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텀시트에 서명하고 안심한 엔젤투자자의 고민
투자 조건을 몇 주에 걸쳐 협의하고 텀시트에 서명하고 나면, 이제 남은 것은 절차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금액도 정했고 밸류도 합의했고 지분율도 적혀 있으니 계약은 사실상 끝났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계약 협상에 들어가면 텀시트에 없던 조항이 등장합니다. 과도한 위약벌 조항이 붙기도 하고, 텀시트에 요지만 적혀 있던 동의권이 절반으로 줄어 오기도 합니다. 이때 텀시트를 근거로 항의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실사까지 마쳤는데 상대가 갑자기 협상을 그만두는 경우입니다. 들인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텀시트가 있으니 무언가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2. 한 문서 안에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조항이 섞여 있다
텀시트를 둘러싼 오해는 대개 이 문서를 한 덩어리로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실제로는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조항이 한 장에 섞여 있습니다.
투자금액과 기업가치, 지분율, 투자수단 같은 본문 조항은 본계약에서 확정할 조건을 미리 적어 둔 것입니다. 반면 비밀유지와 독점협상기간, 비용부담, 준거법 조항은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지켜야 하는 약속입니다.

3. 법무법인 웨이브 곽준영 대표변호사의 해설 (구속력과 부당파기 책임이 갈리는 세 지점)
텀시트를 둘러싼 분쟁은 대개 문서를 잘못 써서가 아니라 문서의 성격을 잘못 읽어서 생깁니다. 엔젤클럽 운영과 개인투자조합 업무를 함께 해 온 경험에 비추어, 텀시트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국면을 셋으로 나누어 말씀드립니다.
첫째, 본문 조항의 구속력: 텀시트 본문은 통상 비구속적으로 작성되지만, 실제 구속력은 문언과 합의된 중요사항의 범위, 당사자가 구속되려는 의사에 따라 판단됩니다. 계약의 중요한 사항과 당사자가 특별히 중대한 의미를 둔 사항에 객관적 합치가 있으면 계약이 성립합니다.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 판결은 수백억 원 규모의 대규모 건설하도급공사에서 금액 외의 중요한 사항까지 합의되어야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입니다.
둘째, 예외 조항의 구속력: 비밀유지·독점협상·비용부담·준거법 조항은 본계약과 무관하게 의미가 있으므로 구속력을 명시해 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구분이 문서에 적혀 있지 않으면 파기 국면에서 그 자체가 다툼이 됩니다.
셋째, 부당파기 책임: 구속력이 없다고 하여 어떻게 그만두어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은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면서, 재산적 손해의 범위를 신뢰손해로 한정했습니다. 다만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이 생겼다면 그에 대한 배상은 따로 구할 수 있습니다. 얻지 못한 이익이 아니라 믿었기에 지출한 비용이 대상입니다. 다만 확고한 신뢰가 서기 전에 지출한 제안서·견적서 작성비용 같은 것은 제외되므로, 어느 시점부터의 지출인지가 함께 다투어집니다.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 원칙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4. 결론 및 실무 점검: 텀시트에서 구분선을 먼저 그으십시오
텀시트에서 가장 실속 있는 작업은 조건을 하나 더 얻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조항에 구속력이 있는지를 문서에 적어 두는 일입니다. 그 한 줄이 나중에 파기 국면에서 다툴 것과 다투지 못할 것을 갈라 줍니다.
그다음이 권리의 요지를 남기는 일입니다. 이사 지명권, 경영사항 동의권, 우선매수권처럼 협상력이 필요한 권리는 텀시트 단계에서 요지라도 명시해 두어야 본계약에서 지켜집니다. 예고편에서 빠진 장면이 본편에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텀시트는 짧기 때문에 검토가 빠르고, 그래서 이 단계에서 손을 대는 것이 가장 효율이 높습니다. 법무법인 웨이브 곽준영 대표변호사는 엔젤클럽과 개인투자조합 운용 실무를 함께 다루어 왔으므로, 텀시트 단계에서 무엇을 명시해 두어야 본계약에서 지켜지는지를 조항 단위로 검토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이 주제에서 다루는 법리에 대한 더 자세한 법률지식은 네플라 법률위키 텀시트의 법적 구속력과 부당파기 책임: 비구속 원칙과 독점협상·비밀유지 조항의 예외 페이지를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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