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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7. [사례분석] 길에서 마주친 만취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 기억이 없는 심신상실과 DNA 증거의 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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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사례분석] 길에서 마주친 만취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 기억이 없는 심신상실과 DNA 증거의 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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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길에서 마주친 만취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 기억이 없는 심신상실과 DNA 증거의 증명력
[사례분석] 길에서 마주친 만취 피해자에 대한 준강간: 기억이 없는 심신상실과 DNA 증거의 증명력


<핵심 요약>

클럽에서 만취한 뒤 귀갓길을 배회하던 피해자를 처음 본 50대 남성이 모텔로 끌고 가 간음한 준강간 사건이다. 진술조서가 부족하게 작성되고 죄명도 착오로 강간으로 접수된 상황에서 피해자 측은 진술을 보강하고 죄명을 준강간으로 바로잡았다. 가해자는 합의된 관계였다고 말을 바꾸었으나 DNA 검사 결과를 넘지 못하였고 검찰은 준강간죄로 정식 기소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귀갓길 만취 피해자를 노린 모르는 남성의 범행

 

피해자는 친구들과 클럽에서 밤새 술을 마시다 만취하였고, 날이 밝자 친구들이 피해자를 집 가까운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너무 취해 바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길거리를 배회하였다. 길을 가던 50대 남성인 가해자는 우연히 피해자를 발견해 범행을 마음먹은 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도주하였다.

 

홀로 잠에서 깬 피해자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지만 몸의 통증과 벗겨진 옷을 보고 피해를 직감하였다. 피해자는 곧바로 112에 신고하고 해바라기센터에서 성폭행키트 검사를 받은 뒤, 수사관의 안내에 따라 연이어 피해자조사를 받았다.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 수 없던 피해자는 피해자 변호사를 선임하였다.

 

선임 당시 진술조서는 피해자가 만남과 이동 경위를 기억하지 못해 부족하게 작성되어 있었고, 죄명도 수사관의 착오로 강간으로 접수되어 있었다. 가해자는 처음에는 피해자를 모텔에 데려다줬을 뿐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합의하에 한 관계였다고 말을 바꾸었다.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고, 검찰은 가해자를 준강간죄로 정식 기소하였고, 현재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 피해 기억의 부재와 죄명의 특정을 둘러싼 쟁점

 

  • 가. 범행 전후를 기억하지 못하는 만취 상태와 심신상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피해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취한 상태에서 모텔로 옮겨졌고, 깨어난 뒤에는 만남과 이동 경위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범행 당시의 상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 나. 강간으로 접수된 죄명과 준강간의 구별

    사건은 처음에 수사관의 착오로 강간으로 접수되어 있었다. 강간과 준강간은 모두 간음을 처벌하지만 처벌의 근거가 되는 행위 태양이 다르다. 접수된 죄명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을 때 어느 조문의 요건으로 사건을 정리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 다. Q: 가해자가 진술을 바꾸며 합의된 관계를 주장하면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가해자는 처음에는 피해자를 모텔에 데려다줬을 뿐이라고 하다가 이후 합의하에 한 관계였다고 주장하였다. 피해자는 기억이 없었으나 신고 직후 해바라기센터에서 성폭행키트 검사를 받아 DNA 검사가 진행되었다. 번복된 가해자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를 피해자 진술과 함께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 라. 피해자 변호사의 수사 조력과 송치·기소 절차

    피해자 변호사는 선임 직후 진술조서를 검토하고, 수사관과 소통하며 가해자 특정 여부와 목격자 진술, DNA 검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였다. 이를 토대로 피해자의 진술을 보강하고 사실관계를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피해자 변호사가 수사 절차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송치·기소의 판단 주체가 쟁점이 된다.
     

3. 심신상실의 판단 기준과 수사 절차의 법리

 

  • 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 상태라면 심신상실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범행 당시 알코올이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반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를 인정할 수 있고, 의식상실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CCTV나 목격자를 통해 확인되는 피해자의 상태, 만나게 된 경위와 성적 접촉의 장소·방식 등을 종합해 이를 판단한다.

 

  • 나.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준강간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이용을 요건으로 한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99조는 폭행 또는 협박 대신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같은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피해자가 이미 의식이 흐린 상태에서 간음이 이루어진 이 사건에서는 제299조의 요건에 맞춰 사실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 다. Q: 번복된 변명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성폭행키트로 확보한 DNA 검사 결과는 성적 접촉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므로, 모텔에 데려다줬을 뿐이라는 처음 진술과 어긋나면 그 번복은 아래 판결이 말하는 합리성 없는 피고인 진술의 정황이 될 수 있다. 다만 합의한 관계였다는 나중 주장은 동의 여부를 다투는 것이어서 DNA 결과만으로 가려지지 않고,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에 관한 증거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으로 판단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은 피해자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분명하지 않다면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같은 판결은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다만 그 사정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 라. 피해자 변호사의 조사 참여와 송치, 2026년 성폭력처벌법 개정 전후

    2026년 10월 1일까지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2항은 피해자 변호사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하되,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도록 정하였다. 2026년 9월 29일 공포된 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1997호)이 2026년 10월 2일 시행되면서 같은 항의 '조사'는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로 바뀌었다. 지금은 피해자 변호사가 경찰 조사뿐 아니라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에도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도중에는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같은 조 제5항은 피해자 변호사가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고 정한다. 2026년 10월 1일까지는 성폭력범죄도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호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 검사에게 송치하였다. 같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신설된 제26조의2는 사법경찰관이 성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고 정하므로, 지금은 혐의 판단과 관계없이 성폭력범죄 사건이 모두 검사에게 송치된다(시행 당시 수사 중인 사건 포함, 부칙 제2조). 별도의 송치 특례가 없는 다른 범죄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항 제1호에 따라 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때 송치하고, 같은 법 제246조에 따라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 12. 18.>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 12. 18.>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해자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 도중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개정 2026. 9. 29 .>

 

③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절차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④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나 증거물,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

 

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야 한다.

<개정 2023. 7. 11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의 2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26. 9. 29.]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부칙 <법률 제21997호, 2026. 9. 29.> 제2조 (적용례)

 

제2조(적용례) 제26조의2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수사 중인 성폭력범죄의 경우에도 적용한다. 이 경우 법률 제21857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제245조의5제1항제2호 후단의 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같은 법 제245조의8제1항에 따라 검사가 재수사요구를 한 경우를 포함한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등)

 

① 사법경찰관은 고소ㆍ고발 사건을 포함하여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다. <개정 2026.8.4>

1.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2.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는 송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② 사법경찰관은 제1항 각 호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생성한 문서와 기록 및 입수한 자료 등의 목록을 작성하여 관계 서류 및 증거물 등과 함께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신설 2026.8.4>

 

형사소송법 제246조 (국가소추주의)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판시사항

[1]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한 준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소극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2]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 /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의 의미 및 의식상실(passing out)과의 구별 /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준강제추행죄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그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적 관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을 말한다.

 

[2]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3] (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이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나)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또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다) 그런데 법의학 분야에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로 정의되기도 하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통칭하기도 한다.

 

(라) 따라서 음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하였음을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이 ‘피해자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라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범행 당시 알코올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패싱아웃 또는 행위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정들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또한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4]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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