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인의 권한(지배권)
(1) 지배권의 내용
1) 권한의 정형성·획일성(불가제한성)
지배인은 그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지배인의 권한이 정형적 또는 획일적이라 함은, 지배인은 상인에 의하여 선임되지만, ‘그 권한의 범위는 법규정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정해진다’는 의미이다. 민법상의 대리권의 범위가 본인의 의사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과 구별된다. 이로 인해 지배인과 거래하는 상대방은 지배인이라는 것만 확인하면 그 대리권의 범위를 개별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어져 거래 안전이 보호된다.
물론 영업주가 지배인의 대리권의 범위를 절대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제한을 가지고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상법 제11조 제3항). 이를 지배권의 획일성 또는 불가제한성이라 한다. 영업주가 대리권을 제한하는 경우 이를 공시하는 방법도 없기 때문에, 영업주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여기서 선의의 제3자의 범위에 과실이 있는 제3자는 포함되지만 중과실이 있는 제3자는 제외되고, 제3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은 영업주가 진다. 또 어음행위의 경우 직접 어음을 취득한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어음을 다시 배서양도 받은 제3취득자도 제3자에 포함된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36753 판결).
관련판례: 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36753 판결 및 결론—지배권의 제한과 선의의 제3자의 범위 A은행 지배인 甲은 A은행 규정에 따라 약속어음에 지급보증을 위한 배서를 할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乙이 가지고 있는 B회사 발행 약속어음에 보증의 취지로 배서를 하였다. 위 어음은 계속 양도되어 丙이 최종소지인이 되었는데 발행인 B회사가 부도를 내자 丙이 A은행에 대하여 위 약속어음에 기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였다. A은행이 상환의무를 부담하는가? A은행의 규정에 의하여 약속어음에 지급보증을 위한 배서를 금지한 것은 지배인의 대리권에 대한 제한이다. A은행은 지배인의 대리권 제한으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丙이 이 약속어음을 취득하면서 위 대리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몰랐더라도 모르는데 중과실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A은행이 입증하지 못하는 한 A은행은 丙에게 상환의무를 부담한다. 비록 丙이 지배인 甲으로부터 직접 어음을 취득한 상대방이 아니라 그로부터 어음을 다시 배서양도 받은 제3취득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2) 권한의 포괄성
상법에서 획일적·정형적으로 주어진 대리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지배인의 권한은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에 미친다(상법 제11조 제1항).
혼인, 입양 등과 같은 신분상의 행위에는 지배권이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영업에 관한 행위란 영업으로 하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자금차입이나 어음행위와 같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 즉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한다. 다만 영업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그 범위 내에서의 활동을 뜻하므로 새로운 점포의 개설, 영업 자체의 양도나 폐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지배인의 행위가 영업에 관한 것인지는 지배인의 행위 당시의 주관적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36753 판결). 그러므로 설사 지배인이 자신의 채무변제나 유흥비 조달 등의 목적으로 거래를 하였더라도, 행위의 객관적 설질상 영업주의 영업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대리권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영업주에게 효력이 있다. 재판상 행위란 소송행위를 말한다. 재판외의 모든 행위는 사법상의 모든 적법행위를 말하고 유상·무상을 불문한다.
3) 지배권의 남용
① 의의
A. 개념 어떠한 행위가 지배권의 범위에 속하는지는 그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판단되며, 지배인의 주관적 의도와는 관계가 없고, 이 원칙에 따르면 지배인이 유흥비 조달이나 자신 채무의 변제 등 개인적 목적을 위해서 한 행위도 원칙적으로 영업주에게 효력이 미친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배인이 개인적 목적으로 거래한다는 사정을 거래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까지 지배인 행위의 효력을 영업주에게 미치게 하는 것은 결론에 있어 매우 부당하다. 그래서 대리인의 행위가 대리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거래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인 영업주는 거래상대방에게 거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법리가 확립되었다. 이를 대리권 남용의 법리라 한다.
B. 다른 개념과의 구별 대리권 남용의 문제는 대리권의 범위를 넘거나 그 범위가 내부적으로 제한되는 문제와 개념적으로 구별해야 한다. 대리권 남용이란 지배인의 주관적 의도가 문제되는 것일 뿐 어디까지나 그 행위는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② 이론적 근거
판례는 주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적용하여 대리권 남용을 인정한다(심리유보설). 즉 “지배인의 행위가 영업에 관한 것으로서 대리권한 범위 내의 행위라 하더라도 영업주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행사한 경우에 그 상대방이 지배인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그 지배인의 행위에 대하여 영업주 본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 3. 9. 선고 97다7721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③ 지배권 남용에 관한 사례
A은행 지점장 甲은 평소 B회사로부터 다액의 커미션을 받아왔다. 그래서 B회사가 부도 위험에 직면해 있음을 알면서도 B회사 발행 어음에 담보 목적으로 배서를 하여 이를 乙에게 교부해 주었다. 이 어음이 부도가 나서 乙이 A은행에 상환청구를 해올 때, A회사는 지점장 甲이 부정한 목적으로 어음에 배서하였다는 이유로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가?
어음행위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지배권의 범위에 속하는 행위이고 지배인의 주관적 의사는 지배권의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하지 않으므로, A은행은 원칙적으로 乙에게 어음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乙이 甲과 B회사 간의 위와 같은 관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2) 지배권의 범위(영역)
지배권은 영업주의 영업에 관한 것이나, 이때의 영업은 영업주의 영업전반에 관한 것이 아니고 상호 또는 영업소에 의하여 개별화된 「특정한 영업」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지배권은 영업 전반에 관해 미치는 대표권과 구별된다. 영업주는 본점 또는 지점별로 지배인을 따로 둘 수 있는데 이 경우 각 지배인의 대리권은 각 영업소별로 한정된다. 그렇지 않고 1인의 지배인으로 하여금 본·지점의 영업 전부를 관장하게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