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내정의 법률관계
(1) 의의
채용내정이란 사용자가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내정은 되어 있으나 아직 확정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채용내정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활용되며, 내정자는 졸업 전에 직장을 미리 확보해 두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채용을 지연하거나 뒤늦게 채용내정을 취소(즉 정식채용을 거부)하는 경우 내정자는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불이익이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
(2) 법적 성격
과거에는 근로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현재 통설은 회사의 모집공고를 사용자에 의한 청약의 유인으로, 응모자의 응모를 근로자의 청약으로, 채용내정을 사용자의 승낙으로 간주함으로써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 다만 채용내정통지서 등에 기재된 채용내정 취소사유가 발생한 경우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합의가 포함된 것으로 보는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성립설이 다수의 견해이다. 판례도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성립설을 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산지방법원 2011. 8. 11. 선고 2011가합893 판결
사용자가 공개시험 등을 통하여 채용내정자를 미리 선정․확정하고 일정한 시점에 채용내정자에 대한 취업조치, 즉 임용을 통하여 직원으로 입사시키는 근로자 채용절차에서 사용자의 채용모집(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에 대하여 근로자가 응모․응시한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이고, 이에 대한 사용자의 최종합격 통지, 즉 채용내정의 통지는 그 청약에 대한 승낙이라고 할 것인바, 그와 같이 사용자가 채용내정자에 대하여 최종합격통지를 한 시점에 사용자와 채용내정자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2011. 1. 19. 원고를 최종합격자로 공고하고 채용후보자 등록원서의 제출을 요구한 때에 원고에 대한 채용내정의 통지가 있었다 할 것이고, 그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 할 것이며, 다만 피고에게는 '응시자 주의사항'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발견되는 것을 이유로 근로계약의 해약 또는 채용내정의 취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유보되었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피고(사용자)의 정리해고(IMF 구제금융으로 인한 신규채용 취소)는 여러 인정사실에 비추어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② 해고 회피를 위한 사용자의 노력이 병행되면서, ③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하여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여, ④ 근로자측과의 성실한 협의를 거쳐서 행하여진 것이고, 한편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에 비추어 신규채용된 자들의 채용내정시부터 정식발령일까지 사이에는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해약권이 유보된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들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국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모두 정당하고 정리해고의 유효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채용내정과 근로관계
(가) 근로계약의 성립시기와 근로기준법의 적용
근로계약성립설에 따르면 채용내정이라는 의사표시로 근로계약은 체결된 것이 되므로 채용내정된 상태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채용내정에서부터 본채용일까지는 근로제공이 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근로계약과는 달리 현실적 근로제공을 전제로 하는 규정들, 즉 근로시간, 휴식, 재해보상, 임금지급의무, 안전배려의무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실적 근로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는 규정들, 즉 균등처우의 원칙, 근로조건명시의무, 해고의 제한에 관한 규정들은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나) 채용내정 취소와 해고예고
채용내정 후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가 없이 취업예정일 이후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반대급부의무를 면할 수 없으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근기법 제26조상 해고예고의 적용예외는 계속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일 경우이므로 채용내정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라. 채용내정의 취소
(가) 의의
채용내정의 취소란 채용내정의 통지 후 여러 사정을 이유로 해서 본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통지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취소’란 법률행위 성립 당시의 하자를 이유로 해서 법률상 인정되는 취소권자가 그 취소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쓰이는 용어이므로, 채용내정의 해소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용어이지만 일반적으로 ‘채용내정의 취소’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수설․판례에 따를 때에, 채용내정은 해약권이 유보된 특수한 근로계약이므로 채용내정 통지서나 서약서 등에 기재된 취소사유에 해당할 경우 사용자는 채용내정의 취소(해약권의 행사)를 할 수 있다. 예컨대 ⓐ 졸업의 연기, ⓑ 요양을 요하는 질병의 발생, ⓒ 내정 후 발생된 사유(예컨대 심각한 학업성적저하, 사고 등)에 의한 노동력의 현저한 질적 저하, ⓓ 경력서나 신상명세서에서 중요한 부분의 허위기재 등이 있는 경우에는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있다.
(나) 해고제한의 법리 적용
근로계약 성립설의 입장에서 볼 때, 채용내정의 취소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되므로, 사용자가 채용내정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근기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의 정당한 이유 또는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근기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근기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ㆍ인수ㆍ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확정적인 근로계약과는 달리 구체적인 노무의 제공이 없었으므로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통상의 해고사유보다는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는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경영악화로 인한 정리해고의 경우, 채용내정자들은 현실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관계에의 밀접도가 통상의 근로자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존의 근로자들에 비하여 우선적인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하였다(서울고법 2000.4.28. 선고 99나41468 판결). 또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시 근로자대표와의 사전협의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아래 대법원 판결). 즉 채용내정자에 대해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을 다소 완화하여 적용하고 있다.
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에 비추어 신규채용된자들의 채용내정시부터 정식발령일까지 사이에는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들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 채용내정 취소의 구제수단
채용내정의 취소에서 정당한 해약권(해지권)의 행사가 아닌 경우 이는 당연히 사법상 무효인 해고로서, 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근기법 제28조 제1항). 또 취업예정일이 지나서 채용내정이 취소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채용내정의 취소라고해도 취업예정일부터 채용내정 취소(해고)시까지는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71) 대법원도 회사가 채용내정의 통지를 하였으나 IMF 구제금융사태라는 경제사정의 악화 등을 이유로 입사예정일이 지나도록 근로자를 입사시키지 못하고 결국 채용내정을 취소함으로써 근로자를 정리해고한 경우에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채용내정의 통지를 함으로써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보아 정리해고 할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며, 이와 같은 임금청구권은 채용내정자에게 당연히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채용내정자가 채용발령 연기에 대해 사전에 동의하고 이에 대해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해도 임금채권까지 당연히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12.10. 선고 2000다25910판결). 또 판례는 정당한 사유없는 채용내정의 취소에 대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한다.
대법원 1993. 9. 10. 선고 92다42897 판결
원고가 학교법인이 1990.5.28 원고를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고 통지할 때까지 임용만 기다리면서 다른 일에 종사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한 원인이 학교법인이 자신이 경영하는 대학의 재정형편, 적정한 직원의 수, 1990년도 입학정원의 증감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채용할 직원의 수를 헤아리고 그에 따라 적정한 수의 합격자발표와 직원채용통지를 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하였기 때문이라면 학교법인은 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최종합격자통지와 계속된 발령약속을 신뢰하여 직원으로 채용되기를 기대하면서 다른 취직의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