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요지의 사실, 즉, 피고를 대리한 소외 1이 1987. 8. 8. 소외 2, 소외 3과 사이에 피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양도소득세 등을 매수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금 108,960,00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그 후 위 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의 가격이 올랐다면서 계약금 배액을 지급하고 해약할 뜻이 있음을 밝히자 같은 해 10. 3. 위 소외 2는 잔금지급시까지 18,000,000원을 추가 지급하고 이 사건 부동산 위에 건립할 연립주택 18평형 1동을 제공하기로 약정한 사실, 위 소외 2는 같은 해 12. 22.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 및 그 이외의 2필지 부동산을 대금 202,000,000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소외 2는 1988. 2. 3. 위 소외 3으로부터 공동매수인으로서의 지위를 양수받아 단독매수인이 된 사실, 위 소외 2는 1988. 1. 8.로 정하여져 있던 잔금지급기일까지 피고에게 위 매매대금 전부와 추가약정대금 중 금 13,000,000원은 지급하였으나 추가약정대금 중 나머지 금 5,000,000원과 연립주택의 제공 및 양도소득세 문제는 해결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위 소외 1은 위 소외 2에게 수차에 걸쳐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독촉하여 오다가 같은 해 4. 12.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 일체를 구비하여 제시하면서 같은 해 5. 7.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였으나 위 소외 2는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위 소외 1은 다시 같은 해 6. 23. 위 소외 2에게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를 제시하고 같은 해 7. 15.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였으나 위 소외 2는 역시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그러자 위 소외 1은 같은 해 7. 16. 최종적으로 위 소외 2에게 같은 해 7. 6.자로 다시 발급받은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을 제시하고 피고가 외국에 유학 중이어서 인감증명서 등을 재발급받기 어려운 사정 등을 감안하여 인감증명서 유효기간 내인 같은 해 7. 31.까지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였는 바, 이 때 위 소외 2는 그날까지는 틀림 없이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이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위 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내용의 각서(을제45호증의 1)를 작성, 교부하였으나 그 기일까지도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위 소외 2는 원고측의 고소로 같은 해 8. 16.경부터 1989. 봄 무렵까지 구속되어 있는 등으로 위 계약을 이행할 능력이 거의 없었고, 한편 위 소외 1은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으려고 시도하였으나 재외국민인 피고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세무서장의 납세확인을 받아 오기 전에는 발급하여 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1989. 11. 11. 위 소외 2에게 같은 해 12. 10.까지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최고하면서 그 기간 도과시에는 별도의 통지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여 그 무렵 위 의사표시가 위 소외 2에게 도달된 사실, 위 소외 2는 위 최고기일까지도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소외 2가 피고를 대리한 위 소외 1로부터 위와 같이 1988. 6. 23.까지 2회에 걸쳐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받고도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후 다시 같은 해 7. 16. 이행의 제공을 받자 같은 해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위 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내용의 위 각서를 제공한 것은 자신이 위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즉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포기하는) 취지의 약정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후 위 소외 1이 1989. 11. 11. 위 소외 2에게 같은 해 12. 10.까지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도과시에는 별도의 통지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조건부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위 소외 2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와 위 소외 2 사이의 위 매매계약은 위 소외 2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2. 기록에 의하여 살펴 보면, 위 각서(을 제45호증의 1)의 작성·교부를 중심으로 한 그 전후 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 자체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위 각서가 소론과 같이 소급 작성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위 각서의 내용은 위 김한덕가 1988.7.31.까지는 틀림 없이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피고측에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지 위 김한덕가 위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피고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위 김한덕가 위 각서 작성 이전에 피고를 대리한 위 최재정로부터 2회에 걸쳐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받고도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 각서가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할 것이며, 그 외 달리 위 각서가 위와 같은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 볼 수 없고(위 각서의 작성경위 등에 관하여 증언하고 있는 원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부분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위 각서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측으로부터 때로는 적법한 이행의 제공을 받으면서 수차에 걸쳐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받고서도 그때마다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피고측의 재산을 관리하여 준 인연 등으로 맺고 있던 평소의 친밀한 관계에 의지하여 새로운 이행의 기회를 줄 것을 간청하여 그 양해를 받아 오던 위 소외 2가 더이상 그와 같은 양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처하자 피고측에서 최고한 기일까지 틀림 없이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번에도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다시는 이행의 기회를 달라고 간청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결국 위 각서의 제공으로써 위 소외 2가 피고측에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고 본 원심의 조치에는 위 각서의 내용을 그릇 해석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혹시 위 소외 2가 1988. 7. 16. 피고를 대리한 위 소외 1로부터 이행제공 및 최고를 받고도 그 기한인 같은 해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해제권을 위 소외 1이 1989. 11. 11. 행사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피고는 원심 제24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1993. 9. 17.자 준비서면에서 그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인 바,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을제20호증의 1, 을제36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2의 증언 및 제1심 법원의 위 소외 2에 대한 본인신문결과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위 소외 2가 위 1988.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나 그 후에도 피고측에서는 이를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즉각 해제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소외 2에 대하여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계속 최고하여 왔으며, 원고가 1989.1.14.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대위소송을 제기하여 10여차례의 변론기일이 열려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피고측은 해제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1989. 9.경에는 위 소외 2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고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으려고 시도하기도 하다가 위 소외 2가 1988. 7. 31.까지 위 잔존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해제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무려 1년 4개월 가량이나 경과하고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때로부터도 10개월 가량이나 경과한 1989. 11. 11.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기에 이르렀고, 위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기 이전에는 물론 거기서 정해진 최고기한인 같은 해 12. 10.까지만 하여도 위 김한덕는 위 잔존채무만 이행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을 수 있는 것으로 믿어 왔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위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피고측에서 1988. 7. 31.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위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위 김한덕로서는 위 해제권은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다 할 것이고, 또 위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위 김한덕가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그 후 피고측에서 새삼스럽게 위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제 와서 피고측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인데 위 해제의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서 피고측에서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