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채무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잘못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다툰 경우,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甲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인 조합원 乙 등이 甲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등의 효력을 다투면서 甲 조합에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乙 등이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없어 인도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乙 등에게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확정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고, 다만 채무불이행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민법 제390조 참조). 한편 채무자가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의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의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 甲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인 조합원 乙 등이 甲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처분 등의 효력을 다투면서 甲 조합에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乙 등이 잘못된 법률적 판단으로 부동산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고 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것이라 하더라도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없으므로 인도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乙 등에게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공2003상, 49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한편 채무자가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의 발생원인 내지 존재에 관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하여 자신의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의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9. 5. 27. 법률 제97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3항은 “시장·군수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는 때에는 그 내용을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6항 본문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들 법규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있으면 목적물에 대한 종전 소유자 등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므로 사업시행자는 목적물에 대한 별도의 수용 또는 사용의 절차 없이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28394 판결 참조).
그리고 주택재개발사업에서의 사업시행자인 정비사업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와 등기에 의해 설립되고, 조합설립결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거나 당연무효로 되지 않은 한 정비사업조합은 여전히 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대법원 2010. 4. 8. 선고 2009다1088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2008. 6. 26. 서울 중구청장으로부터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받아 그 인가처분이 고시되었으므로,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인 피고들은 사업시행자인 원고의 인도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또한 원고의 조합정관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사업시행계획에 의한 철거 및 이주의무’를 조합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조합원인 피고들은 위 정관규정에 의해서도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가 인정된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설립결의 당시 이 사건 동의서에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등에 대한 기재가 없어 하자가 있기는 하나, 원고가 조합설립인가신청을 할 당시 제출된 이 사건 동의서에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등이 기재되어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 및 그에 이어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밖에 피고들이 내세우는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의 하자들도 그 인가처분이 당연무효라고 볼 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피고 1 등이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 역시 항소심에서 피고 1 등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피고 1 등이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2012. 5. 10.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따라서 피고들이 잘못된 법률적 판단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고 그 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들이 인도의무가 없다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 불이행에 관하여 피고들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이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