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은 피해자 D(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의 79가소202호 판결에 기한 대여금 222,000원과 이에 대한 1979. 1. 27.부터 완제일까지의 연 25%의 이자 상당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중 1979.9. 초순경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같은 법원 79가단977호 화해조서에 기한 금 250,000원의 채권과 상계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채권이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판결정본을 그대로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피해자로부터 위 소멸된 채권을 다시 청구하여 받아 이를 편취하려고 마음먹고, 1989.7.14. 대전지방법원 집달관에게 위 판결정본을 제시하면서 마치 위 판결에 기한 피해자에 대한 위 채권이 그대로 존속하는 것처럼 말하여 이에 속은 집달관으로 하여금 같은 해 8.11. 피해자 경영의 E 식당의 탁자 및 의자 등과 피해자의 전화가입권(전화번호 F)을 압류하도록 한 후, 그 무렵 서대전전신전화국에서 피해자를 대위하여 위 전화가입을 해지하고 금 168,000원을 수령하여,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2. 민사판결의 주문에 표시된 채권을 변제받거나 상계하여 그 채권이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정본을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이를 근거로 하여 강제집행을 하였다면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볼 것이다.
3.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부산지방법원 79가소202 판결에 터잡아 1989.7.14. 집달관에게 위임하여 피해자의 유체동산을 압류한 사실은 인정되나(공판기록 29면, 압류조서), 이는 같은 해 12.7. 취하간주된 것으로보이고(공판기록 31면, 증명원), 같은 해 8.11. 피해자의 유체동산이나 전화가입권을 압류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고, 다만 같은 해 8.4. 피해자의 전화가입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있었고(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89다기2248, 2249 결정, 공판기록 90면), 이에 따라 소관 전화국장이 같은 해 8.11. 피해자에게 가입전화가 압류되었음을 통지한 사실(공판기록 38면)이 엿보일 뿐이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위하여 위 전화가입권을 해지하고 금 168,000원을 수령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피고인이 같은 해 7.14. 피해자의 유체동산을 압류한 것과는 무관한 것이고, 또 피해자의 전화가입권은 같은 해 8.11. 집달관이 압류한 것도 아니고, 또 집달관이 압류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인정을 잘못 하였거나, 강제집행의 절차를 오해하여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더구나,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원심에 이르러 판시의 범죄사실 중 "위 판결정본을 제시하면서"를 "위 판결정본 및 같은 해 8. 초순경 같은 장소에서 같은 해 8.4.자 부산지방법원 89다카2248, 2249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제시하면서"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원심은 제14회 공판기일에 이를 허가 하였으면서도, 이는 공소사실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 사건 본래의 공소사실이나 제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전항에서 본바와 같이 그 사실인정이 잘못되었고, 사기죄의 구성요건의 설시로서도 이유불비이며, 더욱이 검사가 공소장변경에 의하여 추가한 사실은 피고인이 편취하였다는 금 168,000원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변경된 공소사실에 터잡아 피고인의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의 나머지 점에 관한 판단은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