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벌규정의 법적 성질
1. 문제점
(1) 업무주인 개인사업주의 처벌
만약 업무주인 개인사업주가 의무위반을 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범죄와 형벌능력이 있으므로 자연인인 업무주가 범죄구성요건을 직접 실행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일정한 관계가 있는 자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예컨대 선임감독상의 책임으로 인하여 양벌규정에 의한 처벌을 받게 된다.
(2) 업무주인 법인의 처벌
업무주로서 의무주체가 법인인 경우 법인이 의무위반을 하더라도 법인의 범죄능력이 인정될 경우에 동 처벌규정에 의한 형벌부과는 모순 없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법인의 범죄능력이 부정될 경우에는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문제가 있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양벌규정의 유형 중 제1유형(법인 또는 사업주가 행위자의 직접적 위반행위를 사전ㆍ사후에 알고도 이를 방치ㆍ방관하거나 교사한 경우 그 공동책임을 근거로 처벌하는 경우)과 면책규정이 있는 제2유형(법인 또는 사업주의 과실책임을 근거로 처벌취지가 명시된 경우로서 임ㆍ직원의 업무진행에 대한 선임ㆍ감독을 태만히 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경우에 법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경우)은 과실책임설에 입각한 입법형식이므로 이러한 양벌규정은 그 처벌이 업무주체인 법인이나 개인의 책임이 과실에 근거한다는 것이 분명하므로 이때에는 법인의 처벌에 대한 법적 성질의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1]
그러나 제3유형은 실제 행위자가 벌칙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경우에 아무런 조건 없이 또는 면책사유의 규정 없이 법인처벌을 규정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현행 법률 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전형적인 것이다. 이렇게 법인처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실정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견해의 대립이 있게 된다.
2. 학설
(1) 무과실책임설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의한 위법사실의 발생을 조건으로 일종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는 이른바 전가책임 또는 대위책임이라는 견해이다. 여기에서는 양벌규정을 범죄주체와 수형주체의 일치를 요구하는 책임원칙의 예외가 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다수설).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는데서 나오는 논리적 결과이다.
(2) 과실책임설에 근거한 견해들
법인의 범죄능력을 긍정하는 입장에서 주장되는 학설이다. 세부적으로 다시 여러 학설들로 나뉘어진다.
A. 과실책임설
법인이 사업경영주재자로서의 지위에서 종업원의 업무전반에 대한 위반행위방지의무와 주의의무태만에서 오는 자기행위에 기인한 과실책임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는 입장에 따른 당연한 이론적 귀결이다(자기책임의 원칙). 여기서 기본적으로 과실책임설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다시 이를 수정한 형태의 견해들이 존재한다.
(가) 부작위감독책임설
법인의 행위는 임ㆍ직원에 대한 법인의 감독의무불이행이라고 하는 부작위이고, 이 부작위(감독의무불이행)는 과실 뿐만이 아니라 고의로도 행해질 수 있다.
즉 양벌규정의 이론적 근거를 임ㆍ직원에 대한 법인의 고의ㆍ과실에 의한 감독의무불이행책임으로 보는 견해로 감독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법인의 고의책임까지 인정한다는 점에서만 과실책임설과 구별될 뿐이다.
(나) 부작위감독책임ㆍ행위책임 이원설
부작위감독책임설과 견해를 같이 하면서도 법인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인 자신의 실행행위책임이 문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법인기관의 불법행위는 법인 자신의 실행행위로 보아 법인의 불법행위책임으로, 법인종업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상의 부작위책임으로 세분하자는 견해이다.
B. 과실추정설
법인의 종업원 선임ㆍ감독상 주의태만의 책임을 입법자가 법률상 추정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C. 과실의제설
종업원의 위반행위가 있으면 법인의 과실은 당연히 의제되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경우에 무과실을 증명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3) 이분설
실제행위자가 법인의 기관이라면 법인은 무과실책임을 져야하고, 반면에 그 실제행위자가 단순한 종업원이라면 양벌규정은 그 종업원의 범죄행위를 감독하지 않은 법인의 과실책임을 추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입증책임도 법인에게 전환된다.
3. 판례
현재 판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대해서는 무과실책임설에 있다는 견해와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정하면서도 과실책임설을 취한다는 견해로 나뉘어진다.
(1) 무과실책임설에 선 판례
(대법원 2006.1.27.선고 2005도9106 판결; 대법원 1982.9.14.선고 82도1439 판결) 도로교통법 제81조의 양벌규정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모든 교통상의 위해를 방지, 제거하여 교통의 안전과 원활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로교통법에 위반하는 행위자 외에 그 행위자와 위 법 소정의 관계에 있는 고용자 등을 아울러 처벌하는 이른바 질서벌의 성질을 갖는 규정이므로 비록 행위자에 대한 감독책임을 다하였다거나 또는 행위자의 위반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83.3.22.선고 81도2545 판결 무역거래법 제34조의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이 처벌을 받는 경우, 범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범의는 실지 행위자인 동법인의 사용인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수입을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 |
(2) 과실책임설에 선 판례
대법원 1977.5.24.선고 77도412 판결 식품위생법 제47조의 양벌규정은 식품영업주의 그 종업원에 대한 감독태만을 처벌하려는 규정으로서 종업원이 영업주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동조 소정의 위반행위가 있을 때는 설사 그 위반행위의 동기가 직접적으로 종업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에 불과하고 그 영업에 이로운 행위가 아니라 하여도 영업주는 그 감독 해태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
(3) 헌재의 입장 - 과실책임설
헌법재판소 2000.6.1.자 99헌바73 결정 司45 행정형벌법규에서 양벌규정으로 사업주인 법인 또는 개인을 처벌하는 것은 위반행위를 한 피용자에 대한 선임 감독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행정규제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므로 형벌체계상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 |
(4) 제3유형의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선고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6조 위헌제청(헌법재판소 2007.11.29.자 2005헌가10 결정) 가.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양벌조항으로서 개인인 영업주에게도 동일하게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의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6조 중 제5조에 의한 처벌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형사법상 책임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적극)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업원의 업무 관련 무면허 의료행위가 있으면 이에 대해 영업주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문언상 명백한 의미와 달리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의 선임감독상의 과실(기타 영업주의 귀책사유)이 인정되는 경우”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해석하는 것은 문리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법률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정형에 나아가 판단할 것 없이,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에 반한다.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송두환의 의견] 일정한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조항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를 의미하는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법정형 또한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규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언상 종업원의 범죄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영업주에 대해서도 그 처벌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사 위 법률조항을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있는 영업주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보더라도, 과실밖에 없는 영업주를 고의의 본범(종업원)과 동일하게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그 책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이므로, 두 가지 점을 모두 고려하면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에 반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선언을 하면서 위헌주문에 대한 이유에 있어 재판관들의 의견이 상이한 사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이 8인으로서 위헌심판의 정족수를 넘으므로 위헌이다. |
1. 이 때 법인의 범죄능력이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도 불가하다는 것은 현행법에 대한 해석론이 아니라 입법론에 해당한다.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의 형사처벌의 근거에 관한 문제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든 부인하든 관계없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