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디자인권 무효 심판: ‘물품유사성’과 ‘창작용이성’ 판단 기준 – 테이블매트·마우스패드 사례 (특허법원 2023. 2. 16. 선고 2022허4109)
컴퓨터의 보편화는 다양한 보조 용품의 등장을 이끌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우스의 정밀한 움직임을 돕는 마우스패드이다. 마우스패드는 기능적 역할을 넘어, 사용자의 개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의 유사성을 판정하는 과정에서, 두 디자인이 적용된 물품의 동일성 혹은 유사성은 핵심적인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특정 마우스패드 디자인의 권리 범위를 명확히 하려면, 기존에 존재하던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품의 디자인과 비교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테이블매트'가 과연 '마우스패드'와 유사한 물품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쟁점이 발생한다.
이하에서는 관련 디자인 분쟁 판례를 통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한다.
# 사건의 개요
A는 2020년 9월 25일 '마우스패드'를 대상 물품으로 하는 디자인(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출원하여 2021년 7월 21일 최종 등록을 마쳤다. 한편, B는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동일한 형태의 마우스패드를 제조 및 판매하는 사업자였다. A는 B의 행위가 자신의 디자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법원에 디자인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B는 특허심판원에 A의 디자인권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통상의 기술을 가진 디자이너라면 선행디자인 1, 2, 4, 5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다고 보았다(특허심판원 2022. 6. 24. 2022당918 심결). 이를 근거로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1항 제2호 및 제33조 제2항에 의거하여 등록이 무효라고 판단, B의 청구를 인용하는 심결을 내렸다. A는 이 심결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 특허법원에서의 양측 입장
1. B(무효 주장 측)의 논리
B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① 선행디자인 4와 5의 대상 물품은 '테이블매트'이다. 이는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마우스패드'와 용도상 혼용이 가능하므로 유사 물품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ⅰ) 전체적인 외형이 출원 이전에 공개된 선행디자인들과 유사하여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 제3호의 신규성 요건을 위반했거나,
ⅱ) 통상의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 1, 2, 3, 5, 6에 선행디자인 4의 형태를 결합하여 손쉽게 창작할 수 있으므로 동법 제33조 제2항의 창작용이성 규정을 위반했다. 따라서 등록이 무효이다.
2. A(권리자 측)의 반론
A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반박했다.
① 디자인의 유사성은 물품의 유사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마우스패드'와 선행디자인 4, 5의 '테이블매트'는 본질적으로 다른 물품이다.
② 마우스패드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디자인 변형의 폭이 좁으므로, 유사성 판단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들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심미감을 제공하므로 유사하지 않다.
# 특허법원의 판단 (특허법원 2023. 2. 16. 선고 2022허4109 판결)
1. '테이블매트'와 '마우스패드'의 물품 유사성에 대하여
특허법원은 두 물품의 용도와 기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두 물품 모두 주거 실내 공간에서 사용되고, 마우스나 식기류와 같은 가벼운 물건을 올려놓는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다. 또한, 각 형태는 상호 전용이 가능하여 통상의 디자이너라면 테이블매트의 형상과 모양을 마우스패드 디자인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물품은 유사한 범주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2. 납작한 판 형태 디자인의 대비 방법
특허법원은 마우스패드와 테이블매트 모두 평평한 판 형태로, 책상이나 식탁 위에 놓이는 특성상 정면이 사용자의 주의를 가장 끄는 핵심 부분이라고 보았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후722판결)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미감이 달라질 경우 가장 유사하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놓고 비교해야 한다. 두 물품 모두 사용자가 임의로 회전시켜 사용할 수 있으므로, 특허법원은 선행디자인들을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유사한 각도로 회전시키거나 좌우를 대칭하여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후722 판결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이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대비할 것이 아니라 그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이한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면 세부적인 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유사하다고 보아야 하고(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0후3388 판결,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5후2274 판결 등 참조), 보는 방향에 따라 느껴지는 미감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 경우에는 그 미감이 같게 느껴지는 방향으로 두고 이를 대비하여 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후490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후4830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 등록디자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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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디자인 1 | 선행디자인 2 | 선행디자인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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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들의 유사성 여부
결론적으로, 특허법원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통상의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 1, 2, 5 중 어느 하나의 공지된 형태를 바탕으로, 해당 디자인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 창작 기법이나 표현 방식(곡률 또는 편평도 변경 등)을 적용하여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특허심판원의 결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등록 무효 사유가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특허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선행디자인 1, 2, 5와 비교했을 때, 전체적인 미감과 인상을 결정하는 지배적 특징이 다음과 같은 공통점으로 인해 유사하다고 보았다.
공통점 ①: 전체적으로 세 개의 꼭짓점이 둥글게 처리되고 세 변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결된 조약돌과 유사한 삼각형의 형상이다.
공통점 ②: 중앙에 가상의 수직선을 설정했을 때, 삼각형의 오른쪽 부분이 왼쪽 부분보다 상대적으로 더 넓은 비대칭적 형태이다.
공통점 ③: 삼각형 상단 꼭짓점에서 양변으로 접선을 그렸을 때, 오른쪽 변의 기울기가 왼쪽 변보다 더 가파른 형태이다.
물론, 각 디자인 간에는 곡률이나 편평한 정도에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조약돌 형태의 마우스패드에서 이러한 곡률이나 편평도를 조정하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통상적인 창작 수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선행디자인들의 각 꼭짓점 곡률이나 하단 변의 편평도를 변경하는 데에 특별한 창작적 고뇌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특허법원 2023. 2. 16. 선고 2022허4109 판결 판시 요지 (1)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1, 2, 5를 대비하여 보면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각 꼭지점 부분은 ‘ ![]() ![]() ![]() ![]() ![]() ![]() ![]() ![]() |
# 결론
이 마우스패드 디자인 분쟁 판례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디자인의 유사성 판단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선행디자인은 동일 물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사건의 테이블매트처럼 용도와 기능이 유사하고 형태적 전용이 가능한 '유사 물품'의 디자인까지 포함될 수 있다.
둘째, 디자인을 대비할 때, 보는 방향에 따라 심미감에 차이가 발생한다면 가장 유사하게 인식되는 방향으로 조정하여 비교해야 한다.
셋째, 마우스패드와 같이 납작한 판 형태의 디자인에서 유사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확립했다.
이번 사례는 비단 마우스패드뿐만 아니라, 다른 평면적 형태를 가진 물품의 디자인권 분쟁에서도 유용한 참고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