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체유기]
판시사항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판결요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단지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서는 부족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1985.10.8 선고 85도114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피고인은 인천시 북구 부평4동 소재 동아알미늄상회에서 알미늄샷시 제작공으로 종사하던 자인바, 1984.12.7경 위 상회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튀김집 주인 전영인으로부터 같은구 작전동 한국수출 4공단 소재 우국물산 여공인 피해자 (17세)를 소개받고 교제하던중 그달 16. 14:30경 위 피해자를 다시 만나 같은동 379의 11 소재 공소외 임 상진소유의 피고인이 세들어있는 자취방에 데리고와 사랑을 고백하면서 장래를 책임지겠다는 등으로 위 피해자를 유혹하여 그날 17:30경 위 방실에서 1회 성관계를 가진후 동침하고 다음날 아침 위 피해자가 몸이 아프다면서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은채 앞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피고인과 함께 살겠다는 태도등을 보이자 위 피해자를 단순히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은 피고인으로서는 자기의 장래에 위 피해자의 문제가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을 염려한 나머지 동녀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그 방법으로 위 방실에는 부엌에서 피우는 연탄가스 배출을 위하여 가스배출기가 설치되어 있고 그 가스배출기 전원코드를 빼놓으면 위 방실 구석 갈라진 틈등에서 가스가 새나오고 있었으므로 그 배출기 전원코드를 빼내어 자연적인 연탄가스중독을 위장하여 위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날 저녁시간 미상경 위 방실에 딸린 부엌 연탄아궁이에서 연탄을 갈아넣고 위 방실에서 누워있던 위 피해자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방실 서쪽 벽에 설치된 전원에서 위 연탄가스배출기코드를 일부러 뽑아놓고 외출하여 동방실에 연탄가스가 스며들게 함으로써 그달 18. 02:00경 위 피해자를 일산화탄소 중독(혈중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의 농도 56%)으로 사망케 하여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살해의 동기에 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침을 하고난 후 회사를 그만두고 피고인과 함께 살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피해자를 단순히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않은 피고인으로서는 자기의 장래에 피해자의 문제가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을 염려한 나머지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할 당시에는 위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제2회) 및 정기순에 대한 진술조서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1984.12.12에 처음으로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그달 15에 두번째로 만난 후 사건당일인 그달 16에 세번째로 만나 피고인의 자취방에서 성교관계를 갖게 된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조사 이래 살인범행을 부인할 때나 자백할 때나 일관하여 피해자는 성교관계를 가진후 피고인에게 자기는 과거에 안양에 거주하는 남자친구와 사귀다가 몸을 허락한 일이 있다는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사법경찰리 작성의 정 기순에 대한 진술조서기재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만나기 전에 안양에 거주하는 공소외 1과 가깝게사귀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위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는 오래 전부터 친숙하게 사귀어 오며 장래를 약속한 사이가 아니라 단지 세번 만난 사이에 불과한 점과 더구나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과거의 남자관계까지 들어서 알게 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장차 피해자와 동거 내지 결혼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피해자의 관계가 피고인의 장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을 염려한 나머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피고인의 자백이나 원심판시는 합리성을 결여하여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밖에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아도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다른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살인범행을 자백한 사법경찰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제3,4회)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후 방구석에 앉아 비로소 사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궁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 사체처리에 관하여는 사전에 전혀 계획과 준비가 없었음이 인정되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후에 가위, 나일론 끈, 마대등을 구입하고 차를 임차해 온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다.
이와 같이 사체처리에 관하여 사전에 아무런 계획과 준비가 없었던 점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납득할만한 살해의 동기가 인정되지 않는 점과 아울러 생각해 보면,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피고인의 자백은 합리성을 결여하여 그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첫째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할 때나 자백할 때나 한결같이 연탄이 빨리 타기 때문에 아침 출근할 때에 배출기전원코드를 빼고 밤에 퇴근하여 다시 꼽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이 진술을 거짓이라고 배척해 버릴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으므로 배출기 전원코드가 평소에 계속 꼽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둘째로,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의 전원코드가 헐거워지거나 또는 다른 물체에 부딪치는등 인위적이 아닌 외력의 영향으로 빠지는 경우가 없지 않음은 우리가 경험하는 바인데 이 사건배출기의 전원코드가 그 위치나 구조상 일부러 빼지않는한 저절로 빠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고 볼만한 뚜렷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1,2심 법정을 통하여 진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사망한 일시와 피고인의 행적에 관하여 적지 않게 모순되거나 저촉되는 진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구태여 은닉하고자 애쓴 행적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살해의 동기가 뚜렷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충동적인 사체처리과정에 미루어 보면, 원심 거시증거만으로는 살인죄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기에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