체로 허위 신고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 다. 무고의 고의와 고소에 이르게 된 인식 과정

    무고죄는 신고 사실이 허위라는 객관적 요건 외에,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신고하였다는 고의를 별도로 요구한다. 만취하여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알몸으로 깨어나 기억에 없는 성관계가 있었음을 알게 된 사람이 이를 범죄로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따라서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의 인식, 그리고 허위 신고를 감행할 동기가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 라. 원사건의 불송치 사유와 심신상실·항거불능의 판단 구조

    원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과, 단순한 블랙아웃을 넘어 패싱아웃 상태였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그 행위 태양에 따라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원사건의 간음에는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의 예가 적용되므로, 음주로 인한 기억 상실과 의식 상실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가 원사건 판단의 축을 이룬다. 이 구별은 무고 사건에서 신고가 정당한 의심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 중 하나가 되었다.
     

3. 적극적 증명의 부재와 무고 혐의 판단의 법리

 

  • 가. Q: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송치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사정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신고 사실의 허위성에는 적극적 증명이 필요하고, 진실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 이후의 무고죄 판단을 직접 다루었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경찰 불송치를 직접 판단한 판결은 아니지만, 허위성에 적극적 증명이 필요하다는 일반 법리는 참고할 수 있다.

 

  • 나. 사실관계를 그대로 신고한 이상 법률평가의 잘못은 허위가 아니다

    대법원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그대로 신고한 이상, 그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나름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하고 이를 신고하였다고 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도2656 판결). 기억나는 범위의 사실을 과장 없이 그대로 진술하고 그 사실을 준강간으로 평가하여 고소한 경우라면, 그 평가가 수사기관의 결론과 달랐다는 사정만으로 허위 신고가 되지 않는다.

 

  • 다. 무고의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판단

    사법경찰관이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에 따라 가리는 것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지이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같은 조 제2호에 따라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한다. 이와 달리 형사재판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고(형사소송법 제308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이 사건에서는 신고인이 기억 없는 부분을 과장하거나 추측하지 않고 그대로 진술한 점, 원사건의 불송치 결정서에도 의도적인 허위 진술이나 무고의 의도가 지적되지 않은 점이 확인되었다. 신고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거나 합의와 사과를 요구한 사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러한 자료가 제출된 뒤 경찰은 무고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하였다.

 

  • 라. Q: 만취 상태에 관한 객관적 자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자료는 원사건의 신고가 정당한 의심에서 비롯되었음을 뒷받침한다. 대법원은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 피해를 호소한 경우 알코올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구별하였다.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사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CCTV나 목격자로 확인되는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등 제반 사정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비틀거리며 걷거나 부축을 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상당히 취해 보였다는 참고인들의 일관된 진술은, 신고 당시의 인식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156조 (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12.18>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형사소송법 제223조 (고소권자)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5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등)

 

사법경찰관은 고소ㆍ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2.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판시사항

[1] 무고죄의 성립요건 /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사실을 허위로 단정하여 무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한 경우,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하는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같은 법리가 고려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도2656 판결

 

판시사항

[1] 무고죄의 성립요건 /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사실을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신고내용 중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한 경우,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객관적 사실관계를 그대로 신고하였으나 그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나름대로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하고 이를 신고한 경우, 그 사실만 가지고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신고내용 중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그대로 신고한 이상 그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나름대로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하고 이를 신고하였다고 하여 그 사실만 가지고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전략)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중략)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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