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94. 6. 30. 감정평가사인 피고(선정당사자)(이하 동인을 '피고'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유효기간을 1994. 7. 1.부터 1995. 6. 30.까지로 한 감정평가업무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피고는 ① 원고가 의뢰한 담보 물건의 감정평가를 함에 있어 임대차 사항을 상세히 조사하며(이 사건 협약 제7조), ②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로 감정 당시의 시가와 현저한 차이가 있게 평가하거나 임대차계약 내용 조사의 소홀, 감정평가의 하자 또는 감정서류에 허위의 기재를 함으로써 원고 등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기로(이 사건 협약 제11조) 약정하였고, 한편 선정자 2는 같은 날 이 사건 협약 제11조에 따른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 원고는 1994. 9.경 소외 1로부터 동인 소유의 서울 마포구 (주소 1 생략) 지상 다세대주택 302호(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를 담보로 금원을 대출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피고에게 이 사건 주택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주택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한 다음, 1994. 9. 24.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그 감정가액은 금 100,000,000원이고, 임대차는 없으며, 현재 공실 상태다."라는 내용의 감정평가 결과를 원고에게 통보한 사실, 이에 원고는 1994. 9. 28. 이 사건 주택에 대한 임대차가 없음을 전제로 이 사건 주택의 담보 가치를 금 55,300,000원{(위 감정평가액 100,000,000원-소액임차보증금 7,000,000원×방 3개)×원고의 담보평가요율 70%}으로 평가하여 위 소외 1에게 금 50,000,000원을 대출하면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그 담보로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65,000,000원으로 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받은 사실, 그 후 원고는 위 소외 1이 위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위 대출금의 원금 및 이에 대한 이자와 지연손해금 12,351,262원의 합계 금 62,351,262원의 회수를 위해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95타경15663호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위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주택은 금 91,500,000원에 경락되어 그 대금에서 경매비용을 공제한 금 88,996,007원에 관하여 1996. 5. 10. 배당이 실시되었는데, 위 경매절차에서 소외 2가 1994. 9. 5.경 이 사건 주택을 임대보증금 70,000,000원에 임차하고 같은 달 6. 전입신고를 마치면서 그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놓은 사실이 밝혀져, 제1, 2순위로 마포구청과 마포세무서에게 조세 합계 금 7,794,390원이, 제3순위로 위 소외 2에게 위 임대보증금 70,000,000원이 각 배당되었고, 원고에게는 제4순위로 나머지 금 11,201,617원만이 배당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이 사건 주택의 임대차관계 조사를 정확하게 하여 그 자료를 원고에게 제공함으로써 원고가 대출 업무를 취급함에 있어 그 담보물의 담보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협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주택의 임대차관계를 조사함에 있어 위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위 소외 2의 이 사건 주택의 임대차관계를 누락함으로써, 이를 신뢰한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주택의 담보 가치를 과대평가하게 함으로써 결국 금 51,149,645원(=62,351,262원-11,201,617원)의 부실채권을 발생하게 하였으니, 피고 및 그의 연대보증인인 선정자 2는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부실채권액 상당인 금 51,149,645원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의미가 있는 임대차관계 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대항력을 가지거나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임차인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하여서는 그 담보물의 지번에 전입신고를 한 사람들의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하는 것만이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이라 할 것이고, 한편, 1991. 6. 30.까지는 누구나 타인의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1991. 1. 14.자 주민등록법의 개정에 따라 1991. 7. 1.부터는 원고와 같은 금융기관은 담보물의 취득을 위한 경우에 타인의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되, 일개 사설감정인에 불과한 피고로서는 법령상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되었으므로(위 법 제18조 제2항 참조), 피고로서는 ① 이 사건 주택의 현황을 조사하거나, ②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와 거주자 및 인근의 주민들에 대한 탐문을 통하여 이 사건 주택의 임대차의 유무 및 그 내용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데, 거시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가 1994. 9. 24.경 이 사건 주택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당시 이 사건 주택은 거주자 없이 비어 있었던 사실[그 소유자인 위 소외 1도 당시 이 사건 주택이 아닌 서울 마포구 (주소 2 생략)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에 피고는 위 소외 1 및 인근의 주민들에 대한 탐문 조사를 생략한 채 이 사건 주택이 비어 있는 점으로 보아 임차인이 없으리라고 잘못 판단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주택에는 임차인이 없다고 통보한 사실, 한편, 위 소외 1은 이 사건 대출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주택에는 임차인이 없다고 허위의 고지를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인정과 같이 피고의 현장 조사 당시 이 사건 주택이 비어 있었던 이상, 경험칙상 감정평가인인 피고에게 이 사건 주택이 임대되어 있는 상태라거나 임대되었을 가능이 있다고 판단하기를 기대하기는 객관적으로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가 위 소외 1이나 인근 주민들에 대한 탐문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주택에 임차인이 없다고 잘못 판단한 사정만으로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잘못 판단한 점에 있어 피고에게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더구나, (가) ① 담보물의 담보 가치를 평가하기 위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대항력을 가지거나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임차인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하여서는 그 담보물의 지번에 전입신고를 한 사람들의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하는 것만이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이고, 한편, 주민등록법의 개정으로 1991. 7. 1.부터는 원고는 담보물의 취득에 있어 타인의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으나, 피고는 이를 확인할 수 없게 됨으로써 피고의 임대차관계의 조사 내용은 이를 신뢰하기가 극히 어렵게 되었다는 사정, ② 이 사건 감정 결과가 원고에게 통보된 1991. 9. 24.부터 이 사건 대출이 실행된 1991. 9. 28.까지 사이에도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는 원고가 취득할 담보권에 대한 대항력을 가지거나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임대차관계가 성립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사정, ③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피고는 이미 1991. 7. 4.경부터 원고에게 "피고로서는 앞으로 담보물에 관한 주민등록 사항을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수차에 걸쳐 통보하여 원고에게 주의를 환기시켰던 사정, ④ 위 소외 1이 이 사건 대출 당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주택에 임차인이 없다고 허위로 고지한 점이나, 이 사건 주택이 비어 있었던 까닭에 인근 주민들로서도 이 사건 주택의 임대차관계를 알기 어려웠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 소외 1이나 인근 주민에 대한 탐문 조사를 하였더라도 위 소외 2의 이 사건 임대차관계를 탐지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였으리라고 보여지는 사정까지를 감안할 때, (나) 이 사건 원고의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한 손해는 피고가 이 사건 주택의 임대차관계를 잘못 조사한 것에 기인한 손해라기보다는, 이 사건 주택에 대한 임대차 조사 결과 이 사건 주택이 비어있다는 통보를 받은 원고로서는 마땅히 이 사건 대출의 실행 이전에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하여 임차인 유무를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경솔하게 이 사건 대출에 이른 원고의 전적인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감정평가사인 피고에게 이 사건 주택에 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피고와 사이의 이 사건 협약에 따라 감정 목적물인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대차 사항을 상세히 조사할 것을 의뢰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주택에 관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존부 및 그 임차보증금의 액수에 대한 사실 조사를 의뢰한 취지라 할 것이니, 피고로서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성실하고 공정하게 이 사건 주택에 대한 위와 같은 임대차관계를 조사하여 원고에게 알림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주택의 담보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여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원심 판단 취지와 같이 1991. 6. 30.까지는 누구나 타인의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1991. 1. 14. 법률 제4314호로 주민등록법이 개정되고 이에 따라 1991. 4. 16. 대통령령 제13352호로 같은법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1991. 7. 1.부터는 원고와 같은 금융기관은 담보물의 취득을 위한 경우에 타인의 주민등록관계를 확인할 수 있되, 일개 사설감정인에 불과한 피고로서는 법령상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되었으므로(위 법 제18조 제2항, 위 법시행령 제45조 제3항 참조), 피고로서는 그 이후로는 ① 이 사건 주택의 현황 조사와, ②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와 거주자 및 인근의 주민들에 대한 탐문의 방법에 의해서 이 사건 주택의 임대차의 유무 및 그 내용을 확인하여 그 확인 결과를 원고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가사 원심 인정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주택에 대한 현장 조사를 행할 당시 이 사건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 공실 상태이었던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감정평가사인 피고로서는 일시 임대차 조사 대상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그 주택에 관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나 인근의 주민들에게 이 사건 주택이 공실 상태로 있게 된 경위와 임차인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문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대차 사항을 조사하고, 그러한 조사에 의해서도 임차인의 존재 여부를 밝힐 수 없었다거나 그러한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였다면 원고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알림으로써, 적어도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주택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의 의무는 이행하였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위 감정평가서에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대차는 없다."고 단정적으로 기재하여 원고에게 이를 송부하였다는 것이니, 피고는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임대차조사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 할 것이고, 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이 기재한 임대차 조사 사항을 믿고 이 사건 주택의 담보 가치를 잘못 평가하여 대출함으로써 그로 인한 초과 대출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와 그의 연대보증인인 선정자 홍혜란는 원고가 입은 위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들고 있는 원고의 과실의 점은 피고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할 과실상계의 사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피고의 책임을 면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반대로,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에게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손해는 오로지 원고의 전적인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원심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원심의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