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판시사항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서 보관자의 지위에 대한 판단 기준 및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농지의 명의신탁 당시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었으나 그 후 사정변경으로 신탁자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경우, 그 시점부터 수탁자가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가 되는지 여부(적극)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물품제조 회사는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은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들이 매수인인 물품제조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다. 따라서 이 농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위 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애초부터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위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2413 판결(공2005하, 1293),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공2007하, 1012),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도6463 판결(공2008하, 1626) / [2]
대법원 1998. 7. 28. 선고 97도3283 판결(공1998하, 2349),
상 고 인
검사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가.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 같은 일반 법인은 구 농지개혁법(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1996. 1. 1.자로 폐지된 법, 이하 ‘구 농지개혁법’이라 한다) 시행 당시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에 의한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농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농지의 매도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그 매수인인 일반 법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이와 같이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농지의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1996. 1. 1.부터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였던 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될 수는 없다(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18232 판결,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다46565, 46572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 참조).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산업용 플라스틱 일반성형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로서 이 사건 토지 인근의 토지 위에 공장을 신축하면서 그 진입로 확보를 위해 이 사건 토지를 그 소유자들인 공소외 4(제1심 판결문에 ‘ 공소외 2’라고 기재한 것은 오기이다), 공소외 5로부터 매수하였는데, 매매계약 당시에는 그 현상이 지목과 같은 농지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매수한 다음 진입로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인 피해자로서는 농지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인 공소외 4, 5가 매수인인 피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따라서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인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다.
(3) 한편,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 또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그 제3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구 농지개혁법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인 공소외 4, 5와 매수인인 피해자 사이의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이므로, 농지법 시행 여부를 불문하고 피해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매도인을 대위하는 등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애초부터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에 기한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지 아니한다.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4, 5와는 무관하게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피고인 명의로 등기를 마친 것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의 진정한 소유자인 공소외 4, 5와 피고인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것이 공소외 4, 5나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를 횡령한 것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원심판결은 그 이유 설시가 부적절하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검사의 상고는 결과적으로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