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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사례분석] 강제추행·유사강간의 폭행 요건: 피해 이후의 연락과 진술 신빙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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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 강제추행·유사강간의 폭행 요건: 피해 이후의 연락과 진술 신빙성 판단
[사례분석] 강제추행·유사강간의 폭행 요건: 피해 이후의 연락과 진술 신빙성 판단


<핵심 요약>

회식 뒤 노래방에 둘만 남은 자리에서 직장 상사가 신입사원을 추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부모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며 범행을 시인해 놓고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문자 내역을 근거로 혐의를 부인하였다. 피해자 측이 통화 녹음과 사과문, 직장 내 성희롱 조사 결과로 그 모순을 짚자, 검사는 강제추행죄와 유사강간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자세한 기본 법리는 아래 위키를 참고하십시오.

1. 회식 뒤 노래방에서 벌어진 일과 뒤바뀐 태도

 

피해자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이었고, 가해자는 서른 살 이상 차이 나는 직장 상사이자 교육을 맡은 사수였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업무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되었으나 직장 상사로서 존경하는 사람이었을 뿐 사적인 교류는 전혀 없었다.

 

사건 당일 회식을 마친 일행은 2차로 노래방에 갔고, 일행이 잠시 자리를 비워 방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가해자는 갑자기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며 입을 맞추었고, 놀란 피해자가 밀치자 좋아하지 않느냐고 말하며 저항하는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한 뒤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다.

 

피해자는 즉시 노래방에서 도망쳐 나왔으나 가해자는 돈을 주겠다거나 추행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알리겠다고 말하며 뒤따라왔다. 피해자는 이후에도 회사에서 가해자를 계속 마주쳐야 하는 상황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2. 폭행 요건과 사후 연락을 둘러싼 쟁점

 

  • 가. 강제추행의 폭행 또는 협박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조문은 폭행·협박의 정도를 한정하지 않으므로, 노래방에서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접촉이 그 요건을 채우는지가 먼저 문제되었다.

 

  • 나. 유사강간의 행위태양과 그 폭행

    형법 제297조의2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자를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저항하는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한 행위가 이 조문이 정한 폭행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 다. Q: 피해 이후에 오간 연락이 동의를 뜻하는가?

    가해자는 피해자와 상호 호감을 가진 사이였다며 사건 이후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제출하였고, 담당 수사관도 그 내용이 피해자답지 않다며 의심하는 상황이었다. 피해 이후의 연락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깎을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갈림길이었다.

 

  • 라. 시인 뒤의 번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가해자는 피해자의 부모가 연락하자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며 범행을 시인하였으나,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태도를 바꾸어 혐의를 부인하였다. 범행 장면을 담은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태도의 변화를 어떤 자료로 다룰 것인지가 함께 문제되었다.
     

3. 정식 기소에 이르기까지의 법리 적용

 

  • 가.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다시 정한 판례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것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어떠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다만 이 판시는 강제추행죄에 관한 것이고, 유사강간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직접 판단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강간죄에서 폭행·협박이 있었는지를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같은 판결은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이 판례가 판단한 대상은 강간죄이므로 그 결론을 유사강간죄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다만 형법 제297조의2가 같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정하고 있는 이상, 밀치며 거부하는 피해자를 힘으로 눌러 제압한 유형력의 행사가 그 수단에 해당하는지도 같은 방법으로 살필 수 있다.

 

  • 나. 사후 연락만으로 진술을 배척할 수 없는 까닭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지를 먼저 본다. 여기에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피해 이후의 연락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을 깎을 수 없고, 그 연락이 어떤 관계와 정황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 다. Q: 범행 장면의 물적 증거가 없어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는가?

    인정될 수 있다. 범행 장면을 담은 물적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증거를 종합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한다. 이 단계에서 정황증거를 평가하여 공소를 제기할지 정하는 주체는 검사이고, 법관의 유죄 판단은 그 뒤의 재판에서 이루어진다. 이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모에게 범행을 시인한 통화 녹음과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보낸 사과문이 있었고, 피해 직후의 산부인과 진료 내역과 상담 소견서도 함께 제출되었다. 여기에 연인 관계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명시한 직장 내 성희롱 조사 결과가 맞물렸다.

 

  • 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권한과 참작 사항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를 제기하여 수행하는 권한을 검사에게 두고, 제247조는 검사가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한다. 곧 기소 여부는 검사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므로, 피해자 측이 어떤 자료를 언제 제출하는지가 그 판단에 직접 닿는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인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 관련 법률 인사이트

관련 사례에 대한 변호사의 실제 사건 수행 전략은 아래 법률 인사이트에서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관련 법규 및 판례

형법 제297조의 2 (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본조신설 2012. 12. 18.]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형사소송법 제246조 (국가소추주의)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

 

형사소송법 제247조 (기소편의주의)

 

검사는「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07. 6. 1.]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 및 변경 필요성 /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하여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이른바 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여 왔다(이하 폭행·협박 선행형 관련 판례 법리를 ‘종래의 판례 법리’라 한다).

 

(나)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략)

 

(다) 요컨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여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 /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 및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

 

판결요지

[1]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2]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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