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협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여제한과 지원금 반납 조치를 받으면, 그 조치의 효력을 둘러싼 다툼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협약이 어떤 성격의 계약인지, 협약 내용이 실제로 바뀌었는지, 제재가 지나친지와 함께 제재가 보조금 관련 법률이나 약관 규제와 어긋나는지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거래 지원사업의 공급기업이 전담기관을 상대로 참여제한 조치 무효 확인과 환수 채권 부존재 확인을 구한 소송에서, 제1심과 항소심 모두 피고인 전담기관의 소송대리를 맡았습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2025년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원고가 항소심에서 새로 편 보조금법·공공재정환수법 잠탈 주장과 약관법 위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 크롤링 데이터 수집 범위를 둘러싼 협약 분쟁의 전개
소프트웨어 회사인 원고는 데이터 거래 지원사업의 공급기업으로 지정되어, 전담기관인 피고 및 수요기업과 기간 약 6개월, 사업비 5천만 원대의 다자간 협약을 맺었습니다. 과제는 맞춤형 크롤러로 다크웹·해킹포럼의 데이터를 수집해 위협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하는 수요기업에 제공하는 것이었고, 인수기준은 '총 2,000 row 이상'을 협약 만료 전 1개월 이내에 1회 납품하는 것이었습니다.
협약을 맺은 뒤 원고와 수요기업은 주장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수집 대상 웹사이트를 125개 내지 130개로, 웹사이트당 게시물을 최대 500건으로 하고, 약 3개월 뒤부터는 매일 늘어난 게시물을 수집하는 내용으로 협의했습니다. 원고가 과제 달성을 내용으로 한 인수기준서에 날인을 요구하자 수요기업은 실제 협의한 내용과 다르다며 거부했고, 이후 해약을 신청했습니다.
피고는 해약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약을 승인하고 정부지원금 선금 3천만 원대의 반납을 요청했으며, 이어 승인 없이 임의로 데이터 제공·가공 범위 등 협약 내용을 변경하였다는 이유로 참여제한 2년을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면 합의도 임의 변경도 없었고 협약에 따라 결과물을 제공했으며, 조치가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습니다. 제1심에서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원고는 항소하면서 보조금법·공공재정환수법 잠탈 주장과 약관법 위반 주장을 더했습니다.
3. 법무법인 원 정석윤 변호사, 고인선 변호사, 한용현 변호사가 대리한 사건에서 법원이 본 여섯 쟁점
가. 협약은 공법상 계약, 소송은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피고 측은 협약이 일반적인 사법상 계약이고, 사업 관리규정의 전속적 관할합의에 따라 이 사건 소가 관할을 위반하였다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50025 판결의 법리와 행정기본법 제27조 제1항을 들어 협약을 공법상 계약으로 보고, 환수의무와 참여제한 수인의무를 둘러싼 분쟁은 공법상 당사자소송이라고 판단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근거로 협약에 관리규정·운영지침 등 공법 관계 규정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어 있고, 피고가 협약 해지·정부지원금 환수·참여제한 등의 제재 권한을 가진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나. Q: 협약과제와 다르게 수집 범위를 협의하면 제재 사유가 됩니까?
이 사건에서는 제재 사유가 인정되었습니다. 협약과제는 '총 2,000 row 이상'을 협약 만료 전 1개월 이내에 1회 납품하는 것이었지만, 수집 대상 웹사이트의 수량은 협약과제에 나타나 있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웹사이트 수량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면서 수집 대상 데이터의 수량(매일 약 50,000 row)이 협약과제와 판이하게 달라졌고 공급시기도 달라졌다며, 전담기관의 승인 없이 임의로 협약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두 기업의 주장이 엇갈리고 수요기업이 인수기준서 날인을 거부한 뒤 해약을 신청한 점까지 더해, 협약에 명시되지 않은 거래 내용 및 조건으로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사유도 인정되었습니다.
다. 원고의 증거로는 변경된 협약 내용의 이행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협약에 따라 결과물을 제공하였으므로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변경된 협약 내용을 모두 이행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고, 원고가 웹사이트 수량을 중요하게 보면서도 과제에는 데이터 수량만 최소한으로 적어 두고 협약 체결 뒤 별도로 합의해 분쟁의 단초를 제공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수요기업이 일방적으로 부당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법원은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라. 참여제한과 환수가 비례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측은 협약이 사법상 계약이어서 비례의 원칙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다투었으나, 법원은 공법상 계약의 해석과 적용에도 행정기본법 제10조의 비례의 원칙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공공사업의 협약과 규정을 위반한 공급기업을 제재할 공익상의 필요가 있고, 각 조치는 제재기준에 그대로 부합한다고 하였습니다. 제재기준에 일부 환수 규정이 없어 전액 환수가 원칙이라고 보이고, 참여제한은 이 사건 사업에 한정되어 원고가 받을 사익의 침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례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 계약에 따른 환수·참여제한이 보조금 관련 법률을 잠탈하였다는 주장도 배척되었습니다
원고는 항소심에서 정부지원금이 보조금이나 공공재정지급금에 해당하는데도 피고가 협약에 따라 조치를 하여 관련 법률을 잠탈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은 행정기본법 제27조 제1항에 비추어, 공법상 계약인 협약에서 관계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라면 법령상 근거 없이도 환수나 참여제한 조치를 약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 원고와 수요기업이 실제 협의와 다르게 1회 수행만으로도 달성 가능한 낮은 값으로 협약을 체결한 뒤 다른 내용으로 사업을 진행하였으므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1항 제1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원고가 협약에 근거해 정부지원금을 받았고 조치도 협약에 근거하였으므로,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호에 따라 그 법률의 적용이 제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바. 약관으로 보더라도 제재기준이 약관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협약이 약관에 해당하는데 참여제한 기준과 환수 범위를 정하지 않아 뜻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은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3913 판결에 따라 약관을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고, 그 뒤에도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법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재 근거 규정을 약관으로 보더라도 승인 없는 협약 내용 변경을 제재사유로 둔 것은 지원 사업을 더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전액 환수와 이 사건 사업에 한정된 2년 참여제한도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해석이라고 보기 어려워, 제재기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지원사업 협약의 내용을 바꾸기 전에 확인할 점
이 사건은 정부지원사업 협약이 공법상 계약으로 다루어진 사안에서,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전담기관의 승인 없이 수집 범위와 납품 주기를 바꾸어 협의하면 제재 사유가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법원은 협약과제에 적힌 수치에 형식적으로 맞는 면이 있어도, 협약과제에 없던 웹사이트 수량을 중심으로 수집량과 공급시기가 달라졌다면 협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은 공법상 계약인 협약에서 환수와 참여제한을 약정할 수 있다고 보아 보조금 관련 법률을 잠탈하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제재기준을 약관으로 보더라도 약관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재의 적정성은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판단되었지만, 제재기준에 부합하는 조치이고 참여제한이 그 사업에 한정된다는 점이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협약과제와 실제 거래 조건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면, 협약서와 운영지침이 정한 변경 신청과 전담기관의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부터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건 제1심은 법무법인 원 공공행정팀이, 항소심은 한용현 변호사가 수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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