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
  • 성범죄
  • 384. [사례분석] 잠든 사이의 준강간과 재판 단계 피해자 대응: 유혹 주장 반박과 증인 진술의 신빙성
전체 목록 보기

이 글을 쓴 전문가에게 직접 상담을 받아보세요.

네플라 위키는 변호사, 판사, 검사, 법학교수, 법학박사 등 인증된 법률 전문가가 작성합니다.

384.

[사례분석] 잠든 사이의 준강간과 재판 단계 피해자 대응: 유혹 주장 반박과 증인 진술의 신빙성

  • 공유하기
  • 새 탭 열기
  • 작성 이력 보기

생성자
기여자
[사례분석] 잠든 사이의 준강간과 재판 단계 피해자 대응: 유혹 주장 반박과 증인 진술의 신빙성
[사례분석] 잠든 사이의 준강간과 재판 단계 피해자 대응: 유혹 주장 반박과 증인 진술의 신빙성


<핵심 요약>

친구의 친오빠가 사는 집에 머물던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간음을 당한 준강간 사건이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먼저 유혹하였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였고, 진술 대 진술 구도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이 되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허위 주장으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다시 고통을 겪었다고 밝히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피고인을 법정구속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잠든 사이의 간음과 재판 단계 조력의 경위

 

피해자는 친구와 함께 친구의 친오빠인 가해자가 사는 집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다. 사건 당일 피해자는 애인을 집에 초대해 함께 술을 마셨고,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애인을 바래다준 뒤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잠결에 통증을 느끼고 눈을 뜬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을 간음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란 피해자는 소리를 지르며 가해자를 발로 차고,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친구의 방으로 뛰어가 도움을 요청하였다.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였고, 해바라기센터에서 DNA 검사를 받은 뒤 피해자 조사도 받았다. 그러나 그 뒤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수사가 진행되었고, 피해자는 검찰로부터 구공판 결정을 통지받았다.

 

피해자는 재판 단계에 이르러 법률 조력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수사 단계의 자료를 따로 확보해 둔 것이 없었다. 가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였고, 기소된 뒤 공판에서도 피해자가 먼저 성적으로 유혹하였다고 주장하며 증인신문을 요청하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으며,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과 취업제한 7년을 함께 명하였다.

 

2. 잠든 상태의 간음과 유혹 주장을 둘러싼 쟁점

 

  • 가. 잠든 사이의 간음이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것인지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제297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하도록 정한다. 피해자는 술을 많이 마신 뒤 자신의 방에서 잠이 들었고, 잠결에 통증을 느껴 깨어났을 때 이미 간음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잠든 피해자의 상태가 조문이 정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가 범죄 성립의 출발점이 되었다.

 

  • 나. Q: 피고인이 피해자가 먼저 유혹하였다고 주장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피고인은 공판에서 피해자가 먼저 성적으로 유혹하였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였고, 법정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수위 높은 모욕적 발언도 하였다. 간음 당시의 상황을 두고 양측의 진술이 정면으로 엇갈렸으므로, 피해자 진술과 피고인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을 믿을 수 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게 되었다.

 

  • 다. 재판 단계 피해자 변호사의 기록 확보와 피고인 측 증인 진술의 평가

    피해자는 수사 단계의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재판 단계에서 선임된 피해자 변호사가 재판부와 검찰청에 선임계를 내고 피해자 진술조서와 고소장 등 기록을 확보하였다. 피고인 측은 증인을 법정에 세웠고, 피해자 측은 그 증인의 진술이 모두 허위라는 점을 의견서로 다투었다. 피해자 변호사가 공판에 참여하고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와, 증인 진술의 증명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함께 문제되었다.

 

  • 라. 피고인의 허위 주장이 양형에 미친 영향

    피고인은 끝까지 피해자가 먼저 유혹하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그 결과 피해자는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 당시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하였다. 피해자 측은 증인신문이 끝난 뒤에도 엄벌탄원서와 세 차례의 변호사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이런 범행 후의 사정이 형을 정하는 데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검토 대상이 되었다.
     

3. 준강간 성립과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관한 법리

 

  • 가. 잠든 상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을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로, 항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보았다. 같은 판결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술을 마시고 잠든 피해자가 통증을 느끼고서야 깨어났다는 사정은 간음이 그 상태를 이용하여 이루어졌음을 보여 준다.

 

  • 나. Q: 피해자가 먼저 유혹했다는 주장이 있으면 피해자 진술은 배척되는가?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합리적인 피해자 진술은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는 경우를 이렇게 정리하였다.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그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같은 판결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피고인과 평소 신체 접촉을 할 만큼 가깝지 않았고, 과음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없으며, 피해 직후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도움을 요청할 만큼 위급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 다. 피해자 변호사는 공판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소송 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3항은 피해자 변호사가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같은 조 제4항은 피해자 변호사가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 변호사는 기록을 확보하고 1회 공판에 직접 출석해 피고인의 혐의 인부를 파악하였으며, 피고인 측 증인의 진술이 허위라는 점을 의견서로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기는데, 그 의견서는 검사 측의 정식 증거로 채택되어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자료가 되었다.

 

  • 라. 허위 주장으로 피해자가 겪은 고통은 범행 후의 정황으로 양형에 반영되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와 함께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한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에 피고인이 피해자가 먼저 유혹하였다는 허위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엄벌을 탄원한다는 점도 함께 밝히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법정구속되었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형사소송법 제308조 (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개정 2026. 9. 29 .>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3. 7. 11 .>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최근 작성일시: 2026년 10월 12일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 맨아래로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