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1430 판결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14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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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판시사항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학교폭력’의 의미 및 ‘성폭력’이 형사상 처벌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위 법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형사재판에서 고의성 내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23. 10. 24. 법률 제197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학교폭력’이라 함은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 열거된 행위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성폭력’의 경우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면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한편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관련 형사재판에서 고의성 내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참조판례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도44 판결,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에프 담당변호사 한아름)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민규)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5. 2. 20. 선고 2024나21220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2023. 5. 19.경 신체접촉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 부분 제외)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인정된 사실관계

다음 사실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알 수 있거나 이 법원에 현저하다.

가.  원고 1과 피고 1은 2023년경 중학교 같은 반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이다. 원고 2, 원고 3은 원고 1의 부모이고, 피고 2, 피고 3은 피고 1의 부모이다.

나.  원고 1은 2023. 5. 23.경 피고 1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였다. 신고 내용은, ① 피고 1이 2023. 4. 12.경 SNS에 원고 1과의 성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를 증명하겠다며 혈흔으로 보이는 물질이 묻어 있는 티슈를 올려 원고 1의 명예를 훼손하였고(이하 ‘이 사건 명예훼손행위’라 한다), ② 피고 1은 2023. 5. 22.경 수업시간에 원고 1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 1의 가슴 등을 만지고 원고 1로 하여금 피고 1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라 한다), ③ 피고 1이 2023. 5. 23.경 원고 1의 뒷목과 머리채를 잡는 신체 폭행을 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폭행행위’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원고 1은 피고 1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혐의사실로 이 사건 명예훼손행위,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 이 사건 폭행행위와 함께 ④ 피고 1이 2023. 5. 19.경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던 중 원고 1의 뒤에서 원고 1의 어깨, 팔, 가슴을 약 30분 동안 만져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혐의(이하 ‘이 사건 제2차 신체접촉행위’라 한다)를 추가하여 고소하였다.

다.  의정부경찰서장은 2023. 6. 7. ‘이 사건 명예훼손행위, 이 사건 폭행행위는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법원으로 송치하고, 이 사건 제1, 2차 신체접촉행위 관련 강제추행 혐의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결정하였으나 소년법 제4조에 따라 법원으로 송치한다.’는 결정을 하였는데, 의정부지방법원은 2023. 9. 21. 소년법 제19조 제1항에 따른 심리 불개시 결정을 하였고(의정부지방법원 2023푸1582), 이는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한편 피고 1이 경기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상대로 제기한 재결취소 소송에서, 수원지방법원은 2024. 9. 26.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가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23. 10. 24. 법률 제197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제2조의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해당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피고 1에 대한 학급교체 조치를 전학 조치로 변경한 이 사건 재결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1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4구합64209). 이에 대해 위원회가 항소하여 수원고등법원은 2025. 4. 23.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가 구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성폭력)에 해당하여 해당 처분사유가 존재하고 이 사건 재결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 1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고등법원 2024누15530). 이에 대해 피고 1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5. 8. 14.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5두33748).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1이 원고 1에게 이 사건 명예훼손행위와 이 사건 폭행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1은 가해자로서, 피고 2, 피고 3은 관리·감독자로서 공동하여 이들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본 반면, 이 사건 제1, 2차 신체접촉행위는 피고 1이 강제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이를 감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러한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이를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3.  이 사건 제1, 2차 신체접촉행위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제3 상고이유 관련) 

가.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에 대한 판단

1)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학교폭력’이라 함은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 열거된 행위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성폭력’의 경우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면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한편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관련 형사재판에서 고의성 내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도44 판결,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1과 피고 1은 2023. 3. 중학교에 입학하여 같은 반에 배치된 후 이성교제하는 사이가 되어, 서로 성적인 농담도 나누고 성관계를 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 1이 평상시에 피고 1과의 신체접촉을 용인하거나 이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원고 1은 신체의 자유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 원고 1과 피고 1이 사적인 공간에서 서로의 신체를 만지는 등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 1이 수업시간 중 선생님이나 같은 학급 학생들이 언제든지 목격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인 교실에서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 것까지 허용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관련 형사사건에서 작성된 피해자 진술조서(을 제8호증)에 의하면, 원고 1은 수사기관에서 ‘피고 1이 책상 밑으로 허벅지와 중요 부위를 만질 때 손을 들어서 치웠고, 가슴을 만질 때 앞자리 친구가 뒤를 돌아봐서 놀라서 엎드려서 손이 안 보이게 한 후 그 상태에서 손을 밀어서 치웠다. 이러한 행위가 수업 시간 내내 계속 반복됐다. 처음에는 손을 밀어내거나 치우고 하지 말라고 하면 손을 뗐는데, 나중에는 하지 말라고 하고 손을 밀어내려고 해도 계속 만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원고 1은 특히 피고 1이 동급생들이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 것에 대하여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1이 작성한 학생확인서(을 제7호증)에 ‘이전에도 피고 1이 본인의 신체를 만졌을 때 손을 뿌리치거나 하지 말라고 말했었고, 평소 피고 1이 본인의 몸을 만지는 것을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가 보고 있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앞서 본 피해자 진술조서에 따르면, 원고 1은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 당시 어떠한 감정이 들었냐는 질문에 대하여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꼈고, 또 이제 (당시 피고 1과 장난을 치고 있었고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목걸이 가져간 애가 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들었으며, 왜 하지 말라는데 계속 하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답변했고,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 패밀리코스터 대기열에서 피고 1이 본인의 신체를 만졌을 당시와 같은 이유로) 주변에 사람이 많다 보니 다른 친구들이 듣게 되어 본인의 이미지만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참았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다) 원고 1은 피고 1에게 신체접촉행위에 관한 거부 의사를 표현하였고, 피고 1은 당시 중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 원고 1의 거부 의사와 성적 불쾌감을 인지할 수 있는 충분한 지적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1의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는 구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성폭력)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피고 1은 가해자로서, 피고 2, 피고 3은 관리·감독자로서 공동하여 이러한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이 사건 제2차 신체접촉행위에 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 1이 원고 1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추행의 고의로 이 사건 제2차 신체접촉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이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에 관한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4.  파기 범위

원심판결 중 이 사건 제1차 신체접촉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부분에는 앞서 본 파기사유가 있다. 환송 후 원심에서는 이와 같은 파기취지를 고려하여 불법행위로 인정된 피고들의 행위에 관하여 그 손해배상책임의 인용 범위를 새로 산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이 사건 제2차 신체접촉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 부분 제외)을 전부 파기하기로 한다.

5.  결론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이 사건 제2차 신체접촉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 부분 제외)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이흥구
대법관오석준
주심대법관노경필
대법관이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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