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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사례분석] 준강간의 항거불능 상태 판단: 기억이 끊긴 구간의 입증과 정황증거의 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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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준강간의 항거불능 상태 판단: 기억이 끊긴 구간의 입증과 정황증거의 증명력
[사례분석] 준강간의 항거불능 상태 판단: 기억이 끊긴 구간의 입증과 정황증거의 증명력


<핵심 요약>

회식에서 과음해 기억이 끊긴 사이 직장 동료에게 준강간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가해자는 동의를 받은 성관계였다며 녹음파일을 내세웠으나, 부축했던 동료와 주고받은 대화와 가해자가 보낸 문자가 항거불능 상태를 드러냈다. 수사기관은 준강간 혐의를 인정하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회식 뒤 기억이 끊긴 사이 벌어진 일과 고소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 동료였다. 업무를 마친 두 사람은 팀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술자리를 가졌고, 피해자는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었다. 고된 업무를 마친 상태에서 과음한 탓에 피해자는 그만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피해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낯선 공간에서 알몸인 상태였다. 가해자가 상의를 벗은 채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있던 모습과 삽입으로 인한 성기 통증 등 충격적인 장면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피해자는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밖으로 도망쳐 나와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였다. 곧바로 경찰이 출동하였고, 피해자는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뒤에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수사 초기 자료는 그 진술서와 112 신고 처리 내역서였다. 가해자는 합의 아래 성관계를 하였고 피해자가 동의하는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2. 항거불능 상태와 동의를 둘러싼 다툼

 

  • 가. 기억이 끊긴 상태가 조문이 정한 심신상실·항거불능에 해당하는지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한다. 이 사건에서는 평소 주량을 넘겨 과음한 끝에 필름이 끊긴 상태가 그 조문이 정한 상태에 드는지가 먼저 갈려야 했다. 의식을 완전히 잃은 것과 기억만 남지 않은 것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도 함께 문제 되었다.

 

  • 나. 동의하는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이 있다는 주장을 어떻게 보는지

    가해자는 합의 아래 이루어진 성관계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가 동의하는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근거로 내세웠다. 항거불능 상태에서 나온 말이 유효한 동의로 평가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파일이 오히려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되는지가 다투어질 지점이었다. 녹음이 남아 있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판단의 기준이 필요하였다.

 

  • 다. Q: 기억에 공백이 있는 진술만으로 피해가 인정될 수 있는가?

    피해자에게는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아니라 드문드문 떠오르는 장면만 남아 있었다.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진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우는지가 문제 되었다. 함께 술자리에 있던 동료들이 본 것과 사건 전후에 오간 메시지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 라. 수사 초기에 제출된 자료를 피해자 측이 어떻게 보완하는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진술서는 A4 한 쪽짜리 분량이었고, 가장 중요한 정황증거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피해자가 수사 단계에서 대리인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죄명을 특정하고 증거를 보태는 절차가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사법경찰관이 혐의를 인정할 때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함께 볼 대목이었다.
     

3. 심신상실·항거불능의 판단과 진술 평가의 법리

 

  • 가. 술로 의식을 잃은 상태는 심신상실에 해당한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도록 정하고,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그 상태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 나. 블랙아웃 주장은 사건 전후의 정황으로 가려야 한다

    같은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을 기억형성의 실패로, 의식상실인 패싱아웃을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것으로 구별한다. 같은 판결은 알코올이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기억이 남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 의사를 형성할 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저하되었는지를 따로 살펴야 한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같은 판결은 블랙아웃 주장이 있는 경우 법원이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살필 사정으로는 음주량과 음주 속도, 평소 주량,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사건 이후 양쪽의 반응이 든다. 동의처럼 들리는 표현이 녹음에 남아 있더라도 그 말만으로 동의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의사를 형성할 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이 어떠하였는지를 이러한 사정과 함께 놓고 평가한다. 다만 이 사건의 녹음 내용은 확인된 자료에 없으므로, 그 파일이 항거불능 상태를 뒷받침하는지는 가릴 수 없다.

 

  • 다. Q: 기억의 공백이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가?

    무너뜨리지 않는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를 함께 다루었다. 그러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도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 라. 피해자의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하고 사건은 송치로 넘어간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그 변호사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면서,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호는 사법경찰관이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도록 정한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3. 7. 11 .>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5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등)

 

사법경찰관은 고소ㆍ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2.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20. 2. 4.]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전략)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중략)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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