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범죄에서의 '문서'의 개념과 기능
1. '문서'의 의의
문서란 문자 또는 이를 대신하는 부호에 의해 사상이나 관념을 표시하는 물체로서(통설), 광의의 문서에는 문자로 표시된 협의의 문서 외에 도화가 포함된다.
문서의 개념은 ① 문자 또는 부호에 의한 의사표시일 것(계속적 기능), ②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거나 증명할 수 있을 것(증명기능), ③ 작성명의인을 인식시켜 줄 수 있을 것(보장적 기능)이라는 세 요소를 갖는다.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 문서라 함은 문자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는 가독적 부호로 계속적으로 물체 상에 기재된 의사 또는 관념의 표시인 원본 또는 이와 사회적 기능, 신용성 등을 동시할 수 있는 기계적 방법에 의한 복사본으로서 그 내용이 법률상, 사회 생활상 주요 사항에 관한 증거로 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대판 1995.9.5. 95도1269). |
2. 문서의 3대 기능(1): 계속기능
가. 의의
문서는 사람의 의사가 표시된 것으로 계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서는 문자 또는 이에 대신할 부호에 의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계속성이 인정되는바, 이는 형법상 문서개념의 중심표지이다. 다만 문서의 계속성은 영구적일 필요는 없다.
1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이미지 파일을 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우에 그때마다 전자적 반응을 일으켜 화면에 나타나는 것에 지나지 않아서 계속적으로 화면에 고정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문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피고인이 컴퓨터 스캔 작업을 통하여 만들어낸 공인중개사 자격증의 이미지 파일은 전자기록으로서 전자기록 장치에 전자적 형태로서 고정되어 계속성이 있다고 볼 수는 있으나, 그러한 형태는 그 자체로서 시각적 방법에 의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 있어서의 ‘문서’로 보기 어렵다(대판 2008.4.10. 2008도1013). 2 피고인이 작성한 사무실전세계약서 원본을 스캐너로 복사하여 컴퓨터 화면에 띄운 후 포토샵을 이용하여 보증금액 “일천만 원, 10,000,000원”을 지워 보증금액을 공란으로 만든 후 그 자리에서 사무실전세계약서를 프린터로 출력하고, 검정색 볼펜으로 보증금액 공란에 “삼천만 원, 30,000,000원”으로 변조하고, 그 자리에서 그 변조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 변조한 사무실전세계약서를 마치 진정한 것처럼 팩스로 송부한 경우,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적시된 범죄사실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상의 이미지’를 변조하고 이를 행사한 행위가 아니라 ‘프린터로 출력된 문서’인 사무실전세계약서를 변조하고 이를 행사한 행위임을 알 수 있다(대판 2011.11.10. 2011도10468). |
나. 의사 또는 관념의 표시
문서는 사람의 의사ㆍ관념을 외부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때 민법상 무효ㆍ취소사유가 있는 의사표시라도 일정한 형식ㆍ요건을 갖춘 것인 한 문서이다(김일수/서보학, 713쪽).
따라서 의사ㆍ관념의 표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문서가 아니고(ex. 번호표, 명찰, 문패, 제조상품의 일련번호), 또한 물건의 형상이나 그 현존 자체가 증명의 대상인 검증의 목적물이나 표지가 되는 지문, 족적, 혈흔 등도 문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전자적 기계의 작동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외부상황이 기록된 기계적 기록은 의사ㆍ관념의 표시라고 할 수 없으므로 문서가 아니다(이재상, 533쪽; 김일수/서보학, 699쪽; 임웅, 623쪽).
예컨대 자동차의 주행기록, 택시요금ㆍ전기요금ㆍ수도요금ㆍ도시가스요금 등의 기록미터기, 환경오염전광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후불식 전화카드처럼 기계적 기록 내지 전자적 기록이 자기띠에 수록되어 있어서 이 자기띠가 카드번호와 카드발행인 등이 문자로 인쇄된 플라스틱 카드에 부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자기띠부분은 카드의 나머지 부분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전체가 하나의 문서를 구성한다(대판 2002.6.25. 2002도461).
신용카드 역시 그것에 표시된 사람이 카드회원이며 그 회원은 가맹점에서 현금을 지급함이 없이 카드를 제시하고 매출전표에 서명함으로써 물품을 구입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카드발행인의 의사표시가 축약된 것이므로 사문서에 해당한다(김일수/서보학, 694쪽; 강동범, “신용카드범죄의 실태와 형법적 대응”, 형사정책연구, 6권2호(1995년), 115쪽; 김문환, “판례로 본 크레디트카드범죄(하)”, 판례월보. 6/1988, 58쪽; 이상돈, “신용카드의 절도와 사기”, 고시연구 1/1995, 125쪽).
다. 표시의 방법
의사표시의 방법은 문자 또는 부호를 불문한다.
이 때 문자는 어느 나라 문자를 사용하더라도 관계없으며, 부호는 가독적 부호이면 족하고, 반드시 발음적 부호일 필요는 없다. 예컨대 수학ㆍ논리학ㆍ통계학의 상징물, 전신부호, 속기용부호, 맹인용 점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이재상, 534쪽; 김일수/서보학, 700쪽; 임웅, 623쪽).
다만 특정인만이 해독할 수 있는 부호(암호)는 의사표시의 방법이 될 수 없다.
라. 의사표시의 정도
의사ㆍ관념은 구체적ㆍ확정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소설ㆍ시ㆍ노래가사 등의 예술작품 및 연애편지도 의사ㆍ관념을 추상적으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고 구체성이 없으므로 문서가 아니다(임웅, 625쪽).
마. 표시의 지속성
① 문서는 의사ㆍ관념이 물체에 화체되어 계속성을 가져야 한다(이재상, 535쪽; 김일수/서보학, 702쪽).
지속성이 인정되는 이상 잉크나 타자기 등에 의하여 표시된 것임을 요하지 않고 연필로 기재된 것이라도 문서가 될 수 있다. 의사가 표시되는 물체도 반드시 종이일 필요는 없다. 목편ㆍ금속ㆍ도자기ㆍ플라스틱ㆍ가죽ㆍ석재 등에 기재된 것도 문서가 될 수 있다.
② 표시된 의사내용은 시각적으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속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음반이나 녹음테이프와 같이 청각에 의하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문서가 아니다(이재상, 535쪽; 김일수/서보학, 702쪽; 임웅, 623쪽).
이에 더하여 필름ㆍ비디오테이프ㆍ환등기필름ㆍ컴퓨터입력자료와 같이 시각영상을 통해 스크린에 상영되는 의사표시도 아직 문서가 아니다.
3. 문서의 3대 기능(2): 증명기능
문서는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증명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문서의 증명기능은 증명능력과 증명의사를 내용으로 한다.
가. 증명능력
① 문서의 내용은 일정한 법률관계와 사회생활의 중요사항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증명능력은 사문서, 공문서 모두에 대해 그 개념요소가 된다(김일수/서보학, 702쪽).
여기서 법률상 중요사실이라 함은 권리ㆍ의무의 발생ㆍ유지ㆍ변경ㆍ소멸과 관련된 법률상 중요사실을 표시한 문서와 관련되는 것이다(ex. 매매계약서, 예금인출청구서, 유언장, 고소장).
반면에 사회생활상 중요사실이라 함은 권리ㆍ의무 이외의 사항으로서 사회생활상 중요사실을 표시한 문서와 관련되는 것이다(ex. 신분증명서, 회의록, 영수증, 이력서, 추천서).
② 문서죄는 그 객체로서 진정문서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가에 대해서는
ⅰ) 문서의 증명능력은 진정한 문서를 전제로 하므로 부진정문서의 작성은 문서에 관한 죄를 구성하지만, 부진정문서 그 자체는 문서위조ㆍ변조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적극설(통설, 판례)(이재상, 536쪽; 김일수/서보학, 704쪽; 배종대, 627쪽; 박상기, 480쪽; 정성근, 704쪽. 다만 김일수 교수는 부진정문서 자체가 문서위조⋅변조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부진정문서의 증명능력은 인정하는 입장이다)과
ⅱ) 문서변조죄의 객체는 진정문서이지만 문서위조죄의 객체는 부진정문서라는 소극설(임웅, 627쪽)이 대립한다.
ⅲ) 결론적으로 부진정문서는 해당문서가 위조ㆍ변조되었다는 사실을 조사하기 위한 검증의 목적물에 불과하고, 또한 부진정문서는 범죄행위의 결과로 창출된 작품일 뿐 행위객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진정문서만이 문서죄의 객체가 된다는 적극설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공문서변조라 함은 권한 없이 이미 진정하게 성립된 공무원 또는 공무소명의의 문서내용에 대하여 그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할 정도로 변경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할 것이므로 이미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는 형법 제225조 소정의 공문서변조죄의 객체가 되지 아니한다(대판 1986.11.11. 86도1984). |
나. 증명의사
문서는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므로 증명의사가 필요하다. 이 때 증명의사는 확정적 증명의사를 의미한다(이재상, 536쪽; 임웅, 627쪽; 배종대, 627쪽; 정성근, 704쪽). 따라서 확정적 증명의사가 없는 초안은 문서가 아니지만, 가계약서ㆍ가영수증은 확정적 의사를 가지고 있으므로 문서성이 인정된다.
한편, 증명의사와 관련된 것으로 목적문서와 우연문서를 언급할 수 있는데, 목적문서는 처음부터 증명의사로 작성된 문서임에 반하여, 우연문서는 증명의사가 사후에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공문서는 항상 목적문서이며, 사문서는 양자가 포함될 수 있다.
4. 문서의 3대 기능(3): 보장기능
의사표시의 내용을 보증할 수 있는 의사표시의 주체, 즉 명의인이 있어야 한다.
가. 명의인
작성명의인이란 문서에 나타난 의사나 관념 표시의 주체이다. 즉 육체적 관점이 아니라 정신적 관점에서 보아 의사ㆍ관념 표시의 내용이 유래된 자(정신설), 의사ㆍ관념 표시의 내용이 귀속되는 자가 명의인이다(임웅, 628쪽).
따라서 대리인에 의한 의사표시에서는 대리인이 아니라 대리권수여자가 작성명의인이 된다. 여기서 명의인은 자연인ㆍ법인ㆍ법인격 없는 단체를 불문하며, 명의인이 문서의 실제작성자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문서위조죄는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구비하면 성립되는 것이고 자연인 아닌 법인 또는 단체명의의 문서에 있어서는 요건이 구비된 이상 그 문서작성자로 표시된 사람의 실존 여부는 위조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대판 2003.9.26. 2003도3729). |
나. 명의인의 특정
명의인이 특정되지 아니한 문서는 그 진정을 보호해야 할 실익이 없으므로 명의인은 특정되어야 한다(김일수/서보학, 705쪽; 임웅, 628쪽; 배종대, 628쪽; 정성근, 705쪽).
따라서 작성명의인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서 문서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익명의 사상표현은 문서가 아니다. 이 때 명의인이 특정되어 있으면 반드시 그 성명이 표시될 필요는 없고, 또한 문서내용ㆍ형식ㆍ내용 등으로 명의인을 알 수 있으면 되고 서명ㆍ날인은 필요 없다.
당사자 사이에서는 누구인가를 바로 인식할 수 있는 한 가령 ‘사랑하는 아무개’라는 식의 표현으로도 명의인의 특정이 인정될 수 있다.
1 사문서위조죄는 작성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경우에 성립되는 것으로서, 문서에 작성명의인이 명시되어 있지는 아니하더라도, 문서의 내용, 형식, 체제 등에 비추어 그 문서 자체에 의하여 그 작성명의인을 판별할 수 있어야만 사문서위조죄의 객체가 되는 문서로 볼 수 있다(대판 1992.5.26. 92도353). 2 사문서의 작성명의자의 인장이 찍히지 아니하였더라도 그 사람의 상호와 성명이 기재되어 그 명의자의 문서로 믿을 만한 형식과 외관을 갖춘 경우에는 사문서위조죄에 있어서의 사문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대판 2000.2.11. 99도4819). |
다. 명의인의 실재 요부
문서의 명의인이 실재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① 학설은 사자와 허무인 명의의 문서라도 공문서ㆍ사문서 구별없이 일반인에게 진정한 문서로 오신될 염려가 있으면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이 저해될 수 있으므로 명의인이 실재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인 반면에(이재상, 538쪽; 김일수/서보학, 707쪽; 임웅, 629쪽; 배종대, 628쪽; 박상기, 481쪽; 정성근, 706쪽; 오영근, 826쪽; 김성천/김형준, 680쪽)
② 종래 판례는 공문서는 명의인이 실재할 필요가 없지만, 사문서는 명의인이 실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사자명의의 사문서에 대해 작성일자가 명의자의 생존 중의 일자에 한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③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하여 학설과 마찬가지로 공문서ㆍ사문서 불문하고 명의인이 실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판례를 변경한 바 있다.
1 문서위조죄는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문서위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한 이상 그 명의인이 실재하지 않는 허무인이거나 또는 문서의 작성일자 전에 이미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문서 역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는 공문서뿐만 아니라 사문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대판 2005.2.24. 2002도18. 전원합의체). *사실관계: 甲은 중국 중의사 및 침구사 시험에 응시할 사람을 모집한 후 그들을 중국에 데려가 응시원서의 제출을 대행하면서 응시생의 임상경력증명서가 필요하게 되자, 임상경력증명서 양식에 응시생의 이름과 생년월일 및 학습기간 등을 기재한 다음, 의원직인란에 실재하지 않는 강남한의원이라고 기재하고 그 옆에 임의로 새긴 강남한의원의 직인을 날인하여 강남한의원 명의의 임상경력증명서를 위조한 것을 비롯하여, 동일한의원과 일심한의원 명의의 임상경력증명서를 같은 방법으로 각 위조하여 행사하였다. 2 문서위조죄의 성립에 있어서 명의인이 실재하지 않는 허무인이거나 또는 문서의 작성일자 전에 이미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문서 역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공문서와 사문서를 가리지 아니하고 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러한 법리는 법률적, 사회적으로 자연인과 같이 활동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대판 2005.3.23. 2003도4943). |
5. 도화
도화란 문자 이외의 상징적 부호로 사상을 표현한 것을 말한다(ex. 지적도, 인체도). 도화는 의사ㆍ관념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문서와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계속적 기능, 증명적 기능, 보장적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도화에는 의사표시가 들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미술작품인 회화는 여기의 도화에 해당되지 않는다(통설). 판례는 담뱃갑은 문서 등 위조의 대상인 도화에 해당하고(대판 2010.7.29. 2010도2705)., 지적도는 형법 제225조 소정의 공무소가 비치한 도화에 해당한다(대판 1980.8.12. 80도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