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오책임
I. 서설(의료과오책임에 대한 법리구성)
의료과오책임이란 의료행위 중에 의사 기타 의료인의 과실에 기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말한다. 환자가 의사(또는 의료법인)와 진료계약(또는 의료계약. 법적성질은 위임계약으로 보는 게 통설)을 체결하면, 의사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와 설명의무가 생기고 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의사 등의 과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의료과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그 법적 구제 방안으로는 진료계약에 기한 채무불이행책임(불완전이행책임)을 묻는 방법과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방법이 있으나 통상적으로 후자에 의하여 해결하고 있다(원고가 과실을 증명하여야 하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II.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1. 의의
의료과오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을 지기 위하여는 의사의 과실을 필요로 하는데,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과실은 의사 기타 의료종사자라는 직업인으로부터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의 과실이다. 의사 측의 과실은 통상인의 과실이 아닌 전문가의 과실이라는 점에 특색이 있으며, 따라서 주의의무도 전문가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것이다.
2. 내용 및 위반의 입증
가. 과실
과실의 판단기준이 되는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할 것은 아니고(임상적 의료수준 기준, 2000.1.21. 98다50586),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선택적 재량 기준, 2007.5.31. 2005다5867).
수술 도중 환자에게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2007.5.31. 2005다5867).
나. 인과관계
판례는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보통인으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환자 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우므로,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때에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2000.1.21. 98다50586).”고 판시하여 증명책임을 완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으나, 이때 그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하였다는 점은 불법행위의 성립을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2006.9.28. 2004다61402).
3. 위반의 효과
가. 의사의 진료비 청구 불인정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위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 내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1993.7.27. 92다15031).
나. 환자의 손해배상청구
주의의무를 위반한 의사는 환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특히 가해행위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2000.1.21. 98다50586).
III. 설명의무(★)
1. 의의ㆍ기능
환자나 그의 보호자에게 질병의 종류ㆍ내용 및 그 치료방법과 이에 따르는 위험 등 환자의 진료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 직무상의 의무를 말한다. 설명의무는 ⅰ) 환자에게는 환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환자가 의사의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며, ⅱ) 의사에게는 환자의 승낙이 유효한 승낙이 되어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조각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것이다.
2. 법적성질
설명의무에 법적성질에 대하여 진료의무로부터 생기는 부수적 의무가 아니라 진료의무와 병존하는 독립적인 부수적 의무로 보는 게 판례의 태도(1994.4.15. 92다25885)이다.
3. 내용
가. 설명의 주체
원칙적으로 당해 처치의사가 하여야 하나,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의무 이행으로도 충분하다(1999.9.3. 99다10479).
나. 설명의 상대방 : 승낙권자
원칙적으로 환자가 설명의 상대방이 된다. 다만 환자가 승낙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가족들도 그 대상이 된다. 단, 미성년자가 환자이고 그 의료적 침습이 중대한 경우에는 미성년자가 승낙능력이 있다 할지라도 친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친권자가 그 상대방이 된다.
다. 설명의 대상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 또는 그 이후에 환자에게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 나쁜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경우가 설명의무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2007.5.31. 2005다5867).
설명의무가 있는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질병의 증상(증상설명),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경과설명),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위험설명)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1995.1.20. 94다3421). 따라서 갑자기 악화될 예외적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거나 그에 대비한 추가검사를 받을 것인지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의 치료기회를 상실시켰다거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2013.2.28. 2011다36848).
라. 설명의 방법 : 개별적 사정을 감안한 구체적 설명
의사는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2005.4.29. 2004다64067). 특히 의사로서는 시술하고자 하는 미용성형 수술이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 결과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부만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와 같은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하여 의뢰인에게 성형술을 시술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2013.6.13. 2012다94865).
마. 설명의무의 면제
판례는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수술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설명의무 면책을 인정하고, 이는 의사 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1995.1.20. 94다3421)고 하였다.
바. 증명책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2007.5.31. 2005다5867).
4. 위반의 효과
가.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환자의 승낙 없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설사 의사에게 의료행위상의 과실이 없더라도 이는 진료계약상의 부수적 주의의무를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서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의사는 환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판례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는 위자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과 관련된 자기결정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또는 중대한 결과의 발생 자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 등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의사의 진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고 설명의무위반만 인정되는 경우,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자료의 명목 아래 사실상 재산적 손해의 전보를 꾀하여서는 아니 된다(2013.4.26. 2011다29666).”고 판시하여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부분으로 한정하고 있다(과거 중대한 결과로 인한 전체 손해액을 인정하였으나, 최근 이를 제한하고 있다).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및 증명의 정도(2013.4.26. 2011다29666)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 결여 내지 부족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점만 입증하면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중대한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때의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