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이나 대여금, 미수금과 공사대금을 여러 번 요구해도 상대가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곧 주겠다는 말만 반복되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소멸시효는 계속 진행되고 자료도 흩어집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말이 아니라 문서로 요구를 남기는 판단이 필요해집니다.
이때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입니다. 다만 보내기 전에 그 문서가 어떤 법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부터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2. 보내 두기만 하면 권리가 지켜진다는 생각의 사각지대
내용증명을 보내 두면 그것으로 권리를 지켰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체국이 발송 사실을 증명해 주니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Q: 내용증명을 보내 두면 소멸시효가 멈추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174조는 최고가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나 압류·가압류 등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보냈는지를 남겨 두는 장치일 뿐입니다. 그 최고가 도달한 뒤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나 압류·가압류·가처분 등이 뒤따라야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됩니다. 다만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이행 유예를 구한 경우에는 그 회답을 받은 때부터 6개월을 셉니다.
요구를 적는 방식도 그대로 두면 곤란합니다. 최고에 기간을 반드시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최고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해제권이 생기지만, 실제 채권액보다 현저히 부풀린 금액을 요구하면서 그 전액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 뒤에 이어질 해제 주장이 흔들립니다.
최고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민법 제174조가 정한 후속절차를 밟아야 유지되고,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다카2337 판결은 최고를 여러 번 거듭하더라도 재판상 청구에서 소급한 6월 이내의 최고만 효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지급명령과 가압류, 소 제기 가운데 무엇을 언제 할지 발송 시점에 함께 정해 두어야 합니다. 다만 상대의 답신에서 채무의 존재와 액수에 관한 인식이 드러나면 민법 제168조 제3호의 승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 답신은 그대로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 이행청구의 시점을 문서로 남깁니다
민법 제387조 제2항에 따라 기한이 없는 채무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생깁니다. 다만 반환시기를 정하지 않은 대여금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하여야 하므로 그 기간이 지나야 지체가 됩니다. 그 기산점이 곧 지연손해금의 출발점이 되므로 요구 금액과 계산 근거를 함께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뒤에 소송으로 넘어가더라도 그 문서가 청구원인을 정리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라. 해제를 염두에 둔다면 기간과 금액을 신중히 정합니다
민법 제544조 본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뒤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을 뜻을 표시하면 최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930 판결은 최고액이 현저히 과다하고 그 금액을 주지 않으면 받지 않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면 그 최고가 부적법하다고 보았으므로, 그 두 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그 최고에 터잡은 해제는 효력이 없습니다. 법무법인 태산로펌 이형재 대표변호사는 채권 회수와 계약 분쟁에서 이 점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4. 보내기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것
먼저 요구의 내용입니다. 무엇을 근거로 얼마를 언제까지 이행하라는 것인지 한 문장으로 정리되어야 뒤의 절차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적어 둔 문언은 뒤에 서증으로 남아 상대가 그대로 인용하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넣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상대가 우편물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령을 거절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표시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소가 잘못되었거나 부재로 상대방이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이지 못한 경우에는 도달 자체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19973 판결은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령을 거절한 경우에도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인 때에 효력이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반송된 우편은 도달을 다투기 쉬우므로 다른 연락 경로를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은 그다음 절차의 일정입니다. 6개월이라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지급명령과 보전처분 가운데 무엇을 언제 낼지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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