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짐을 다 뺀 빈집에서 듣는 말
이사 당일 짐을 모두 내보내고 나면 빈 집의 벽과 바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냉장고가 있던 자리의 눌린 자국, 볕이 들던 쪽의 바랜 벽지, 달력을 걸었던 못 구멍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옵니다. 이때 임대인이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야겠다며 보증금에서 얼마를 빼겠다고 말하는 일이 있습니다.
임차인은 대개 곧바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합니다. 살면서 생긴 흔적인 것은 맞고, 얼마가 적정한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사 차량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다툼은 금액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준의 문제입니다. 무엇까지가 임차인이 되돌려 놓아야 할 상태인지가 먼저 정해져야 공제할 금액도 정해집니다.
2. 원상회복에 관한 흔한 오해
가장 흔한 오해는 원상회복이 입주 당시의 새집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조문은 원상에 회복하라고만 적고 있어, 그 범위를 어디에서 끊을지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은 토지 임대 당시 이미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가건물 기타 공작물이 있던 사안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그가 임차하였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런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임차인에 의한 현상 변경 유무를 살펴 개별적으로 정해진다고 하였습니다. 통상적인 사용을 하면서 생기는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는 이미 차임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특약이 없는 한 임차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에서 통용되는 이해입니다.
두 번째 오해는 낡은 흔적이 보이면 그것만으로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임차인은 원상회복 의무를, 임대인은 계약이 이어지는 동안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각각 지고 있으므로, 어느 흔적이 어느 쪽 의무의 범위에 드는지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세 번째 오해는 낡은 곳이 보이면 임차인이 먼저 해명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은 보증금에서 피담보채무를 공제하려면 임대인이 공제 주장을 하고 그 채권의 발생원인까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하였는지는 임차인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도 하였습니다. 그 훼손이 임차인의 귀책으로 생긴 것인지는 이와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차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책임을 진다고 보았고, 그 판단은 화재로 목적물이 소멸되거나 반환된 건물이 훼손된 경우에 관한 것입니다. 그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의 하자로 발생한 것으로 추단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항목을 어떤 근거로 빼겠다는 것인지를 먼저 대야 하는 쪽도 임대인입니다.

3. 법률사무소 온명 김시은 대표변호사의 공제 요구 대응과 확인 순서
4.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위해 남겨 둘 것
원상회복 다툼은 이사 당일에 몰려서 벌어집니다. 그날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지지만, 공제 금액은 당사자가 합의하거나 다투어 정해지는 것이지 한쪽이 통보한다고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즉석에서 합의하기보다 항목과 금액을 문서로 받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을 어떤 근거로 빼겠다는 것인지가 적혀 있어야 뒤에 다툴 수 있습니다.
집을 비우기 전후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오간 말을 기록으로 남겨 두십시오. 판단이 서지 않는 항목이 있다면 금액을 확정하기 전에 확인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 이 주제에서 다루는 법리에 대한 더 자세한 법률지식은 네플라 법률위키 임대차 종료 시 원상회복의 범위: 임차인이 되돌려야 하는 부분을 정하는 판단 방법 페이지를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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