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분석] 영업비밀 공유자의 누설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할까? - 영업비밀의 보호 범위 (대법원 2023도4058 판결)
널리 알려진 지식들을 엮어 새로운 정보를 만들었을 때, 이를 영업비밀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곤 한다. 이는 해당 정보가 비밀로서의 가치(비공지성)와 경제적 쓸모(유용성)를 지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특허 제도에서는 공지된 기술의 단순한 결합은 진보성이 없다고 보아 보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업비밀 제도의 취지는 다르다. 기술적 독창성 자체보다는,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쌓아 올린 정당한 경쟁력의 보호에 그 핵심 목적이 있다.
영업비밀 침해를 막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앞서나가거나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불공정한 이득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업비밀의 범위는 매우 폭넓게 인정된다. 예를 들어, 이미 알려진 공정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노하우, 오래된 기술이나 문헌에 나온 사실들을 새롭게 조합한 방법론 등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특정 회사가 제품 생산에 어떤 기술과 방식을 채택했는지에 대한 정보 자체도 중요한 산업상 비밀로 취급된다(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3도2981 판결 참조).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3도2981 판결 원심은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내비게이션 개발은 '재규어 XJ'라는 이 사건 신차에 맞는 특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고, 재규어 측과 피해자 회사는 위 신차에 맞는 내비게이션 개발에 관하여 기밀유지협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재규어 측이 제공하는 이 사건 신차에 관한 정보는 피해자 회사만이 보유할 수 있고, 타 회사가 비밀리에 개발하는 내비게이션에 어떠한 사양이 요구되고, 어떠한 기술 등이 사용되었으며, 그에 대한 상대측의 반응이 어떠한지 등에 관한 자료는 독립적인 경제적 유용성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일부 공지된 기술이 사용되었더라도 이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들어 순번 1, 6, 10, 21 자료를 포함한 각 자료들이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연구개발 과정에서 얻은 실패 데이터나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정보, 즉 '네거티브 인포메이션' 역시 유용한 기술 정보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나아가, 아직 상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거나, 시제품만 있으면 누구나 역설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라 할지라도,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한 요건만 충족한다면 영업비밀로 보호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고한 법원의 태도이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도4058 판결 참조).
대법원 판결(2023. 7. 13. 선고 2023도4058)은 이러한 법리를 명확히 한 사례이다. 이 사건은 피해 회사와 기술을 공유하던 협력사가 별개의 회사를 차려 기술을 빼돌린 경우였다. 법원은 설사 기술의 기본 개념이 외부에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그 개념을 특정 설비로 구현하고 대량 생산하기까지 축적된 모든 실험 데이터와 노하우의 총체는 독자적인 영업비밀이라고 판시했다.
더 나아가 해당 판결은 영업비밀 공유자 사이의 침해 문제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재판부는 영업비밀을 공동으로 소유한 자들이 각자 아무런 제약 없이 이를 사용하게 둔다면, 비밀로서의 가치와 경제적 유용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특히 피고인 회사가 비밀유지계약(NDA)을 통해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공유자 중 한쪽이 다른 공유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비밀을 넘기는 행위는 명백한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론 내렸다. 이로써 영업비밀 공유 관계에서도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중요한 법리가 확립되었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도4058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심판결 이유의 법령의 적용 중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의 각 “제1호 (가)목”을 삭제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원심판결 – 수원고등법원 2023. 3. 7. 선고 2021노69 판결 나아가 특허법적 의미에서 신규성은 요구되지 않고,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목적은 침해행위자가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을 하거나 시간을 절약하여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함에 있으므로, 주지의 공정을 종전에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 또는 오래되거나 간행물에 기재된 것 등을 조합한 방법 등도 영업비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특정 기업에서 특정 제품을 생산함에 있어 어떤 기술, 어떤 생산방법 등을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실조차 공업상의 영업비밀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3도2981 판결 참조), 연구개발 때의 실패 사례나 불사용 데이터 등의 이른바 네거티브 인포메이션 등도 유용한 기술상의 정보로 영업비밀에 포함된다. 바로 영업활동에 이용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된 단계에 이르지 못하였거나, 실제 제3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준 바 없거나, 누구나 시제품만 있으면 실험을 통하여 알아 낼 수 있는 정보 또는 역설계가 가능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구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요건을 갖춘 정보라면 영업비밀로 보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영업비밀로서 보호되는 정보는 광범위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중에서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의 요건을 구비한 정보로서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거나 물품 등으로 구체화한 유형적 정보뿐만 아니라 기능이나 작용과 같은 무형적인 정보를 포괄하고, 그 자체 독립해서 보호되지 않는 개개 단위의 정보가 합하여 전체로서 하나의 유용한 정보를 구성하는 종합정보는 물론 단편적인 개개 단위의 정보 역시 독자성이 있고 경제성이 있으면 보호대상이 된다. 특허법 제99조 제2, 4항에 의하면, 특허권이 공유인 경우에는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만 그 지분을 양도하거나 질권을 설정할 수 있으나, 각 공유자는 계약으로 특별히 약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특허발명을 자신이 실시할 수 있고, 공동저작자가 다른 공동저작자와의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공동저작자들 사이에서 위 규정이 정하고 있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에 그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참조). 이와는 달리 구 부정경쟁방지법에는 영업비밀 공유자 사이의 영업비밀 사용에 대한 규정이 없기는 하나, 이미 일반에 공지되어 있는 특허권과 저작권과는 달리, 영업비밀의 경우 영업비밀 공유자 사이에 아무런 제한없이 각자 사용을 인정하게 되면, 자칫 영업비밀이 일반에게 공개됨으로써 영업비밀로서의 속성(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1])을 상실하게 될 위험을 초래하게 되므로, 위 특허권과 공동저작권에서의 법리와 같이 볼 수 없다. |
1. 통상적으로 비공지가 됨으로써 ‘경제적 유용성’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