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양도시 영업상의 채권자의 보호
1) 의의
양도인의 채무는 설사 그 채무가 영업상의 채무라 하여도 인수의 합의가 없는 한 영업양도에 의해 당연히 양수인에게 승계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업상의 채무는 영업재산이 주된 책임재산을 이루므로 채무인수 없는 영업양도는 양도인의 채권자 입장에서는 책임재산의 상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채권자는 영업양도를 신속히 인지하고 채권 회수를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속용하면 채권자로서는 영업양도가 있었던 사실을 알기 어렵고 설사 이를 알았다 하더라도 양수인이 채무를 인수하였을 것으로 오해하여 양도인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할 적기를 놓칠 수 있다. 이는 양수인이 상호를 속용하지 않으면서 채무인수의 뜻을 광고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상법은 영업양도 시 양수인이 상호를 속용하거나 채무인수를 광고하여 채무인수의 외관을 만들어 내면 설사 채무인수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양도인의 영업상 채무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상법 제42조, 제44조). 외관법리에 기초한 규정이다.
2) 요건
① 채무인수 사실이 없을 것
양수인이 양도인의 채무를 인수하기로 합의하였으면 양수인은 본조가 아니라 그 합의에 따라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본조는 채무인수가 없었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규정이다.
② 외관의 존재
A. 상호의 속용 ⓐ 상호속용이란 「동일한 상호」를 계속 사용함을 의미한다. 동일성은 영업양도 전후의 상호가 주요부분에 있어서 동일하면 충분히 인정된다. 판례는 “삼정장여관”과 “삼정호텔”, “남성사”와 “남성정밀공업주식회사”, “협성산업”과 “주식회사 협성”을 모두 동일한 상호로 인정하였다.
ⓑ 양수인이 속용하는 명칭이 상호 자체가 아니라 「옥호 또는 영업표지」인 경우에는 어떠한가? 판례는 A회사가 「서울종합예술원」이라는 명칭의 교육시설을 운영하다가 이 시설 일체를 B회사에 양도하였는데 B회사가 계속 「서울종합예술원」이라는 명칭으로 교육시설을 운영한 사안에서, “양수인에 의하여 속용되는 명칭이 상호 자체가 아닌 옥호 또는 영업표지인 때에도 그것이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영업상의 채권자가 영업주체의 교체나 채무승계 여부 등을 용이하게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호속용의 경우와 다를 바 없으므로,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그 채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5138 판결).”고 하면서 B회사에게 A회사가 부담하던 그 시설에 대한 임대료 및 연체이자 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하였다.
B. 채무인수의 광고 양수인이 상호를 속용하지 않으면 영업이전의 외관이 뚜렷하므로 원칙적으로 이에 대비하지 못한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양수인이 마치 채무를 인수한 것처럼 광고한 경우에는 채무인수의 외관을 야기했으므로 양수인은 양도인의 채권자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상법 제44조). 여기서 광고라는 표현은 널리 일반인에 대해서 표시하는 것만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판례는 “이러한 경우에 한하지 않고 양도인의 채권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통지를 하는 방식으로 그 취지를 표시한 경우에도 상법 제44조가 적용된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7다89722 판결).”고 하였다.
③ 채권자의 선의
여기서 「채권자의 선의」란 채권자가 영업양도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영업양도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채무가 인수되지 않았음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양수인이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상법 제42조의 책임과 무관하다.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채무인수가 없는 영업양도에 의하여 채권추구의 기회를 빼앗긴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악의의 채권자에 대하여는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지 않고(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64867 판결), 채권자가 악의라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그 책임을 면하려는 영업양수인에게 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17123, 17130 판결). 나아가 채권자 보호의 취지와 상법 제42조 제1항의 적용을 면하기 위하여 양수인의 책임 없음을 등기하거나 통지하는 경우에는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하도록 규정한 상법 제42조 제2항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고 있었거나 그 무렵 알게 된 경우에는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나, 채권자가 영업양도 무렵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고, 이 후 채권자가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다305659 판결).
3) 적용 범위
① 채권자
양도인과 직접 거래한 채권자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자를 포함한다.
② 영업활동으로 인한 채무와 지역적 적용범위
양수인의 책임은 양도인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채무에 한한다. 영업상의 채무이면 어음이나 수표채무도 포함된다. 그러나 B회사가 A회사로부터 영업을 양수한 경우 A회사의 대표이사 甲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A회사 명의로 발행한 어음채무에 대해서는 B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어음채무는 A회사의 영업활동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설사 어음채권자가 甲의 대표권 남용 사실에 대하여 선의·무과실이어서 A회사가 어음채권자에게 그 지급채무를 부담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5862 판결). 나아가 영업활동과의 관련성만 인정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나 부당이득으로 인한 상환의무도 포함된다.
경업금지의 지역적 적용범위에 관하여 양도인의 통상적인 영업활동이 이루어지던 지역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80440 판결).
③ 채무의 발생시기
영업양도 전에 발생한 채무이면 족하고, 반드시 영업양도 당시의 상호를 사용하는 동안 발생한 채무에 한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5138 판결). 예컨대, 甲이 A라는 상호로 영업을 하면서 丙에게 채무를 부담하였는데 상호를 B로 변경한 후 乙에게 영업을 양도한 경우, 乙이 B를 계속 상호로 사용하였다면 乙은 비록 甲의 丙에 대한 채무가 甲이 A상호를 사용할 때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관련판례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양도인이 여전히 주채무자로서 채무를 부담하면서 양수인도 함께 변제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나, 위 규정이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영업자금과 관련한 피보증인의 지위까지 승계하도록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영업양수인이 위 규정에 따라 책임지는 제3자의 채권은 영업양도 당시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까지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영업양도 당시로 보아 가까운 장래에 발생될 것이 확실한 채권도 양수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다270217 판결). |
④ 영업을 현물출자한 경우
개인기업을 법인 형태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영업 자체를 출자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을 출자하는 것은 금전 이외의 재산을 출자하는 것으로 현물출자에 해당한다. 현물출자는 단체법적 설립행위로서 개인법상의 채권계약인 영업양도와 개념적으로는 구별되나 영업양도와 그 외관이 거의 비슷하고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기 때문에 상법 제44조의 유추적용 여부가 문제된다.
판례는 명시적으로 이를 긍정하였다. 즉 「남성사」라는 상호로 볼트, 너트 등의 제조판매를 영업으로 하던 甲이 종업원 乙이 작업 중 고압전류에 감전되어 사망하자 영업전부를 출자하여 「남성정밀공업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스스로 대표이사가 되어 종전의 영업을 계속하였는데, 이때 남성정밀공업 주식회사가 상법 제42조에 기하여 乙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는가가 문제된 사안에서, “영업을 출자하여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그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영업의 양도는 아니지만 출자의 목적이 된 영업의 개념이 동일하고 법률행위에 의한 영업의 이전이란 점에서 영업의 양도와 유사하며 채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외형상 양도와 출자를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새로 설립된 법인은 출자자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12100 판결).”고 판시하였다.
⑤ 영업임대차에 유추적용 여부
영업임대차의 경우에는 상법 제42조 제1항과 같은 법률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업상의 채권자가 제공하는 신용에 대하여 실질적인 담보의 기능을 하는 영업재산의 소유권이 재고상품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임대인에게 유보되어 있고 임차인은 사용·수익권만을 가질 뿐이어서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부담시키면서까지 임대인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상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양수인이 부담하는 책임은 양수한 영업재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그의 전 재산에 미친다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영업임대차의 경우에 상법 제42조 제1항을 그대로 유추적용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다9212 판결). 이는 영업임대차의 종료로 영업을 반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47737 판결).
3) 효과
영업임대차의 경우에는 상법 제42조 제1항과 같은 법률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채권자가 제공하는 영업상의 신용에 대하여 실질적인 담보의 기능을 하는 영업재산의 소유권이 재고상품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임대인에게 유보되어 있고 임차인은 사용·수익권만을 가질 뿐이어서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부담시키면서까지 임대인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상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양수인이 부담하는 책임은 양수한 영업재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그의 전 재산에 미친다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영업임대차의 경우에 상법 제42조 제1항을 그대로 유추적용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다9212 판결 참조). 이는 영업임대차의 종료로 영업을 반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4) 상호를 속용한 양수인이 면책되는 경우
상호를 속용한 양수인은 다음 두 가지의 경우 상법 제42조 제1항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① 양수인이 영업을 양도받은 후 지체 없이 양도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등기」한 때에는 모든 채권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상법 제42조 제2항 전단). ② 양도인과 양수인이 지체 없이 채권자에 대하여 양수인은 양도인의 채무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통지」한 경우에도 그 통지를 받은 제3자에게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상법 제42조 제2항 후단). 통지의 경우, 양수인 단독의 통지로는 면책이 되지 않고 반드시 「양도인과 양수인」이 통지해야 한다는 점, 면책의 범위도 통지를 받은 채권자에 한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5) 양도인의 책임의 존속기간
상호 속용 또는 채무인수의 광고를 이유로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영업상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우, 양도인의 채무는 상호속용의 경우에는 영업양도일로부터, 채무인수의 경우에는 광고를 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상법 제45조). 그 후에는 양수인의 책임만이 존속한다. 이 시간은 제척기간이므로 중단·정지가 인정되지 않는다.
6) 영업양도와 채권자취소권
영업재산에 대하여 일괄하여 강제집행이 될 경우에는 영업권도 일체로서 환가될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영업재산과 영업권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일체로서의 영업을 양도함으로써 채무초과 상태에 이르거나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것을 심화시킨 경우, 영업양도는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다8416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