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이전등기말소]
판시사항
[1]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를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2] 공탁서 정정의 허용 범위 및 '갑 및 을'로 되어 있는 피공탁자 명의를 '갑' 1인으로 하는 공탁서 정정의 허부
판결요지
[1]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2] 공탁서의 정정은 공탁신청이 수리된 후 공탁서의 착오 기재가 발견된 때에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인데, '갑 및 을' 2인으로 되어 있는 피공탁자 명의를 '갑' 1인으로 정정하는 것은 단순한 착오 기재의 정정에 그치지 아니하고 공탁에 의하여 형성된 실체관계의 변경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는 내용의 정정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제1항
[2] 공탁법 제4조, 공탁사무처리규칙 제27조의2
참조판례
피고,피상고인
한국토지개발공사
원심판결
서울민사지방법원 1994. 7. 21. 선고 93나4972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와 소외 1을 피공탁자로 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공탁한 후 1992. 3.경까지 사이에 원고로부터 공탁서의 피공탁자 명의를 원고 1인으로 정정하여 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고서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다가 1993. 3.경에 이르러 원고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위 공탁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자진하여 이 사건 토지를 반환하거나 재매수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피고가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이 사건 제소와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 오자 같은 해 6.경 원심판시와 같은 공탁서 정정 절차를 밟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피고는 원고의 공탁서 정정 요청을 계속 거절해 온 점에 비추어 위 정정 요청으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어떠한 신의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가 공탁서 정정을 하게 된 것은 원고에 의하여 창출된 신의에 기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원고를 대리한 변호사의 지적에 따라 위 공탁에 무효사유가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원고측의 무효 주장을 면하기 위하여 취하게 된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을 놓고 보더라도, 원고가 공탁서 정정을 요청하게 된 것은 피고가 토지수용법상의 관련 규정에 위배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수용보상금을 소유자와 지상권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 또는 공탁하지 아니하고 양인을 피공탁자로 하여 일괄 공탁한 잘못에서 연유한 것이고, 원고가 그 후 공탁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여 이 사건 제소에 이르게 된 것도 사업시행자라는 우월한 지위에서 손실보상의 주체가 된 피고가 수차에 걸친 원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위법을 스스로 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수용재결 후 무려 3년이 넘도록 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을 가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점, 공탁서의 정정은 공탁신청이 수리된 후 공탁서의 착오 기재가 발견된 때에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원고 및 소외 오교철' 2인으로 되어 있는 피공탁자 명의를 '원고' 1인으로 정정하는 것은 단순한 착오 기재의 정정에 그치지 아니하고 공탁에 의하여 형성된 실체관계의 변경을 가져오는 것으로서 공탁의 동일성을 해하는 내용의 정정이므로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원심판시와 같은 공탁서의 정정이 있었다고 하여 이로써 당초부터 토지수용법상의 개별지급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던 공탁이 유효로 전환될 리는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찰하면, 가사 피고가 원고가 여전히 공탁서 정정을 원하고 있다고 믿고 위와 같은 공탁서의 정정 절차를 밟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믿음을 가진 데에는 적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원고가 공탁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설시의 이유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