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
판시사항
[1] 기존 채권채무의 당사자가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이 갱개인지, 준소비대차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기존 수출어음대출금의 변제기한을 연장하는 효과를 얻기 위하여 한 신규 일반자금대출이 갱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를 준소비대차라고 단정하여 수출어음대출금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의 효력이 일반자금대출금채무에 미친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기존 채권·채무의 당사자가 그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할 것을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을 갱개로 볼 것인가 또는 준소비대차로 볼 것인가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당사자의 의사가 명백하지 않을 때에는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기존 채무와 신 채무가 동일성을 상실함으로써 채권자가 담보를 잃고 채무자가 항변권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이 스스로 불이익을 초래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준소비대차로 보아야 하지만, 신 채무의 성질이 소비대차가 아니거나 기존 채무와 동일성이 없는 경우에는 준소비대차로 볼 수 없다.
[2] 금융기관과 기업 사이에 실질적, 경제적으로 수출어음대출금의 변제기한을 연장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일반자금대출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출어음대출이 이루어질 당시의 구 은행법(1982. 12. 31. 법률 제36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의 규정상 수출지원금융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변제기의 연장이 금지되어 있었던 데다가 수출지원금융과 일반대출은 이자율이나 변제기 등의 여러 조건이 다른 것이 일반적이므로, 위 일반자금대출은 수출어음대출금에 대한 변제기의 연장으로서 준소비대차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갱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를 준소비대차라고 단정하여 수출어음대출금에 대한 연대보증의 효력이 일반자금대출금채무에 미친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 대법원 1989. 6. 27. 선고 89다카2957 판결(공1989, 1159),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31803, 31810 판결(공2003하, 2067) / [2] 대법원 1991. 1. 15. 선고 88다카20576 판결(공1991, 732),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24281 판결(공1992, 484)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1, 피고 5, 피고 7, 피고 8, 피고 9, 피고 10, 피고 11, 피고 12의 각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2, 피고 3, 피고 4, 피고 6의 각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2, 피고 3, 피고 4, 피고 6의 각 상고로 인한 부분은 같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가.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원래 주식회사 한일은행(아래에서는 ‘한일은행’이라고 한다)은 1980. 1. 19.경 주식회사 삼화(아래에서는 ‘삼화’라고 한다)에 대하여 화환어음 잔액 미화 1,546,805달러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1980. 7. 11. 삼화가 한일은행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부담하는 어음거래로 인한 일체의 채무를 이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은행거래약정을 체결하고 한일은행이 삼화에게 수출어음대출금 1,052,291,441원을 대출해 준 사실, 망 소외 1은 위 수출어음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한 사실, 한편 한일은행은 삼화의 부도발생을 막기 위하여 다른 5개 은행들과의 협의에 따라 1979. 5. 28.부터 1992. 2. 22.까지 사이에 16차에 걸쳐 위 수출어음대출금을 일반자금대출로 대환하여 변제기를 연기하여 온 사실, 망 소외 1은 1982. 4. 9. 사망하여 위 피고들이 그 공동재산상속인의 일부로 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수출어음대출금을 일반자금대출금으로 대환한 것은 기존 채무가 여전히 동일성을 유지한 채 존속하는 준소비대차로 보아야 하고 한일은행이나 삼화, 위 망인 또는 그 재산상속인들 사이에 대환에 의하여 변제기를 연장하면서 보증인의 책임을 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위 망인의 재산상속인인 위 피고들은 그 상속지분에 상응하는 연대보증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갱개나 준소비대차는 모두 기존채무를 소멸케 하고 신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인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갱개의 경우에는 기존채무와 신 채무 사이에 동일성이 없는 반면, 준소비대차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는바, 기존 채권·채무의 당사자가 그 목적물을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할 것을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을 갱개로 볼 것인가 또는 준소비대차로 볼 것인가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만약 당사자의 의사가 명백하지 않을 때에는 의사해석의 문제라 할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성을 상실함으로써 채권자가 담보를 잃고 채무자가 항변권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이 스스로 불이익을 초래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준소비대차로 보아야 할 것이지만, 신 채무의 성질이 소비대차가 아니거나 기존채무와 동일성이 없는 경우에는 준소비대차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6. 27. 선고 89다카2957 판결, 2003. 9. 26. 선고 2002다31803, 3181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한일은행과 삼화 사이에서는 실질적, 경제적으로 수출어음대출금의 변제기한을 연장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일반자금대출을 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수출어음대출이 이루어질 당시에 시행되던 구 은행법(1982. 12. 31. 법률 제36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의 규정상 수출지원금융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변제기의 연장이 금지되어 있었던 데다가, 수출지원금융과 일반대출은 그 이자율이나 변제기 등의 여러 조건이 다른 것이 일반적이므로, 한일은행이 삼화에게 신규로 일반자금대출을 한 것은 위 수출어음대출금에 대한 변제기의 연장으로서 준소비대차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갱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위 망인 또는 그 재산상속인들이 일반자금대출에 대하여도 수출어음대출금에 대한 경우와 동일한 조건으로 보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망인이 위 수출어음대출금에 대하여 한 연대보증의 효력이 위 일반자금대출금채무에는 미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1. 15. 선고 88다카20576 판결, 1991. 12. 10. 선고 91다24281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일반자금대출이 이루어진 시기, 그 당시의 법규정이나 은행실무상 수출지원금융에 관하여 변제기의 연장이 금지되는지 여부를 비롯한 규제의 내용, 수출지원금융과 일반대출의 이자율이나 변제기의 차이, 삼화가 수출지원금융이 아닌 일반자금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위 망인이나 그 재산상속인인 위 피고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보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유무 등에 대하여 심리·판단해 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한일은행의 삼화에 대한 일반자금대출을 수출어음대출금에 대한 준소비대차라고 단정하여 피고들의 보증책임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대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