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
판시사항
[1]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조건의 의미 및 성립 요건
[2] '횡령금 중 일부를 변제하고 선처받기로 한다.'는 각서문구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당해 법률행위를 구성하는 의사표시의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의사표시의 일반원칙에 따라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 즉 조건의사와 그 표시가 필요하며, 조건의사가 있더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시되지 않으면 법률행위의 동기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만으로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甲이 乙에게 丙의 횡령금 중 일부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甲이 丙의 오빠로서 丙이 乙에 대하여 부담하는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채무 중 일부를 대신 변제한다는 취지이고, 그러한 약정을 하는 甲의 내심에는 丙이 처벌받지 않기를 바라는 동기 이외에 丙이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위 약정 자체가 무효라는 조건의사까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는 丙의 선처를 조건으로 한 조건부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각서의 기재 내용과 그 작성 당시의 상황 및 상대방인 乙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약정 자체의 효력이 乙의 정식 고소나 丙의 처벌이라는 사실의 발생만으로 당연히 소멸된다는 의미의 조건이 쌍방의 합의에 따라 위 약정에 붙어 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 각서 중 '변제하고 선처를 받기로 한다.'라는 문구는 甲과 丙이 위 약정을 예정대로 이행하면 丙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乙이 협조한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케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 당해 법률행위를 구성하는 의사표시의 일체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의사표시의 일반원칙에 따라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 즉 조건의사와 그 표시가 필요하며, 조건의사가 있더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시되지 않으면 법률행위의 동기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만으로는 법률행위의 부관으로서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1995. 2. 25. 원고에게 작성하여 준 각서(갑 제2호증)에는 "본인의 여동생 제1심 공동피고의 횡령한 금액(¥15,206,618)을 동생 1,000만 원과 본인의 예금액 1,400만 원과 퇴직금 5,600만 원으로 변제하고 선처를 받기로 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위 돈을 나누어 지급할 각 기한과 공증에 관한 사항 및 위 공증이 끝날 때까지 제1심 공동피고의 여권을 고소인(원고)에게 보관시킨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인 사실, 위 각서가 작성될 당시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의 횡령 액수가 일단 15,206,618엔(¥) 정도인 것으로 알고 제1심 공동피고를 경찰서에 사실상 고소한 상태로서 추가 횡령 액수를 밝히려 하면서도 피고측에서 이 사건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면 정식 고소장의 제출까지는 하지 않으려는 입장이었고, 제1심 공동피고와 그녀의 오빠인 피고도 원고 주장의 횡령사실을 인정하고 위 각서를 작성해 주면서 제1심 공동피고의 여권을 원고에게 맡겼던 사실, 그러나 피고는 그 직후 제1심 공동피고와 함께 집에 돌아와 제1심 공동피고로부터 원고의 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는 변명을 듣고는 이를 그대로 믿은 나머지, 제1심 공동피고에게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것은 잘못이니 탄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겠다."라고 말하면서 제1심 공동피고가 경찰서에서 제대로 말하지 못한 점을 질책하였던 사실, 이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는 피고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약정을 이행할 생각이 전혀 없고 또 오빠인 피고에게 거짓말까지 한 상태에서, 남편이 거주하는 일본으로 도피할 목적으로 원고에게 보관시킨 여권의 분실신고를 곧바로 한 다음 재발급 절차를 밟았고, 이러한 사정을 우연히 알게 된 원고는 1995. 3. 2. 고소장을 제출하여 제1심 공동피고를 정식으로 고소한 다음, 1995. 3. 6. 재발급여권을 찾으러 외무부 여권과에 온 제1심 공동피고를 경찰서에 넘긴 사실, 그 후 제1심 공동피고는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되었지만 그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횡령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였고, 피고도 증인으로 나와 위 각서가 잘못된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1심 공동피고측에서는 원고를 사기, 폭력행위,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하였던 사실, 그러나 원고는 1997. 4. 30.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제1심 공동피고는 결국 합계 23,541,985엔(¥)을 업무상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이 증명되어 2001. 3. 23.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7,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이 사건 약정은, 피고가 박희경의 오빠로서 박희경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채무 중 일부를 대신 변제한다는 취지이고, 그러한 약정을 하는 피고의 내심에는 박희경가 처벌받지 않기를 바라는 동기 이외에 박희경가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이 사건 약정 자체가 무효라는 조건의사까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 원심의 판단과 같은 조건부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앞서 본 각서의 기재 내용과 그 작성 당시의 상황 및 상대방인 원고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정 자체의 효력이 원고의 정식 고소나 박희경의 처벌이라는 사실의 발생만으로 당연히 소멸된다는 의미의 조건이 쌍방의 합의에 따라 이 사건 약정에 붙어 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 각서 중 "변제하고 선처를 받기로 한다."라는 문구는 피고와 박희경가 이 사건 약정을 예정대로 이행하면 박희경가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원고가 협조한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의 선처를 위하여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할 사실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사건 약정이 정상적으로 이행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피고나 제1심 공동피고는 이 사건 약정을 이행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피해의 일부나마 배상하기는 커녕 이 사건 약정 직후 일방적으로 그 효력을 부정하고, 나아가 횡령 범행 자체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피해자인 원고를 고소하기까지 하였으므로, 그 결과 제1심 공동피고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제1심 공동피고를 정식으로 고소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약정의 효력에 무슨 변동이 생길 수도 없는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약정이 조건부 법률행위라고 단정하고 그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이 사건 약정의 해석을 그르치고 조건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