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금]
판시사항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판결요지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추상적인 권리에 지나지 아니할 뿐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 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고, 다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할 것이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원고,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 담당변호사 정은환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재창)
원심판결
창원지법 2000. 5. 12. 선고 99나569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금 5,890,23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가. 원고는 박남주 소유인 경남 1추2744호 승용차(이하 '승용차'라고만 한다)의 보험자였으며, 피고는 소외 1 소유의 경남 7구2187호 베스타 승합차(이하 '승합차'라고만 한다)의 보험자였다.
나. 소외 1은 1993. 9. 18. 23:00경 위 승합차를 운전하여 경남 통영시 도산면 원산리에 있는 원동부락 앞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를 따라 고성 방면에서 통영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승합차 앞에서 2차로를 선행하던 번호 불상의 복사트럭이 1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여 진입하자 복사트럭을 피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침범하였고, 때마침 반대차로를 따라 통영 방면에서 고성 방면으로 진행하던 박남주 운전의 승용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승합차의 앞부분으로 승용차의 앞부분을 충격하여, 그 충격으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박남주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다. 당시 교통사고를 조사한 수사기관에서는 박남주 운전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짓고, 박남주를 형사입건한 후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하여 사건을 종결하였다.
라. 위 수사기관의 결과에 따라 박남주의 승용차의 보험자인 원고는 피해자인 소외 1 및 그의 가족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금 126,782,530원을 지급하고, 박남주의 유족들에게는 자기차량(이하 '자차'라고 약칭한다) 손해보상금으로 1995. 2. 20. 금 3,000,000원, 같은 해 3월 17일 금 7,96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마. 한편 박남주의 유족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불복하고 소외 1의 승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소외 1을 상대로 창원지방법원에 95가단21290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바, 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박남주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은 것이 아니라 소외 1의 승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였다고 인정하여 소외 1에 대하여 박남주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소외 1이 항소와 상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으며, 위 판결은 1998. 3. 25. 확정되었다.
바. 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소외 1과 그 가족들은 원고로부터 지급받았던 손해배상금을 원고에게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하여야 하나 자력이 없었고, 다만 사고 당시 소외 1의 승합차가 피고의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에 기하여 위 사고로 인하여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자손 및 자차 보험금청구채권을 늦어도 1998년 9월경에 원고에게 양도하면서 자신들의 피고에 대한 채권양도통지 등 위 보험금청구 및 수령과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였고, 원고는 같은 달 12일 소외 1 등을 대신하여 피고에게 위 보험금청구권의 양수사실을 통지하고 그 무렵 피고가 이를 수령하였다.
사. 소외 1이 피고에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의 자손 및 자차 사고에 관한 약관 기준에 의하면, 소외 1과 그 가족들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보험금채권은 금 27,407,140원(망 소외 2의 보험금 11,780,470원, 소외 3의 보험금 5,300,000원, 소외 1의 보험금 7,500,000원, 소외 1의 승합차에 대한 자차손해 보험금 2,826,710원)이 된다.
아. 자손사고와 관련하여 피고의 자동차종합보험약관 제24조 제1항에는 사망보험금의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 부상보험금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상해등급 및 치료비가 확정된 때, 후유장해보험금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에게 후유장해가 생긴 때 피보험자는 회사에 대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차량손해와 관련하여서는 제32조에 피보험자는 사고가 발생한 때 회사에 대하여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3.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추상적인 권리에 지나지 아니할 뿐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 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고, 다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보험금액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할 것이다(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1997. 11. 11. 선고 97다36521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자손사고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살펴보면,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소외 1이 가입한 피고의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 제23조 제3항에는 피고가 자손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이나 부상보험금 또는 후유장해보험금으로 지급될 수 있는 금액에서 대인배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한 액수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당초 수사기관의 결론과 같이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이 소외 1 운전의 승합차가 아니라 박남주 운전의 승용차이었다면 소외 1은 박남주 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에 의하여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소외 1이 피고에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자손사고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않으나,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이 소외 1 운전의 승합차인 경우에는 소외 1이 피고에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자손사고로 인한 보험금 전액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인바, 따라서 이 사건에서 보험금청구권자가 수사기관의 결론대로 중앙선 침범차량이 박남주 운전의 승용차인 것으로 알고 있는 동안에는 피고에 대한 위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하나, 보험금청구권자가 수사기관의 결론과는 달리 소외 1 운전의 승합차가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 때부터 피고에 대한 위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이다.
나. 먼저 소외 1과 소외 3의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보건대, 관련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사고 당시 소외 1로서는 자신의 승합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충분히 알았고 따라서 피고에 대하여 자손사고에 관한 보험금청구권이 발생한 사실도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한편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소외 1은 피보험자의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승합차에 동승하고 있다가 부상을 당하였던 7세인 아들 소외 3의 법정대리인임을 알 수 있으므로, 소외 1과 소외 3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은 소외 1이 사고원인을 안 날인 위 사고일로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소외 1이 위 사고 후에 피고에 대하여 자손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였더라도 피고로서는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자손보험금액 이상의 보험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을 것임은 분명하나, 이는 소외 1 자신이 중앙선 침범 사실을 감추고 상대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것으로 주장한 데 따른 것이므로, 이를 들어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자손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소외 1과 소외 3의 피고에 대한 자손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위 사고일로부터 진행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에 위배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그러나 망 소외 2의 피고에 대한 자손보험금청구권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사고 당시 소외 1의 아들로서 5세이던 소외 2는 승합차에 탑승하고 있다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고 사고 다음날인 1993. 9. 19. 사망하였으며(기록 221쪽), 피고의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 제23조 제1항에는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에는 사망보험가입금액을 피보험자의 상속인에게 지급한다고 정해져 있고(기록 473쪽), 소외 2의 상속인으로는 아버지 소외 1 외에 어머니 소외 4가 있음(기록 39쪽)을 알 수 있으므로, 소외 2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은 부모들인 소외 1과 소외 4에게 각 1/2씩 귀속하게 되었다고 할 것인데, 소외 1이 사고 원인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 1의 처라고 하여 소외 4까지 사고 원인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소외 4로서는 위에서 본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피고에 대하여 자손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았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고, 따라서 소외 4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보험금청구권에 관한 한 사고일로부터 그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소외 4가 가지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에 관하여 심리를 해보지도 아니한 채 소외 2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청구권 전부가 사고일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였으니, 거기에는 소외 2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자와 그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