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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설계도 복제, 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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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저작물인가 도형저작물인가: 한·일·영·미 판례로 본 실용적 설계도의 복제권 한계"

 

최근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설계기업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흥미로운 점은 대법원이 2년의 고민 끝에 원심 판결 내용 가운데 창작성에 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일반 언론은 마치 골프존이 패소하여 손해배상책임이 확정되고 스크린골프 비용인상이 있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대법원 판결은 골프코스 (또는 그 설계도면)의 창작성에 관한 원심법원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다. 이제 서울고등법원은 창작성에 관한 판단을 다시 하면서 스크린 골프를 위한 영상제작이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무단복제에 해당하는지, 설계도면이 건축저작물에 해당하는지 도형저작물에 해당하는지, 건축저작물의 복제와 도형저작물의 복제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등의 쟁점들에 대하여 차례대로 판단해야 한다.

골프코스에 관한 저작권을 인정한 해외사례는 없지만, 우리나라와 아주 유사한 법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의 설계도에 관한 판례를 보면 상당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저작권법은 우리나라의 저작권법과 마찬가지로, 복제의 개념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건축에 관한 도면에 따라서 건축물을 완성하는 것”이 복제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건축물 가운데 예술성을 갖추지 못한 건축물의 설계도 또는 기타 실용품의 설계도면은 건축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고 오직 도형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을 뿐이다. 도형저작물의 경우에는 그 복제의 개념이 도면 자체의 복제에 한정된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대형슈퍼의 건축설계도를 모방하여 건축물을 시공해서 저작권침해인지 문제된 사안에서, 오사카고등재판소는 원고의 대형슈퍼 건축설계도에 의해 표현된 건축물이 미적 창작성을 보유한 건축물이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 및 중간 높이층 맨션이 병존하는 실용적이고 평범한 건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고의 건축설계도는 건축저작물이 아니라 도형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에서 설계도 자체의 복제가 저작권침해인지 그리고 설계도에 따라서 대형슈퍼를 시공한 것이 저작권침해인지의 두가지 쟁점이제기되었다. 오사카고등재판소는 원고 설계도가 매우 기술적·기능적인 성격의 도형저작물이기 때문에 피고 설계도가 다소 유사한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침해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고, 또한, 원고 설계도가 건축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그 설계도에 따라 시공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요컨대, 일본에서는 도형저작물의 ‘복제’는 도면 자체의 거의 동일한 복제와 같은 ‘문서적 복제’에 한정된다는 점 그리고 2차원의 도면에 따라서 3차원의 구조물이나 실용품을 제작하는 것은 도형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론이 확립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다소 다른 법제도를 갖고 있는 영미에서도 설계도에 관한 저작권의 법리는 거의 유사하다. 우선, 미국을 보면 3차원의 구조물이 조각과 같은 미술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한, 2차원의 설계도면을 3차원의 구조물로 제작하는 것이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판례에 의하여 확립되어 있다. 3차원의 구조물이 미술저작물이 아닌 실용품(Useful Article)이라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기 떄문에, 2차원 설계도면의 ‘복제’의 개념을 3차원 구조물의 제작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이유가 없기 떄문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미술저작물의 복제권과 실용품 설계도의 저작권 범위에 관하여 판례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놓고 있다. 예컨대, 멋진 휴대폰이나 또는 자동차의 디자인도면을 작성한 디자이너는 경쟁업체가 자신의 디자인도면을 복제하거나 무단 배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만, 동일한 디자인의 휴대폰이나 동일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제작하는 것은 금지할 수 없다. 휴대폰이나 자동차와 같은 실용품의 디자이너가 자신의 설계도면에 따른 3차원 구조물의 제작을 금지하길 원한다면, 자신의 설계도면을 영업비밀로 보호하거나 디자인특허의 등록에 의한 특허권을 취득하는 등의 다른 수단을 택해야 한다. 실용품 가운데 빌딩과 선박의 경우에 한하여, 그 디자인 또는 설계도면에 따라서 빌딩이나 선박을 제작하는 행위가 복제에 해당한다. 다만, 미국의 저작권법은 건축물의 개념을 빌딩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골프코스 디자인/설계도면은 건축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고 골프코스 설계도에 따라서 골프장을 시공하는 행위 또는 골프장을 보고 동일 유사한 골프장을 시공하는 행위가 설계도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영국은 ‘저작권, 디자인, 특허에 관한 법률’ (“영국 저작권법”)에서 복제의 개념에 관하여 아주 명확한 법적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 저작권법은 미술저작물의 경우에는 2차원의 저작물을 3차원의 유형물로 제작하거나 3차원의 저작물을 2차원의 유형물 (디지털 매체 포함)로 제작하는 것이 복제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복제의 개념에는 중대한 예외가 있다. ‘미술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물품’의 디자인이나 글자꼴(typeface)의 디자인을 표현한 설계도면이나 모델에 관한 저작권은 그 디자인에 따라 물품을 제작하거나 그 물품을 복제하는 행위에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미술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설계도면에 따라 3차원의 구조물을 제작하는 행위 및 미술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3차원 구조물을 모방한 구조물을 제작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형저작물의 경우에 복제의 개념이 문서적 복제로 한정된다고 해석되고 있고 도형저작물의 복제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둔 입법례도 있기 때문에, 도형저작물에 해당하는 설계도의 창작성은 건축저작물에 해당하는 설계도의 창작성보다 낮은 수준의 창작성으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일본 판례를 보면, 일본에서는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하여 미적 형상에 관한 창작성이 요구되는데 반하여, 도형저작물로서 보호받는데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창작성 요건이 아주 낮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도형저작물의 창작성은 예술적 가치 여부과 무관하고 오직 기술적 정보 내지 실용적 아이디어의 단순한 선택, 배치, 배열에서 비교적 쉽게 인정될 수 있다. 도형저작물의 창작성 기준은 대법원이 최근에 골프코스 설계도면의 창작성 판단에 관하여 제시한 기준과 동일하다. 이제 서울고등법원이 문제된 설계도면이 건축저작물인지 아니면 미적형상에 관한 창작적 표현이 없는 도형저작물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도형저작물에 해당한다면 그 복제의 개념과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고민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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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성일시: 2026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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