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
판시사항
[1] 피고인이 제왕절개수술을 시행 중 태반조기박리를 발견하고도 피해자의 출혈 여부 관찰을 간호사에게 지시하였다가 수술 후 약 45분이 지나 대량출혈을 확인하고 전원(轉院) 조치하였으나 그 후 피해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대량출혈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전원을 지체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2] 응급환자를 전원(轉院)하는 의사가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제공할 설명의무의 범위
[3] 피고인이 전원(轉院)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피해자가 고혈압환자이고 제왕절개수술 후 대량출혈이 있었던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전원과정에서 피해자의 상태 및 응급조치의 긴급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4] 피고인이 제왕절개수술 후 대량출혈이 있었던 피해자를 전원(轉院) 조치하였으나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다소 미흡하여 도착 후 약 1시간 20분이 지나 수혈이 시작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전원지체 등의 과실로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가 지연된 이상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 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가.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위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때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도30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출산 후 대량출혈은 산모 사망의 주요 원인이고, 분만 후 1시간(태반분리 후 1시간)은 자궁수축 부진 등으로 인한 출혈위험이 높은 시간이므로 집중적으로 혈압, 맥박 등의 활력징후 및 자궁수축 정도, 질출혈의 정도를 관찰하여야 하며, 태반조기박리가 있는 산모의 경우 출산 후 대량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사실, 피고인은 기존에 임신성고혈압(2004. 9. 24.경 혈압이 160/100㎜Hg이었음)이 있던 피해자에 대하여 태아절박가사를 의심하여 2004. 10. 3. 13:50경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증의 태반조기박리를 발견하였고 14:30경 수술을 마친 다음 간호사들에게 ‘출혈이 있을지 모르니 잘 지켜보라’고 지시한 사실, 피고인은 수술을 마치고 약 45분이 지난 15:15경 수술실로 돌아와 피해자를 관찰하였는데, 피해자는 대량출혈로 인하여 혈압이 90/60㎜Hg로 떨어진 상태였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자궁마사지를 하고 자궁수축제인 날라돌 및 혈장증량제를 투여하다가 15:50경 ○○병원 응급실에 전원조치를 취하였는데, 피해자는 결막이 매우 창백하고, 혈압은 측정이 안 되거나 90/60㎜Hg으로 낮게 측정되었으며, 맥박수는 129회/분, 호흡수는 20회/분으로 증가된 상태였던 사실, ○○병원 당직의사 공소외인은 피해자에게 수액을 투여하는 한편 중환자실에 옮겨 간호사들로 하여금 피해자 상태를 관찰하다가 16:40경 응급실 입원당시 채혈된 피해자 혈액의 혈중 헤모글로빈(Hb) 수치가 7.6g/dL로 낮다는 보고를 받고 수혈을 지시한 사실, 피해자는 수혈준비 중이던 17:00경 혈압측정이 안 되고 17:10경 호흡이 멈추는 등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수혈, 자궁적출수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인 2004. 10. 4. 02:43경 과다출혈, 파종성(범발성) 혈관내 응고장애(DIC)로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간호사들에게 진료 보조행위에 해당하는 자궁의 수축상태 및 질출혈의 정도를 관찰하도록 위임하는 것 자체가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피고인은 간호사로부터 출혈량이 많다는 보고를 받으면 즉시 환자를 살펴 수혈 또는 전원 여부 등을 판단하면 될 것이다), 피고인으로서는 태반조기박리 등으로 인한 대량출혈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예견하였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간호사가 위임받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평소보다 더 주의 깊게 감독하여, 피해자의 출혈량이 많을 경우 신속히 수혈을 하거나 수혈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킬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의 대량출혈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전원을 지체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은 그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피고인의 전원지체 과실을 인정한 결론에 있어 정당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전원조치상의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가. 응급환자를 전원하는 의사는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이 적시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환자의 주요 증상 및 징후, 시행한 검사의 결과 및 기초진단명, 시행한 응급처치의 내용 및 응급처치 전후의 환자상태, 전원의 이유, 필요한 응급검사 및 응급처치, 긴급성의 정도 등 응급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정상혈압환자는 제왕절개수술 후 통상적인 출혈만으로 90/60㎜Hg의 저혈압이 되기도 하지만, 고혈압환자가 제왕절개수술 후 같은 정도의 저혈압이 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경우로서 대량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사실, 피고인은 15:15경 피해자 상태를 확인한 후 전원조치에 앞서 ○○병원 산부인과 당직의사에게 전화하여 “조기태반박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는데 현재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혹시 수혈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후송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피고인의 검찰진술, 증거기록 103쪽), 이어 전원 당시 ○○병원 산부인과 당직의사에게 ‘오후 3시경부터 출혈경향이 있고, 90/60㎜Hg 정도의 저혈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였을 뿐 피해자가 고혈압환자이고, 수술 후 대량출혈이 있었던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병원 의료진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설명의무 해태로 인하여 피해자의 저혈압 및 출혈량에 대한 평가를 잘못하고 나아가 수혈의 긴급성 판단을 그르쳤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전원과정에서 ○○병원 의료진에게 피해자의 상태 및 응급조치의 긴급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할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은 그 설시에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피고인에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응급환자 전원과정상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