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다280358 판결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다28035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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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료등] 〈전용실시(사용)권,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당부 등이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의사표시의 해석 방법 /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2] 특허권자가 특허권에 대한 통상실시권을 허락하면서 실시권자 외의 제3자에게 통상실시권을 허락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실시권자가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법리가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3] 자연석 형상의 콘크리트 블록 제품(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기술 노하우와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甲으로부터 위 기술 노하우와 특허권 등의 사용 및 국내의 제3자에 대한 재허락 권한을 부여받은 乙 주식회사가 丙 주식회사와 丙 회사가 위 기술 노하우와 특허권 등을 사용하여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면서 위 제품의 순매출액에 약정 기술료율을 곱하여 산정한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이후 기술료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는데, 丙 회사가 계약해지 통보 후에도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자, 丙 회사를 상대로 계약기간 중의 기술료 및 계약 종료 후 영업비밀 침해, 특허권의 전용실시권 침해, 디자인권의 전용실시권 침해, 상표권의 전용사용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하면서 여기에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단순 병합한 사안에서, ‘독점적 통상실시권’은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중 어떤 권리에 대한 것인지에 따라 독점적 통상실시(사용)권의 내용과 범위가 달라지므로,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乙 회사가 주장하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도록 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乙 회사가 주장하는 권리를 甲으로부터 부여받았는지 심리하여 손해배상청구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별다른 심리 없이 乙 회사가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정하여 丙 회사가 乙 회사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의 발생은 인정되나 손해액을 증명하기가 곤란한 경우, 상표법 제110조 제6항에 따라 구체적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

[5] 채권자가 동일한 채무자에게 발생시기와 발생원인 등을 달리하는 수개의 손해배상채권을 소로써 구하는 경우, 손해배상채권별로 청구금액과 인용금액을 특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는 채권자가 수개의 손해배상채권들 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당사자 사이에 의사표시의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의 내용, 그러한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의사표시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2] 특허권자는 그 특허권에 대하여 타인에게 통상실시권을 허락할 수 있다. 이때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 대하여 그 실시권자 외의 제3자에게 통상실시권을 허락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그 실시권자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3] 자연석 형상의 콘크리트 블록 제품(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기술 노하우와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甲으로부터 위 기술 노하우와 특허권 등의 사용 및 국내의 제3자에 대한 재허락 권한을 부여받은 乙 주식회사가 丙 주식회사와 丙 회사가 위 기술 노하우와 특허권 등을 사용하여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면서 위 제품의 순매출액에 약정 기술료율을 곱하여 산정한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이후 기술료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하였는데, 丙 회사가 계약해지 통보 후에도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자, 丙 회사를 상대로 계약기간 중의 기술료 및 계약 종료 후 영업비밀 침해, 특허권의 전용실시권 침해, 디자인권의 전용실시권 침해, 상표권의 전용사용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하면서 여기에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단순 병합한 사안에서, ‘독점적 통상실시권’이란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에서 개별적으로 정의한 행위 태양인 실시(사용)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중 어느 권리에 대한 것인지에 따라 독점적 통상실시(사용)권의 내용과 범위가 달라지고, ‘독점적 통상실시권’은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일 뿐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가 아니므로,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乙 회사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도록 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乙 회사가 주장하는 권리를 甲으로부터 부여받았는지 심리하여 손해배상청구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별다른 심리 없이 乙 회사가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정하여 丙 회사가 乙 회사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상표법 제110조 제6항은 "법원은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위 규정은 자유심증주의하에서 손해의 발생 사실은 증명되었으나 사안의 성질상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곤란한 경우 증명도·심증도를 경감함으로써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과 기능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지 법관에게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원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구체적 손해액을 판단할 때에는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와 같이 탐색해 낸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

[5] 채권자가 동일한 채무자에 대하여 수개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채권들이 발생시기와 발생원인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채권인 이상 이는 별개의 소송물에 해당하고, 그 손해배상채권들은 각각 소멸시효의 기산일이나 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들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이를 소로써 구하는 채권자로서는 손해배상채권별로 청구금액을 특정하여야 하며, 법원도 이에 따라 손해배상채권별로 인용금액을 특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수개의 손해배상채권들 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윤초롱 외 3인)

피고, 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천우 외 3인)

원심판결

특허법원 2023. 8. 24. 선고 2021나103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인은 자연석 형상의 콘크리트 블록인 산수뷰, 산수뱅크, 산수스텝(이하 통틀어 ‘산수 블록 제품’이라 한다)에 관한 기술 노하우와 특허권(등록번호 1 생략, 등록번호 2 생략, 이하 ‘322 특허권’, ‘449 특허권’이라 한다), 디자인권(등록번호 3 생략, 이하 ‘449 디자인권’이라 한다), 상표권(등록번호 4 생략, 이하 ‘468 상표권’이라 한다)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  원고는 2003. 4.경 소외인과 사이에, 원고가 국내에서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기술 노하우와 322 특허권, 449 특허권, 449 디자인권 등(이하 통틀어 ‘산수 블록 제품 관련기술 등’이라 한다)을 사용하여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고, 국내의 제3자에게 산수 블록 제품 관련기술 등의 사용을 재허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최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고, 2013. 5. 1.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취지에서 같은 내용의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피고는 2005. 6. 6. 원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10년으로 하여, 피고가 국내에서 산수 블록 제품 관련기술 등을 사용하여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면서 원고에게 산수 블록 제품의 ‘순매출액’에 제품별 기술료율을 곱하여 산정한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08. 6. 16. 원고와 사이에 계약기간만을 3년으로 단축하는 취지에서 같은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5. 2. 10. 피고에게 기술료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라.  피고는 2005. 6. 6.부터 2015. 2. 10.까지 사이에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여 얻은 매출이익 중 일부를 원고에게 알리지 않았고, 2015. 2. 11.부터 2021. 10. 30.까지 사이에도 계속해서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여 매출이익을 얻었다.

마.  한편 원고는 산수 블록 제품과 관련하여 실용신안권(등록번호 5 생략, 이하 ‘485 실용신안권’이라 한다)을 보유하고 있었고, 소외인으로부터 2013. 7. 29. 322 특허권과 449 특허권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2013. 7. 30. 449 디자인권에 대한 전용실시권과 468 상표권에 대한 전용사용권을 각 설정받았다.

2.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기술료 산정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계약은 2011. 6. 15. 존속기간이 경과하였으나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기간 중 2012. 7. 1.부터 2015. 2. 10.까지 산수 블록 제품 순매출액에서 제품별 기술료율을 곱하여 산정한 기술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순매출액은 산수 블록 제품 총매출액에서 부가가치세를 공제한 금액으로 운반비는 추가로 공제되지 않는다.

나.  대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당사자 사이에 의사표시의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의 내용, 그러한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의사표시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006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20573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고와 피고는 2005. 6. 6.경 체결된 계약의 계약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 위하여 2008. 6. 16. 이 사건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 제18조 제1항에서는 ‘이 사건 계약기간 중 산수 블록 관련 지식재산권이 소멸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기술료의 감액을 청구하거나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정하여 피고가 이 사건 계약 내용의 변경이나 이 사건 계약 해지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의 갱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계약 제18조 제1항에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이 만료되기 3개월 전까지 문서로 갱신의 의사를 통지할 경우에만 원고와 피고가 합의한 조건으로 이 사건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데도 피고가 단순히 2011. 6. 15. 이후에 두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기술료 산출서’를 송부하고 해당 금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가 이 사건 계약 갱신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원심에서 제출되어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을 제1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첨부 서식에 따라 기술료를 통보·지급해 달라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요청과 함께, 그 첨부 서식인 ‘기술료 산출서’의 ‘공제금액’란을 이루는 세 항목에는 ‘부가가치세’ 항목뿐만 아니라 ‘운반비’ 항목 및 ‘계’ 항목이 병렬적으로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 스스로도 이 사건 계약상 기술료 산출의 근거가 되는 순매출액은 부가가치세와 운반비의 합계액을 매출금액에서 공제한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고,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기술료 산정의 근거가 되는 ‘순매출액’은 ‘총매출액’에서 ‘부가가치세’만을 공제한 금액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 및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의 침해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는 조달청장이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시스템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게시한 피고의 콘크리트 옹벽블록 제품 광고에 "산수뷰", "산수뱅크", "산수스텝" 표장들(이하 ‘피고 사용 표장들’이라 한다)을 표시하였다. 피고 사용 표장들의 요부인 "산수"와 468 상표권의 표장인 ""는 비록 그 외관은 다르지만 호칭과 관념이 동일하다. 피고 사용 표장들은 468 상표권의 표장과 유사한 상표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피고 사용 표장들 사용행위는 원고의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표의 유사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하여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가지고 있고 이 사건 계약 해지 이후 피고가 산수 블록 제품을 무단으로 제조·판매한 행위는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특허권자는 그 특허권에 대하여 타인에게 통상실시권을 허락할 수 있다. 이때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 대하여 그 실시권자 외의 제3자에게 통상실시권을 허락하지 않을 부작위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그 실시권자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다22167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독점적 통상실시권’이란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에서 개별적으로 정의한 행위 태양인 실시(사용)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이하 통틀어 ‘특허권 등’이라 한다) 중 어느 권리에 대한 것인지에 따라 독점적 통상실시(사용)권의 내용과 범위가 달라진다. 원고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특허권 등’에 대한 권리로 파악한다면 이는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322 특허권, 449 특허권, 449 디자인권, 468 상표권 등에 대한 각각의 독점적 통상실시(사용)권을 의미하고 그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각각의 독점적 통상실시(사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말하는 것이 된다.

나) ‘독점적 통상실시권’은 특허권 등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일 뿐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가 아니므로 특정 제품을 독점적으로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하여 ‘독점적 통상실시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욱이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에서는 산수 블록 제품 관련기술 등을 ‘허락방법’으로 특정하면서, ‘허락방법’에 관한 실시허락 및 재실시허락 권한의 부여가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의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 그런데 원고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위와 같은 각각의 특허권 등에 관한 권리가 아닌 하나의 권리라는 전제에서 ‘독점적 통상실시권’의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특허권 등의 전용실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등과 단순병합 형태로 청구하면서, 자신이 침해받았다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322 특허권에 대한 전용실시권, 468 상표권에 대한 전용사용권 외에 원고가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으로부터 취득한 권리로서, 원고가 국내에서 소외인의 영업비밀, 노하우, 특허권, 상표권 등을 사용하여 산수 블록 제품을 독점적으로 제조·판매할 수 있는 채권적 권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원고가 침해받았다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이 일반적인 의미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으로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특허권 등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와 성격이 다른 별개의 권리를 말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라) 설령 원고가 침해받았다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특허권 등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라고 이해하더라도 원고가 그러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가지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 제3조 제1항에서는 ‘소외인은 원고가 산수 블록 제품의 특허·의장 및 기술 노하우를 사용하여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것에 관한 라이선스를 허락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서 소외인이 국내에서 원고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산수 블록 제품의 특허권 등에 관한 통상실시권을 허락할 수 없다는 내용까지 포함하여 계약을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소외인이 원고에게 특허권 등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묵시적으로 허락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3)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원고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도록 한 다음, 그러한 원고의 주장을 바탕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를 소외인으로부터 부여받았는지 심리하여 손해배상청구권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별다른 심리 없이 원고가 ‘산수 블록 제품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가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전용실시(사용)권,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하면서 원고의 449 디자인권 전용실시권,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침해하였다.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에 따른 손해액은 상표법 제110조 제6항을 적용하여 산정하여야 하는데, 피고가 침해제품을 판매하여 얻은 이익 중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와 무관한 부분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 등에 관하여 주장·증명하지 않은 이상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에 따른 손해액은 침해제품의 순매출액에 이 사건 계약 제6조에서 정한 기술료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원고 청구금액을 초과한다고 볼 수 있다.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인정 금액만으로 이 사건 계약 해지 이후 피고의 산수 블록 제품 제조·판매행위와 관련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 금액을 모두 만족하므로 449 디자인권 전용실시권,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범위에 관하여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나.  대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가) 상표법 제110조 제6항은 "법원은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위 규정은 자유심증주의하에서 손해의 발생 사실은 증명되었으나 사안의 성질상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곤란한 경우 증명도·심증도를 경감함으로써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과 기능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지 법관에게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원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구체적 손해액을 판단할 때에는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와 같이 탐색해 낸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다3561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58728 판결 등 참조).

나) 채권자가 동일한 채무자에 대하여 수개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채권들이 발생시기와 발생원인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채권인 이상 이는 별개의 소송물에 해당하고, 그 손해배상채권들은 각각 소멸시효의 기산일이나 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들이 다를 수도 있으므로, 이를 소로써 구하는 채권자로서는 손해배상채권별로 청구금액을 특정하여야 하며, 법원도 이에 따라 손해배상채권별로 인용금액을 특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수개의 손해배상채권들 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다25865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다506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심은 상표법 제110조 제6항을 적용하여 손해액을 인정할 때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행위에 따른 원고의 산수 블록 제품의 매출 감소 또는 실시료 감소, 산수 블록 제품 판매에 따른 한계이익 등을 고려하면서도, 피고가 피고 침해제품의 판매이익 중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와 무관한 부분이 있음을 주장·증명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근거로 원고의 손해액은 피고 침해제품의 순매출액에 이 사건 계약 제6조에서 정한 기술료율을 적용한 금액인 원고의 청구금액을 초과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산정방법은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에 따른 손해에 대한 정당한 산정방법이라 보기 어렵다. 피고 침해제품 판매로 인한 원고의 손해, 즉 산수 블록 제품의 매출 감소 또는 실시료 감소 등에는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뿐만 아니라 449 디자인권 전용실시권 침해에 따른 손해도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손해가 전적으로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행위가 원고의 산수 블록 제품의 매출 감소 또는 실시료 감소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에 관한 간접사실들을 탐색하고 탐색해 낸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인정하였어야 했다. 한편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5다75002 판결,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다238639, 238646 판결상표법 제110조 제3항에 따라 손해액이 추정되는 사안에서 추정을 뒤집기 위한 사유와 범위를 침해자가 주장·증명을 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상표법 제110조 제6항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나) 원고는 이 사건 계약 해지 이후 피고의 산수 블록 제품을 제조·판매한 행위에 관하여 ① 영업비밀 침해, ② 322 특허권 전용실시권 침해, ③ 449 특허권 전용실시권 침해, ④ 449 디자인권 전용실시권 침해, ⑤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 ⑥ 독점적 통상실시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손해배상액에 관하여는 위 ①부터 ⑥까지의 손해배상채권의 각 손해액의 합계 중 일부를 청구하였을 뿐 각 손해배상청구권별로 청구금액이 얼마인지 특정하지는 않았다.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각 침해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별로 청구금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한 다음 각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를 심리하여 각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인정될 경우 각 손해배상청구권의 손해배상액이 얼마인지를 산정하고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러한 심리·판단 없이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행위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이 원고의 청구금액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468 상표권 전용사용권 침해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구체적으로 산정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원심은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에 관한 피고의 침해에 관해서는 막연히 피고가 원고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에 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침해하였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3)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표법 제110조 제6항에 따른 손해액 인정, 손해배상채권별 청구금액 특정과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6.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기술료청구 부분,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손해배상청구 부분에는 앞에서 본 파기사유가 있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기술료청구 부분 중 2011. 6. 16.부터 2015. 2. 10.까지의 부분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485 실용신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구하고, 이 사건 계약 종료 후 손해배상청구와 선택적으로 위약금청구를 구하고 있다. 따라서 위 기술료청구 부분,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위 기술료청구 부분과 예비적 병합관계에 있는 485 실용신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위 손해배상청구 부분과 선택적 병합관계에 있는 위약금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의 대상이 된다.

7.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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