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사제관계 준강제추행 민사 손해배상: 치료비 인과관계와 형사 변호사 선임비용의 손해성

<핵심 요약>
교수이자 직장 상사에게 준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형사 유죄 확정 이후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가해자가 다툰 정신과 치료비의 인과관계와 함께 국선변호사 제도가 있음에도 형사절차 사선변호사 선임비용이 손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재판부는 위자료 1,990만 원을 인용하였고 피해 발생 시점부터의 지연손해금이 더해져 배상금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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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자리 추행 피해와 민사소송에 이른 경위
피해자는 진행 중인 업무에 도움을 얻기 위하여 교수이자 직장 상사인 가해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였고, 약간의 술과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피해자는 주량을 넘겨 술에 취한 끝에 정신을 잃었고, 누군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느낌에 눈을 떠 컴컴한 방 안에서 자신을 만지고 있는 사람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해자가 놀라 몸을 뒤척였으나 가해자는 멈추지 않고 피해자의 맨 가슴을 만지다 손을 내려 성기까지 더듬었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가해자가 만진 부위를 도려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자살까지 고민할 만큼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가해자에게 범행을 따지며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자, 피해자는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고소를 결심하였다.
이후 형사재판을 통하여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었으나 피해자는 여전히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청구 내용은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와 휴직으로 인한 소극적 손해,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였다.
2. 치료비·변호사비용·소득 상실을 둘러싼 다툼
3. 인과관계와 위자료 산정에 적용된 법리와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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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련 법규 및 판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및 제299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개정 2012.12.18>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이자있는 채권의 이율은 다른 법률의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푼으로 한다.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판시사항 [1]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및 ‘객관적ㆍ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
[2]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나타난 경우,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함에 있어서 법원이 고려할 사항
판결요지 [1]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ㆍ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2] 성범죄 피해의 영향은 피해자의 나이, 환경, 피해 정도,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양상, 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범죄, 전쟁, 자연재해 등 심각한 외상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정신병리학적 반응으로서, 보통 외상 후 짧게는 1주에서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길게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30년이 걸리기도 하며, 진단기준 이하로 관해(寬解)되었던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증상들이 사건 직후에 발생하더라도 외상 사건으로부터 적어도 6개월 이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지연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ㆍ심리적ㆍ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판시사항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 발생 시기
[2]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증액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사건에서 위자료를 산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배상이 변론종결시까지 장기간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면서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