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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2. [사례분석] 잠든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미수: 항거불능 상태와 실행의 착수, 정황증거의 신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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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사례분석] 잠든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미수: 항거불능 상태와 실행의 착수, 정황증거의 신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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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잠든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미수: 항거불능 상태와 실행의 착수, 정황증거의 신빙성
[사례분석] 잠든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미수: 항거불능 상태와 실행의 착수, 정황증거의 신빙성


<핵심 요약>

해외에 함께 파견된 직장 상사가 술자리 뒤 피해자의 집에서 잠든 피해자를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쟁점은 잠든 상태가 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와 실행의 착수가 있었는지였고, 피해 직후 주변에 알린 정황과 가해자의 사과 메시지가 진술을 뒷받침하였다. 검찰은 피해자 변호사 의견서를 받아들여 가해자를 준강간미수죄로 불구속 구공판 기소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파견지 술자리 뒤 피해자의 집에서 벌어진 일

 

가해자는 피해자의 직장 상사로, 두 사람은 해외에 함께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었다. 휴무일에 가해자와 다른 팀원들은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 옥상의 공용공간에서 고기와 술을 먹었고, 운전을 해야 하는 가해자가 술을 많이 마셔 술을 깨고 귀가할 수 있도록 다 함께 피해자의 집으로 갔다.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팀원들은 가해자를 두고 귀가했고, 피해자가 부른 택시가 잡히지 않아 가해자는 거실에서 자게 되었다.

 

주량을 넘게 마신 피해자는 자기 방에서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피해자는 누군가 바지를 벗기려는 느낌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는데, 가해자가 강제로 신체를 만지다가 간음하려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와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밀쳐 내고 방 밖으로 도망쳤다.

 

가해자는 이후 사과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으나 한국으로 입국하겠다고 하였고, 피해자는 현지 경찰서에 신고한 뒤 한국 경찰에도 사건을 접수하였다. 가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전부 인정하였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으며, 검찰은 가해자를 준강간미수죄로 불구속 구공판 기소하였다.

 

2. 항거불능과 실행의 착수, 정황증거를 둘러싼 쟁점

 

  • 가. 잠든 상태가 준강간죄의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피해자는 술에 취해 자기 방에서 기절하듯이 잠든 상태였다. 그 상태가 형법 제299조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먼저 가려져야 하였다. 잠든 사이의 행위는 피해자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했는지로 평가되므로, 피해자가 주량을 넘겨 마시고 기절하듯 잠든 경위도 함께 보아야 하였다.

 

  • 나. 몸 위로 올라온 행위가 준강간의 실행의 착수인지

    가해자는 신체를 만지다가 간음하려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왔으나, 피해자가 밀쳐 내고 도망쳐 간음에 이르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행위가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평가되는지 확인되어야 하였다. 가해자에게 간음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과 두 사람 사이에 이성적 교류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같은 판단의 재료였다.

 

  • 다. Q: 물적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피해 직후의 정황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범행은 다른 팀원들이 귀가한 뒤 피해자의 집 안에서 두 사람만 있을 때 벌어졌으므로 이를 목격한 사람이 없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친구들과 직장 상사에게 피해를 알렸고 곧바로 현지 경찰에 신고하였으며, 가해자는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정황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가려져야 하였다.

 

  • 라. 국외에서 벌어진 범행의 수사와 기소 처분

    범행은 해외 파견지에서 일어났고, 피해자는 현지 경찰과 한국 경찰에 모두 신고하였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에는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고 있었으므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지 정하는 기준과 피해자가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절차가 확인되어야 하였다.
     

3. 항거불능의 인정과 실행의 착수, 기소 결정에 적용된 법리

 

  • 가. 깊은 잠이나 술로 의식을 잃은 상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고, 형법 제297조는 강간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항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보았다. 같은 판결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는 주량을 넘겨 마신 뒤 기절하듯이 잠든 상태였고, 가해자는 그 상태에서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려 하였다.

 

  • 나. 잠든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간음하려 한 때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형법 제25조 제1항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한다. 형법 제300조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및 제299조의 미수범을 처벌한다. 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도5187 판결은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의 옷을 벗긴 뒤 자신의 바지를 내린 상태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고 간음을 시도하였으나,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거부하는 기색을 보이자 간음행위를 포기한 사안을 판단하였다. 그 사안에서 대법원은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보았다. 이 사건 가해자도 잠든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려 하고 신체를 만지다가 몸 위로 올라왔으나, 피해자가 밀쳐 내 간음에 이르지 못하였다.

 

  • 다. Q: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일 때 신빙성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피해자 진술은 세 가지 요건을 갖추면 특별한 이유 없이 배척할 수 없고, 피해자의 대처 양상도 그가 처한 사정에 비추어 평가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피해자 등의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 같은 판결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 직후 주변에 알린 정황과 현지 신고 내역, 가해자의 사과 메시지가 피해자의 직접 진술과 함께 제출되었다.

 

  • 라.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 제기 여부를 정한다

    형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형법을 적용한다고 정한다. 2026년 10월 1일까지 성폭력범죄의 송치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호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이루어졌다. 2026년 9월 29일 공포된 개정 성폭력처벌법(법률 제21997호)이 10월 2일 시행되면서 제26조의2가 신설되어,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 따라서 10월 2일부터 성폭력범죄는 경찰의 혐의 판단과 관계없이 모두 검사에게 송치되고, 기소 여부는 송치받은 검사가 판단한다.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정한다. 같은 법 제247조는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한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등이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받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같은 조 제5항은 그 변호사가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고 정한다. 이 사건 검사는 피해자 변호사 의견서가 제출된 뒤 가해자를 준강간미수죄로 불구속 구공판 기소하였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300조 (미수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및 제299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5조 (미수범)

 

①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②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형법 제3조 (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형사소송법 제246조 (국가소추주의)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형사소송법 제247조 (기소편의주의)

 

검사는「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07. 6. 1.]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등)

 

① 사법경찰관은 고소ㆍ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개정 2026.8.4>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2.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② 사법경찰관은 제1항 각 호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생성한 문서와 기록 및 입수한 자료 등의 목록을 작성하여 관계 서류 및 증거물 등과 함께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신설 2026.8.4>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등)

 

①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재수사요구 여부의 결정 및 공소유지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의견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이하 "사실관계 확인"이라 한다)할 수 있다.

 

② 고소인등은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하여 의견진술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검사는 사실관계 확인의 필요성을 검토하여 해당 신청의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③ 검사는 사실관계 확인 및 제2항에 따른 고소인등의 면담을 통하여 취득한 진술ㆍ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④ 검사는 송치된 사건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 재판기관, 수용기관 등 공무소에 대하여 전산 조회 또는 공문 발송 등의 방법으로 관련된 내용을 조회하거나 송부받아 기록에 편철할 수 있다.

 

⑤ 검사는 제1항에 따라 피의자의 의견을 청취할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의 2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26. 9. 29.]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개정 2026. 9. 29 .>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3. 7. 11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도5187 판결

 

판시사항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자신의 바지를 내린 상태에서 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고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몸을 뒤척이고 비트는 등 잠에서 깨어 거부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더 이상 간음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포기한 경우,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최근 작성일시: 2026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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