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강간치상]
판시사항
강간피고사건의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이 그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이와 달리 유죄로 판시한 원심판결을 강간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화로 사귀어 오면서 음담패설을 주고 받을 정도까지 되었고 당초 간음을 시도한 방에서 피해자가 "여기는 죽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청방이니 이런 곳에서 이런 짓을 하면 벌 받는다"고 말하여 안방으로 장소를 옮기게 된 사정 등으로 미루어 본다면 강간피고사건의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이 그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이와 달리 유죄로 판시한 원심판결을 강간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1988.11.8. 선고 88도1628 판결(공1988,1556), 1990.12.11. 선고 90도2224 판결(공1991,51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변호인 박창래의 상고이유와 국선변호인 황은환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판단한다.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과 피고인 및 피해자의 원심공판기일에서의 각 진술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의 경찰 이래 원심공판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진술만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직접증거일 뿐, 나머지 증거들은 모두 정황증거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는 바, 피해자는 대체로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고 있고 피고인은 이와 반대로 피해자와의 합의에 의하여 성교를 하였거나 하려고 한 것이라고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지만,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 관하여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즉,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화를 통하여 사귀어 오면서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가 되었고 마지막에는 음담패설을 주고 받을 정도까지 된 사실(수사기록 105면 내지 107면, 공판기록 40면, 47면, 323면), 피고인이 당초 1990.3.21. 11:40경 피해자의 집으로 가서,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방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들어가 치마를 벗기려고 하면서, 간음을 시도하였는데, 그 방에는 피해자의 죽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청이 설치되어 있어서 피해자가 "여기는 제청방이니 이런 곳에서 이런 짓 하면 벌 받는다"고 말하여 장소를 안방으로 옮기게 된 사실(수사기록 90면, 공판기록 115면, 116면, 271면, 327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제청방을 나온 후 피해자의 시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피해자가 받았으나 적극적으로 구원을 요청하지 아니한 사실(수사기록 109면, 공판기록 117면, 118면, 328면, 329면, 다만 전화를 받은 시각에 관하여, 피해자는 제청방에서 나와 1차 성관계를 하기 전이라고 진술하고, 피고인은 1차 성관계를 한 후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마를 벗기려고 하는 등 간음할 의도를 드러낸 후임에는 차이가 없다), 같은 일시에 행하여진 1, 2차 성관계 전에 발기되지 않고 있는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손으로 만져 발기시킨 사실(수사기록 90면, 111면, 공판기록 328면,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이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고 진술함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강제로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가 1차 성관계 후 자신의 나신을 찍은 피고인의 사진기를 어항속에 빠뜨린 사실(수사기록 112면, 공판기록 62면, 103면, 119면, 330면) 등이다.
나.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 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는 사실들에 나타난 상황으로 미루어 본다면, 피고인이 위 (i)항공소사실과 같이 1990.3.21. 11:40경 피해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가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와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에게 미친 심리적·육체적인 영향 등을 조금 더 상세하게 심리하여,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를 강간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1심이 채용한 증거들만으로도 위 (i)항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에 관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