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 링크 복사하기
[손해배상(산)][공1999.4.1.(79),538]

판시사항

[1] 가해자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제3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가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2] 사용자가 피용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지는지 여부(적극)

[3]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4] 인화성 물질 등이 산재한 밀폐된 신축 중인 건물 내부에서 용접작업 등 화재 발생 우려가 많은 작업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여 피용자가 사망한 사고에서 공사수급인은 건물의 점유자로서 그 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사용자는 피용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각 부담하며, 그 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이 적용될 뿐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은 적용되지 아니한다.

[4] 인화성 물질 등이 산재한 밀폐된 신축 중인 건물 내부에서 용접작업 등 화재 발생 우려가 많은 작업을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여 피용자가 사망한 사고에서 공사수급인은 건물의 점유자로서 그 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사용자는 피용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각 부담하며, 그 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사례.

원고,선정당사자,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효석)

피고,피상고인

성원산업개발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건웅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와 상고이유보충서 중 상고이유 보충 부분을 함께 판단한다.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성원산업개발 주식회사(이하 피고 성원이라 한다)는 1992. 6. 10. 조달청장으로부터 경기 이천군 대월면 대대리 88 지상의 농수산물유통센타 창고(이천비축창고) 증축공사 중 토목건축공사 부분을, 피고 2는 같은 달 9. 위 증축공사 중 전기공사 부분을 각각 수급하여 시행하여 온 사실, 피고 2의 피용자인 소외 1은 1993. 7. 14. 13:32경 위 증축공사현장의 2층 201호실에서 전선가설용 천장틀인 케이블 트레이의 연결작업을 하던 중, 그 바로 밑에 있는 1층 106호실 부근에서 최초로 발화한 불이 1층 벽면 내부에 단열재로 시공한 우레탄과 2층에 저장하고 있던 우레탄에 순차적으로 옮겨 붙어 순식간에 2층으로 연소되는 바람에, 전신화상을 입고 현장에서 심폐기능 정지로 사망(소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화재는 위 건물 1층 102호실에서 용접공들이 용접작업을 하던 중 용접 불꽃이 주변에 있던 신나 등 인화물질에 튀어 발화하였거나 건물에 설치되어 있던 전선의 합선으로 인하여 발화한 것이라는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 한다) 및 선정자들의 주장에 대하여, 그 주장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증거취사 및 사실인정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

제1점은 이유 없다.

제2, 3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성원은 자신이 수급한 공사 중 일부를 소외 주식회사 삼건엔지니어링 등에게 하도급 주어 그들로 하여금 공사를 시행하게 하였는데, 사고 당일 공사현장에서 작업한 인부 약 92명 중 피고 2에게 소속된 인부들은 같은 피고의 현장감독인 소외 2의, 그 외에 피고 성원 및 그 하도급업체에 소속된 인부들은 피고 성원의 현장감독인 소외 3의 지휘·감독하에 작업을 한 사실, 피고 성원 및 그 하도급업체들이 사고 당일 실시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주된 작업은 건물 내벽 등에 우레탄을 뿌리는 작업과 우레탄이 굳은 다음 실내에서 시행할 배관작업, 건물 내벽에 대한 페인트 작업 등이었던 사실, 사고 무렵 이 사건 건물 내부에는 페인트 작업을 위한 신나나 배관작업을 위한 산소용접기와 가스절단기 사용에 필요한 산소통과 프로판가스통 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 도처에 방치되어 있었고, 그 외에도 합판 등이 쌓여 있어 용접 불꽃 등으로 인한 화기(화기)가 이러한 인화성 물질에 인화될 경우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불이 번질 우려가 있었던 사실을 엿볼 수 있는바, 위 건물 1층에서 발화한 불이 순식간에 건물 1층은 물론 2층에까지 번짐으로써 망인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하기에 이른 것은 어떠한 원인으로 발화한 불이 건물 내부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에 인화됨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만일 사실이 그와 같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 다수의 인부들이 밀폐되다시피 한 건물 내부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고, 더욱이 그 작업 내용이 용접작업 등 화재 발생의 우려가 있는 작업이었던 관계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았으므로, 피고 성원으로서는 화재의 발생에 대비하여 자신이 관리하는 공사현장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을 제대로 정리한 다음 인부들로 하여금 작업하도록 하는 등 화재 발생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한 채 그들로 하여금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고, 피고 2로서도 피고 성원으로 하여금 공사현장 도처에 널려 있던 이러한 인화성 물질을 정리하게 한 다음 피용자들로 하여금 공사를 하게 하는 등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망인을 포함한 소속 인부들로 하여금 현장에서 작업하게 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인바(사고 당일 오전 신나를 사용하여 페인트 작업을 하였다면, 작업 종료 후 이러한 물질을 건물 내부에 방치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 환기 등을 통하여 밀폐되다시피 한 건물 내부에서 인화성이 강한 성분을 완전히 배출한 다음 용접 등 다른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용접 등 다른 작업이 종료된 후 페인트 작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면, 다른 작업시 건물 내부에 신나와 같은 인화성 물질을 방치하여 두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 사건 화재의 발화의 직접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이러한 피고들의 과실 또한 망인이 사망하게 된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 성원은 공사중인 이 사건 건물의 점유자로서 그 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피고 2는 위 소외 4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의 안전을 위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고, 이들의 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758조 제1항 이 적용될 뿐 실화책임에관한법률 은 적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34112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건물 내부에 신나 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 방치되어 있었다면, 신축공사가 진행중인 이 사건 건물은 사회통념상 공사현장으로서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화재는 이러한 하자로 인하여 통상의 연소과정과는 달리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대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화재에 관하여 피고들에게 중과실이 없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화재의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성원과 사고 당일 공사현장에서 작업한 다른 업체들과의 관계, 피고들이 사고 당일 어떠한 작업을 하였고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 신나 등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 방치되어 있었는지, 또 이러한 인화성 물질이 순식간에 화재가 건물 전체로 번지게 된 데에 대한 어떠한 원인을 제공한 것인지 등에 관하여 보다 상세히 심리하여 이 사건 화재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게 된 것이 공사현장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이 이 사건 화재의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피고들이 망인 등에게 소방복을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및 선정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 가해자의 과실이나 실화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박준서 이돈희(주심) 이임수

  • 검색
  • 맨위로
  • 페이지업
  • 페이지다운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