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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1. [사례분석] 잠든 연인에 대한 준유사강간과 촬영물 전송: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양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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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사례분석] 잠든 연인에 대한 준유사강간과 촬영물 전송: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양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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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잠든 연인에 대한 준유사강간과 촬영물 전송: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양형 반영
[사례분석] 잠든 연인에 대한 준유사강간과 촬영물 전송: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양형 반영


<핵심 요약>

교제 중인 연인이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에게 유사강간을 하며 그 장면을 촬영하고 신체 사진을 지인에게 보낸 사건이다. 피고인은 연인 관계가 유지되었고 진단이 늦었다며 책임을 줄이려 하였으나, 피해자 측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상으로 구성하지 않고 양형 자료로 제출하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언급하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피고인을 법정구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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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드러난 촬영과 공판에 이른 경위

 

피해자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한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 우연히 피고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던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사진을 지인에게 전송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어 곧바로 피고인의 휴대폰 갤러리를 확인한 결과, 술에 취해 잠든 사이의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까지 발견하였다.

 

피해자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뒤, 피고인의 기기에서 원본 파일을 모두 삭제하였다. 이후 사건을 잊고자 재촬영한 영상까지 지우고 관계를 정리하였으나, 휴대폰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아이클라우드에 영상이 백업되어 남아 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고소하자, 피고인은 수사단계의 증거와 피해자 진술을 바탕으로 카메라등이용촬영, 카메라등이용촬영물반포등, 준유사강간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기소되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으며,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취업제한 5년을 함께 명하였다.

 

2. 수면 중 범행과 촬영물 전송, 정신적 피해의 쟁점

 

  • 가. 잠든 연인에게 한 유사강간이 준유사강간에 해당하는지

    형법 제299조에 따르면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된다. 아울러 제297조의2에서는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 등을 유사강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상태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교제 중인 연인 사이라는 사정이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문제 된다.

 

  • 나. 몰래 찍은 신체 사진을 지인에게 보낸 행위의 처벌 근거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에 따르면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몰래 촬영한 사진을 지인에게 전송한 행위가 반포와 제공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 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상으로 구성할지 양형으로 다룰지

    피해자는 피해를 인지한 뒤 수개월간 불안과 불면, 자기 비난 증세에 시달리다가 정신과 진료를 거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형법 제301조에 따르면 제297조의2와 제299조 등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따로 처벌된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상해·치상으로 구성하여 죄명을 변경할지, 아니면 준유사강간을 유지한 채 양형에서 다룰지가 문제 된다.

 

  • 라. Q: 범행 뒤에도 연인 관계가 유지되었다면 피해자의 고통은 가볍게 평가되는가?

    피고인은 ‘촬영 이후에도 연인 관계가 유지됐으니 정신적 고통이 크지 않다’, ‘PTSD 진단이 고소 직후 이루어져 신빙성이 낮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관계를 곧바로 단절하지 못했다는 점과 진단 시점이 피해의 존재 및 정도를 낮게 평가할 요인이 되는지가 쟁점이 된다. 피해자 측은 재판부에 의견서를 4회 제출하여 피고인의 주장에 대응하였다.
     

3. 준유사강간의 성립과 정신적 피해의 양형 반영

 

  • 가. 잠들어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준강간죄의 심신상실을 정신기능의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로, 항거불능을 그 밖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이에 따르면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으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경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설령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무방비하게 잠든 연인을 범행의 기회로 삼아 유사강간을 저질렀다고 판단하였다.

 

  • 나.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에게 무상으로 건넨 것은 제공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반포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행위로 보았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도16676 판결). 다만 계속적·반복적으로 전달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반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교부하는 행위도 반포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 행위, 즉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은 제공에 해당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반포와 제공은 함께 ‘반포등’으로 처벌되므로, 이 사건 피고인은 카메라등이용촬영물반포등 혐의로 기소되었다.

 

  • 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상해가 될 수 있으나 양형 사유로 현출하는 길도 있다

    대법원은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1항의 상해란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아울러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생리적 기능에는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고 판단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상해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죄명을 변경하지 않고, 형법 제51조에 따라 양형에서 참작되는 범행의 결과와 범행 후의 정황으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였다. 혐의를 치상으로 구성할 경우 기왕증 분석과 정신감정처럼 피해자를 다시 검증하는 절차가 수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 라. Q: 피해자의 대처 양상과 진단 시점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가해자와의 관계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역시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피해자 측은 사건 이전에 정신과 진료 이력이 없었던 점과 가족의 권유로 뒤늦게 진료를 시작한 경위, 그리고 검사와 수차례의 상담을 거쳐 진단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제출하였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에 ‘피해자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등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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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7조의2 (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2020. 5. 19 .>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2020. 5. 19 .>

 

③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2020. 5. 19 .>

 

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설 2020. 5. 19 .>

 

⑤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신설 2020. 5. 19 .>

 

형법 제301조 (강간 등 상해ㆍ치상)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12.18>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판시사항

[1]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1항 소정의 상해의 의미

 

[2] 정신과적 증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1항 소정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1항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의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

 

[2] 정신과적 증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1항 소정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도16676 판결

 

판시사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반포’와 ‘제공’의 의미 및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이 ‘제공’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포’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말하고, 계속적·반복적으로 전달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반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교부하는 것도 반포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반포’와 별도로 열거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 행위를 말하며,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은 ‘제공’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최근 작성일시: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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