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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모방, 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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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골프코스와 저작권의 한계: 미국 상표법과 한국 부정경쟁방지법의 엇갈린 시선"

 

골프장 모방은 저작권침해로 보기 어렵지만 상표권침해의 책임은 문제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의 저명 골프장 Pebble Beach가 '복제 골프코스(replica hol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항소법원이 내린 결론이다. Tour 18은 Pebble Beach와 같이 저명한 골프장의 가장 멋진 골프홀들을 거의 동일하게 모방해서 18개의 복제 골프코스로 유명해진 텍사스 골프장이다. Pebble Beach 등의 저명 골프장들은 자사 골프홀의 지형도를 입수하여 무단 복제한 것이 저작권 침해에 주장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Tour 18이 저명 골프장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마치 저명 골프장의 허락을 받아서 복제 홀을 만든 것처럼 소비자를 혼동케한 것은 상표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전세계에 미국과 유럽 및 일본에 3만개 이상의 골프코스가 만들어졌지만 그에 관한 저작권분쟁은 드물고 아직까지 저작권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전무하다. 미국에서는 골프코스를 저작물로 보호받기도 어렵고, 골프 디자이너가 만든 설계도 자체를 무단복제하지 않고 골프장을 모방하거나 복제하더라도 설계도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저명한 골프선수이면서 동시에 골프코스 디자이너로 활동한 Jack Nicklaus는 40여개국에서 400여개의 골프코스를 그리고 Arnold Palmer도 300여개의 골프코스를 디자인했지만, 저작권침해를 주장해서 인정받은 바는 전혀 없었다. 전세계의 골프장 가운데 자신의 디자인을 허락없이 모방한 골프장도 많고, 허락받은 골프장도 자신의 디자인과 달리 벙커를 없애거나 그린의 경사 또는 페어웨이 경로를 무단으로 변경해서 다수의 분쟁을 겪었지만, 저작권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하나도 없다.

골프코스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없는 주된 이유는 Jack Nicklaus처럼 저명한 골프선수 겸 디자이너들도 영국 세인트 앤드류 골프코스에서부터 유래된 전통적인 템플릿 홀의 디자인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Par 3 홀의 디자인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Redan Hole’ 템플릿은 그린 정면 및 좌우측면에 깊은 벙커를 두고 그린은 오른쪽 앞에서 왼쪽 뒤로 흘러내리도록 경사를 형성하고 있다. Par 4 홀의 디자인으로는 흔히 ‘Road Hole’ 템플릿이 이용되는데, 티샷에서 보면 페어웨이 및 그린이 건물이나 코너로 가려져 있고 그린은 그 왼쪽이나 오른쪽 측면에 악명 높은 도로가 그리고 그 뒤쪽에도 도로나 바위 같은 단단한 지면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코스 홀 템플릿은 골프장 디자인 및 건설에 공공영역(public domain)으로 인정되어 왔고, 골프코스 디자인에 관한 저작권 소송이 거의 없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골프코스에 관한 저작권침해가 인정될 수 없는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골프코스가 단순한 지상 구조물에 불과하고 미국 저작권법의 해석상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와 같은 건축물도 1990년 저작권법 개정 이전에는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1990년에 개정됨으로써 비로소 건축물 또는 건축설계도의 디자인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 저작권법이 건축저작물을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건축물의 개념은 사람이 주거하는 주택이나 사무실과 같은 빌딩으로 좁게 규정했다. 따라서 건축저작물을 보호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골프코스는 빌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건축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폐기되었지만, 골프코스를 저작물로 보호하기 위한 개정안 (BIRDIE Act)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서 골프코스는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지만 그 설계도는 도형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1990년 저작권법 개정 이전에도 건축설계도와 골프코스설계도를 포함하여 창작성을 갖춘 도면은 모두 도형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었다. 다만 도형저작물의 저작권은 그 도면 자체의 복제에 한하여 효력을 인정받았고 그 도면에 따라서 제작되거나 시공된 3차원의 실용품 또는 건축물에까지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해석론이었고 현재도 그러한 해석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건축설계도 또는 골프코스설계도 자체를 무단복제하는 것은 저작권침해로 인정될 수 있지만, 그러한 설계도의 무단복제없이 단순히 건축물이나 골프코스를 복제, 시공하는 것은 도형저작물 저작권의 침해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1990년 저작권법 개정이 건축물의 디자인도 저작물의 하나로 규정하게 되면서, 설계도에 따라서 건축물을 시공하는 행위 및 건축물을 보고 건축물을 시공하는 행위가 비로소 건축저작물의 저작권침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골프코스는 미국 저작권법이 규정한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골프코스 자체의 저작물성을 인정받을 수 없고 설계도를 보고 골프코스를 시공하는 것도 설계도 저작권의 침해로 인정받을 수 없다.

Tour 18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저명 골프장을 찾아다닐 필요없이 18개 복제 홀(replica hole)들을 한 곳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Pebble Beach 등의 저명 골프장의 상표를 홍보자료와 스코어카드, 안내표시판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소비자들이 Tour 18은 Pebble Beach와 같은 저명 골프장의 복제 홀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비스주체의 혼동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Tour 18가 저명 골프장의 상표를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마치 저명 골프장의 허락을 받아서 복제 홀들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다면 그러한 허락 내지 후원에 관한 혼동으로 인하여 상표권의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Tour 18이 허락이나 후원관계에 관한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Pebble Beach 등의 저명 골프 홀을 복제사실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여전히 저명 골프장의 상표를 적법하게 표시하고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상표를 사용함에 있어서 출처표시로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의 설명에 필요한 사용은 공정이용 (fair use)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Pebble Beach 등 원고는 저명 골프 홀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무단 이용한 것이 trade dress 무단이용에 해당한다는 점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부정경쟁방지법도 영업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출처표시로 인식되고 그 무단이용으로 출처혼동이 있는 경우에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명 골프홀에 관한 trade dress 쟁점은 우리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쟁점이다. 연방항소법원은 저명한 골프 홀이 아름다운 것은 명백하지만 그 아름다운 이미지가 저명 골프장의 출처표시로서의 2차적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서 저명한 골프홀의 미적 형상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골프홀들이 자연경관과 함께 아름다운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Pebble Beach의 골프 홀이 소비자들에게 출처표시로서의 식별력과 주지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원고 골프홀 가운데 ‘항구 도시 등대 홀(Harbour Town lighthouse)’은 그린 너머에 빨간색과 흰색의 줄무늬로 장식된 등대가 강한 인상을 주고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서, 거의 동일한 등대홀을 만들고 홍보한 피고 Tour 18은 trade dress 무단이용의 책임을 진다고 판단되었다. 특정 골프홀의 미적형상이 독특하고 널리 알려져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특정 골프장의 출처표시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면 미국 상표법(Lanham Act) 및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trade dress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골프코스는 역사도 짧고 전세계 골프코스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미 다수의 저작권소송이 제기되었고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침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20165)도 나와서 전세계의 지재법을 선도(?)하고 있다. 10여년 전 ‘골프존’이 국내외 대부분 골프코스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golf simulation system)’을 제작하고 스크린골프영업장에 제공하였는데, 일부 국내 골프장과 그 설계기업들이 저작권침해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골프코스의 이미지를 스크린 영상에 이용한 것은 골프장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이 설계기업에 귀속되어 있고 골프장이 그 저작권을 양도받은 바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골프장의 저작권침해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골프장이 골프코스의 자연경관을 조성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했기 때문에 골프존이 골프코스 이미지를 무단사용한 것은 ‘성과물 무단사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2015나2016239). 이후 대법원은 골프코스 이미지 사용이 저작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성과물 무단사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골프존의 책임을 확인했다(대법원 2016다276467). 스크린골프의 영상 이미지는 티박스, 페어웨이, 벙커, 그린의 위치와 거리 및 경사 등의 데이터를 보여줄 뿐이고, 골프장의 출처표시에 관한 혼동을 일으킬만한 요소는 전혀 없고 저작권침해도 인정할 수 없는 사안인데,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혁신과 경쟁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불러일으킨 사례였다.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저작권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골프코스의 저작권은 창작자에 해당하는 설계기업들에 귀속된다고 전제했고, 이러한 판단에 힘을 얻은 설계기업들은 골프존이 설계도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골프코스 내에서 페어웨이·러프·벙커 등의 형태·배치·조합에 다른 골프코스와 구분될 정도로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어서, 골프코스 설계도는 건축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고, 골프존이 골프장 이미지를 이용한 것은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22446). 골프존은 골프코스 설계도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골프장을 항공촬영 등의 방법으로 확보한 이미지를 이용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파노라마의 자유 또는 공정이용에 관한 깊이있는 분석을 생략하고 저작권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스크린골프에 이용된 이미지는 구글 어스(Earth)스트리트뷰 (Street View), 네이버 거리뷰, 골프워치, GPS 거리측정기, 골프장 앱 등에서 이용된 이미지와 달라서 저작권침해의 책임이 인정된 것인지 아니면 항공촬영 또는 위성촬영의 방법으로 이미지를 확보해서 이용한 구글 등 IT기업들도 앞으로 모두 저작권침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해지는 순간이다.

골프코스 설계기업들이 항소한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골프코스 설계도가 골프게임의 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능적 요소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고, 전통적인 템플릿과 전혀 다른 독창적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자연경관과 함께 만들어진 골프코스의 미적 형상은 설계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 골프코스 설계도가 창작적 표현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건축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23나2003078). 앞으로 대법원이 골프코스 설계도에 미적형상이 표현되어 있다고 볼지, 설계도의 창작성을 어떻게 판단할지, 건축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없다면 도형저작물로서의 복제는 어느 범위에서 금지할 수 있는지 등등 흥미로운 쟁점에 관하여 어떻게 멋진 해석론을 이끌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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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성일시: 2026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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