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AI 판결 요약
원고 A의 경우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어 소를 각하하였다. 나머지 원고들의 가혹행위 및 불법감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 및 이에 기초한 수사·재판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려워 청구를 기각하였다.
1.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위자료를 포함하여 해당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2.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와 관계없이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석방 후 30년이 지나 제기된 소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국가의 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 하더라도, 위헌 선언 전 유효한 법령으로 신뢰하고 행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행위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 4.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
주문
1. 원고 A의 소를 각하한다.
2. 원고 A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79. 10. 2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가. 원고 A, J, Y, AC(이하 '원고 A 등'이라 한다)에 대한 구금, 수사 및 재판 1) 원고 A은 1977. 11. 11.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 에 따라 발령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위반의 피의사실로 체포된 후 1977. 11. 16.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구속되었다. 원고 J은 같은 피의사실로 1979. 4. 23. 체포되어 1979. 5. 16. 구속되었다. 원고 Y은 1979. 10. 23. 같은 피의사실로 구속되었다.
2) 원고 A은 위와 같이 구속되어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 77고합341, 원고 J은 서울지방법원 성북지원 79고합146호로, 원고 Y, AC은 광주지방법원 79고합279호로 각 긴급조치 제9호1)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상해 또는 공용건조물방화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3)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은 1978. 1. 28. 원고 A에 대하여 위 공소사실 중 긴급조치 제9호 위반, 공무집행방해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하였다. 서울지방법원 성북지원은 1979. 9. 22. 원고 J에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다. 광주지방법원은 1980. 2. 20. 원고 AC, Y에 대하여 공용건조물방화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각 선고하면서, 원고 Y에 대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은 위 긴급조치가 1979. 12. 7. 대통령 공고 제67호로 해제되어 폐지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하였다.
4) 위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 77고합341호 판결에 대하여 원고 A은 사실오인을 이유로, 검사는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78도292호), 위 서울고등법원은 1980, 1. 11. 긴급조치 제9호가 1979. 12. 7. 대통령 공고 제67호로 해제되어 폐지되었다는 이유로 원고 A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서울지방법원 성북지원 79고합146호 판결에 대하여 원고 J은 사실오인을 이유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79노1394호), 위 서울고등법원은 1980, 1. 11. 긴급조치 제9호가 1979. 12. 7. 대통령 공고 제67호로 해제되어 폐지되었다는 이유로 원고 J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광주지방법원 79고합279호 판결에 대하여 원고 Y, AC 및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하였고(광주고등법원 80도143호), 위 광주고등법원은 1980. 12. 23. 위 원고들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여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5) 원고 A은 1978. 5. 15. 석방되었고, 원고 J은 1979. 12. 7.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되었으며, 원고 Y은 1979. 12. 10. 석방되었다.
나. 원고 A 등에 대한 형사보상결정
1) 원고 A은 위 서울고등법원 78도292 면소판결을 근거로 서울고등법원 2013코45호로 형사보상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11. 29. "원고 A이 면소판결을 받은 경위 및 그 이유, 면소판결 당시 법원이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바람에 그 위반죄로 기소된 사람으로서는 재판절차에서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을 다툴 수 없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무효를 선언함으로써 비로소 면소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 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원고에게 생겼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26조 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원고가 구금을 당한 데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 A에게 형사보상금 35,186,400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2) 원고 J은 위 서울고등법원 79노1394 면소판결을 근거로 서울고등법원 2013코59호로 형사보상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8. 30. 위와 동일한 이유로 원고 J에게 형사보상금 40,046,400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3) 원고 Y은 위 광주지방법원 79고합279 면소판결을 근거로 광주지방법원 2013코 1571호로 형사보상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4. 2. 18. 위와 동일한 이유로 원고 Y에게 형사보상금 9,525,600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하였다.다. 원고들의 상속 및 가족관계
원고 A 등 및 원고 R, X, AD의 상속 및 가족관계는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가. 긴급조치 9호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하여 선포된 것으로 긴급조치 발령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영장주의 및 과잉금지 원칙,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헌·무효이다.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동행위 자체가 국가배상법 제2조 의 법령에 위배한 귀책사유 있는 직무행위로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고 소속 수사관들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원고 A 등 및 원고 R, X, AD을 영장 없이 불법 체포하여 폭행, 협박, 욕설 등 고문과 가혹행위를 동반한 강압수사를 진행하였다. 위 원고들은 체포 당시 범죄사실의 요지,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 받지 못하였고 가족들도 체포 및 구속의 통지나 변호인 선임권 이 있음을 고지 받지 못하였으며, 기소 직전까지 가족 및 변호인의 접견이 금지되어 법률적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수사를 받았다. 위 원고들은 위와 같은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고 그 허위자백에 기초하여 무죄판결이 아닌 면소판결 등을 받게 되었다.
다. 피고 소속 법관들은 긴급조치 9호가 위와 같은 이유로 위헌 · 무효임을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원고 A 등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을 하여 위 원고들에 대한 무죄판결이 아닌 면소판결을 내렸다. 또한 원고 A 등 및 원고 R, X, AD은 석방된 뒤에도 지속적인 사찰을 받게 됨으로써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위와 같은 위 원고들에 대한 수사 및 면소판결, 사찰행위는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라. 따라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위 원고들 및 그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와 일실이익 상실 등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원고 A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이하 '민주화보상법' 이라 한다)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같은 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위 원고가 동의함으로써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모든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으므로, 위 원고의 소는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민주화보상법 의 입법 취지, 같은 법 제2조 제1호 , 제2호 (라)목, 제10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 제3호 [별지 제10호 서식]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 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의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A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결정을 받았고, 2005. 9. 30. 생활지원금 7,041,960원 및 2004. 5. 6.부터 2008. 2. 19.까지 보상금 합계 100,227,640원을 지급받으면서 민주화운동관련 피해에 대하여 화해계약을 한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작성·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 A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 A의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가. 가혹행위 부분
1) 살피건대, 설령 원고 A 등 및 원고 R, X, AD에 대한 체포 · 수사과정에서 위 원고들 주장과 같은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유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96조 에 의하여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원고 A 등이 1978년경 내지 1979년경 사이에 모두 석방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 R, X, AD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원고들도 마찬가지로 1977년경 내지 1978년경 사이에 구금되었다가 석방되었다는 것이며,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위 석방일로부터 30년 이상이 지난 뒤인 2013. 9. 17.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 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3756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 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는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런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할 만한 언동을 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도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당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 된다고 볼 수 없다.
①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또는 변호인 및 가족들의 접견금지 등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이므로, 원고로서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에 대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었다.
② 더구나 원고 A 등은 면소판결을 받았을 뿐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고, 원고 R, X, AD은 기소조차 되지 아니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어서, '재심절차를 통하여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원고들은 위 불법행위 사실을 그 무렵부터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원고들 주장의 구금상태가 종료된 지 30년 이상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결국 이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을 이유로 한 구금 및 면소판결 등에 관한 부분
1) 관련 법리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 또는 면소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 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 과 현행 헌법 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무효라고 할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 또는 면소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 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유효한 법령이었던 이상, 이를 신뢰하고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2) 판단
이 사건의 경우, 갑 22 내지 23, 2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R, X, AD이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불법구금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불법구금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위 원고들 및 원고 A 등을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근거로 유죄판결을 하거나 긴급조치 제9호 해제를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긴급조치 제9호 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갑 20, 21, 2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A 등이 수사기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허위 자백하였다거나, 피고 소속 수사관들의 강압에 의하여 제1심 법정에서 허위로 증언하였기 때문에 원고 A 등에 대하여 면소판결이 선고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위와 같은 가혹행위가 없었다면 위 원고들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가 선고되었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과 관련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위 가.의 2)항에서 본 바와 같은 법리와 그 사정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게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사정도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다.
다.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 부분
1)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2)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 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 과 현행 헌법 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이다(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3)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 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만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4) 따라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 행위가 그 자체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 항 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불법 감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1) 원고 A 등 및 원고 R, X, AD이 석방된 후부터 2000년까지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불법적인 감시를 받아왔다는 점에 관하여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한편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사유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가. 2)항에서 본 바와 같은 법리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그렇다면 원고 A의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원고 A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윤강열
판사서경민
판사이보경
주석
1) 긴급조치 제9호
①)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 을 부정·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
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⑦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