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청구를 다투는 답변서를 내면 급한 불은 끈 셈입니다(공시송달로 받은 경우에는 이 의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기한을 넘기면 변론 없이 판결이 선고될 수 있으므로 이것이 첫 갈림길입니다. 다만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청구를 다투는 답변서를 내거나 직권조사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무변론판결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곧 변론기일이 잡히면서 무엇을 언제까지 더 내야 하는지가 다시 막막해집니다.
재판은 한 번의 서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준비서면이 오면 그에 대한 반박을 내고, 새 증거가 나오면 그에 대한 의견을 내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이때 놓치기 쉬운 것이 시기입니다. 내용이 옳아도 늦게 내면 법원이 판단해 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무엇을 쓸지 못지않게 언제 낼지를 함께 정해야 합니다.
2. 늦게라도 내면 받아 준다는 생각의 사각지대
변론이 여러 차례 열리다 보면 다음 기일에 내도 된다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재판부가 서면을 받아 주는 경우도 있어 이런 감각이 굳어지기 쉽습니다.
Q: 그러면 변론이 끝나기 전에만 내면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46조는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을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어긴 데 더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뒤늦게 제출하여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게 되면 제149조 제1항에 따라 각하될 수 있습니다.
재판장이 기간을 정해 준 경우에는 더 분명합니다. 민사소송법 제147조 제2항은 그 기간을 넘기면 주장을 제출하거나 증거를 신청할 수 없다고 정하고, 정당한 사유를 소명한 때에만 예외를 둡니다.
법무법인 태산로펌 이형재 대표변호사가 짚는 변론 단계의 제출 시기 관리
3. 법무법인 태산로펌 이형재 대표변호사가 짚는 변론 단계의 제출 시기 관리
가. 다툴 쟁점은 가능한 한 이른 기일에 꺼냅니다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7다1097 판결은 과거에 제출을 기대할 객관적 사정과 상대방·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주었는지 여부 등을 실기 판단 요소로 들었습니다. 항소심에서 새 주장을 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1심까지 통틀어 시기를 따지므로, 심급이 바뀐다고 시간이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첫 서면을 쓸 때 다툴 쟁점을 빠짐없이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 재판장이 정한 기간은 따로 표시해 둡니다
민사소송법 제147조 제1항의 재정기간은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만 정할 수 있고, 그 기간을 넘기면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지 못하는 한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실권효가 생깁니다. 변론준비기일을 거친 사건이라면 민사소송법 제285조 제1항의 마감선도 함께 걸립니다. 다만 소송이 현저히 지연되지 않거나 중대한 과실 없이 내지 못하였음을 소명한 경우 등은 예외입니다. 기일마다 재판부가 무엇을 언제까지 내라고 하였는지 기록해 두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 증거는 서면에 붙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다15775 판결은 법원 외에서 조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서증이 첨부된 준비서면이 진술되더라도 서증은 변론기일이나 준비절차기일에 출석하여 현실적으로 제출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서면에 붙여 두기만 하고 기일에서 제출 절차를 밟지 않으면 증거로 조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증거설명서와 증거의견서를 함께 정리해 두면 이런 누락을 줄일 수 있습니다.
라. 기일에 나가기 어렵다면 서면을 먼저 내 둡니다
민사소송법 제148조 제1항은 법원이 출석한 상대방에게 변론을 명할 때 불출석한 당사자가 제출한 소장·답변서와 그 밖의 준비서면에 적힌 사항을 진술한 것으로 보도록 정합니다. 이것은 나가지 못한 쪽을 위한 장치입니다. 반대로 준비서면이 필요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76조본문에 따라 나간 쪽도 준비서면에 적지 않은 사실을 상대방이 불출석한 기일에서 새로 주장하지 못합니다. 주장할 사실은 미리 적어 두어야 합니다. 법무법인 태산로펌 이형재 대표변호사는 민사소송 대응과 소송서면 작성에서 이 점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4. 변론이 본격화되기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것
먼저 다툴 쟁점의 목록입니다. 상대방 주장 가운데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누고, 다툴 부분마다 어떤 증거로 뒷받침할지를 함께 적어 둡니다.
Q: 상계항변처럼 꺼내기 부담스러운 주장은 뒤로 미뤄도 될까요?
미룬 사정에 따라 각하될 수 있습니다. 상계항변을 할 수 있음을 알고도 미룬 것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평가되고 그로 인해 소송이 지연되면 제149조 제1항의 각하 대상이 되므로, 미룰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기록에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3다44387 판결은 상계항변을 할 수 있음을 알고도 다른 주장으로 승산이 있다고 보아 하지 않은 것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평가될 수 있는 사정으로 들었습니다. 기존 주장과의 모순과 자동채권에 관한 주장·입증의 부족, 새로운 증거조사로 인한 소송 지연 가능성도 함께 고려하였습니다.
마지막은 기일 관리입니다. 출석이 어려운 사정은 언제든 생기므로, 서면을 미리 내 두고 재판부가 정한 기간과 다음 기일을 함께 적어 관리하면 시기를 놓치는 일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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