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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민사적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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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최근의 특허법 해석은 단순한 '침해 예방'을 넘어 '혁신 유인'과 '공정 경쟁'의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SEP나 특허괴물의 과도한 권리 행사는 신의칙과 형평의 원칙으로 제어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1. 손해배상청구권: ‘회복’과 ‘발명 촉진’의 균형

  • 목적: 일반 불법행위가 '예방'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특허법은 '발명의 촉진'을 위해 침해가 없었을 상태로의 적정한 회복을 중시합니다. 과다한 배상은 오히려 후속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입증의 완화: 일실이익(Lost Profit)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특허법은 침해자의 이익, 양도수량, 합리적 실시료(Royalty) 등을 손해액으로 추정·산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 상당 손해액(제128조 제7항): 구체적인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를 바탕으로 재량에 의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으며, 실제 실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 징벌적 손해배상: 2019년 도입되어 고의적인 침해에 대해 실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증액할 수 있습니다.

2. 침해금지청구권과 가처분

  • 성격: 장래의 침해를 막는 미래지향적 구제수단입니다. 우리 법제에서는 물권적 권리로 보아 원칙적으로 인정되나, 최근 권리남용 등을 이유로 제한 가능성이 논의됩니다.
  • 독일의 사례: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침해금지가 형평에 반하는 곤란을 초래하는 경우(예: 특허괴물의 남용, 공익 저해 등)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 가처분: 본안 판결 전 신속한 구제를 위해 활용됩니다. 미국(eBay 판결)은 4가지 형평법상 요소를 고려하여 가처분 발령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보전의 필요성을 엄격히 따집니다.

3. 표준필수특허(SEP)의 특수성

  • 산정 방식: 다수의 특허가 얽힌 표준기술의 특성상, 전체 실시료 총액에서 개별 특허의 기여도를 따지는 '하향식 접근(Top-down)' 방식이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 권리 제한: SEP 보유자가 FRAND(공정, 합리적, 비차별적) 확약을 어기고 성실한 협상 없이 침해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4. 기타 민사적 구제수단

  • 신용회복청구권: 업무상 신용을 해친 자에게 손해배상과 함께 신문 공고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습니다. (사죄광고는 위헌 판결로 제외)
  • 부당이득반환청구권: 고의·과실이 없어도 청구 가능하며,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3년)가 지난 후에도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5. 소송 내 비밀유지명령 제도

  • 도입 배경: 소송 과정에서 증거 제출 등을 통해 당사자의 영업비밀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 내용: 법원이 소송 당사자나 대리인에게 해당 비밀을 소송 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하지 말 것을 명령하며, 위반 시 형사처벌을 통해 강제력을 확보합니다.

*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특허권의 침해가 있는 경우에 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나 침해금지청구와 같은 민사적 구제가 가능하다. 다만, 배상액의 산정 및 침해금지 여부의 판단은 쉽지 않고, 무엇이 특허법의 법목적에 충실한 해석론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다.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의 법정책적 목표는 ‘회복(restoration)’과 ‘예방(deterrence)’이라고 이해되고 있고,485) 특허법상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침해가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차지할 수 있었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배상토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특허권의 침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허권의 침해가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이익 즉 일실이익(Lost profit)을 손해액으로 배상토록 한다면 특허권자가 침해가 없었다면 차지할 수 있었던 상태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실이익의 산정은 “특허권의 침해가 없었다면”이라고 하는 중대한 가정을 전제로 해서 시장변화와 소비자반응을 예측해 보아야 하기 때문에 입증하기 어렵다. 이러한 입증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우리 특허법은 특허권을 침해한 자가 침해제품의 판매로 얻은 이익, 특허권침해로 얻은 이익,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으로 통상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485) 권영준, 불법행위법의 사상적 기초와 그 시사점, 저스티스 통권109호 (2009).

손해액의 산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정방법 가운데 어떤 경우에는 충분한 회복에 미치지 못하고 어떤 경우에는 회복 이상으로 특허권자에게 과대한 배상액이 주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배상액이 과소한 경우에는 발명과 혁신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위축되어서 곤란하지만, 배상액이 과다한 경우에는 특허권침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확실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과다한 배상이 반복해서 이루어진다면 특허권침해를 예방하는 효과는 증가하겠지만 동시에 기존의 발명이나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발명과 기술의 혁신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요컨대 특허권침해를 예방하는 것이 법목적이 아니라 발명을 촉진하는 것이 특허법의 법목적이기 때문에 특허권침해가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차지했을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적정한 손해액을 산정해서 배상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과제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특허권침해는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와는 달리 특허권침해의 예방보다 발명의 촉진이라고 하는 법목적의 달성이 더 중요한 법정책적 목표가 된다.

‘침해금지(Injunction)’라고 하는 민사적 구제수단에 있어서도 특허권침해의 ‘예방'이라고 하는 법정책적 목표가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허권침해의 예방이 법정책적으로 유일한 목표라고 한다면, 특허권침해가 있을 때 언제나 자동적으로 침해금지청구가 인정되어야 하겠지만 최근에 그러한 자동적인 침해금지에 대해서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특허권의 침해가 있더라도 특허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일정한 유형의 국내외 사례에서는 침해금지청구가 기각되고 있다. 특히 표준필수특허의 경우에 특허권침해의 예방이라고 하는 물권적 구제보다는 합리적인 조건으로 계속적인 발명실시를 가능하게 하는 채권적 구제가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와 같은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사회적 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그 예방이 중요하지만, 특허권침해의 경우에는 언제나 사회적인 악(惡)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특허법의 법목적에 비추어 달리 판단해야 할 경우 도 많기 때문에 특허권침해의 ‘예방’이 법정책적 목표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침해금지(Injunction)는 특허권자에게 과다한 실시료를 청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는 결과로 되기 때문에 ‘침해금지’라고 하는 구제수단이 불법행위법상 ‘회복’이라고 하는 법정책적 목표달성에 부합되는 것인지도 의문시된다. 침해금지를 통해서 소송 종료 후 특허권자가 상대방으로부터 과다한 실시료를 받고 실시허락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회복’ 이상의 과다한 배상액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로 되어서, 당해 업계에서 추가적인 발명 과 혁신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침해금지’가 특허권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고 금전적인 배상만으로는 적절한 회복이 실현될 수 없는 경우 등 일정한 형평법적 요건 하에서만 허용된다고 하는 해석론을 재확인한 것이다.486) 우리나라처럼 형평법의 법리에 따른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는 법제 하에서는 어떻게 특허권남용의 법리를 활 용해서 ‘회복’과 특허법 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할 것인가라고 하는 어려운 숙제가 남게 된다.

486) eBay Inc. v. MercExchange, L.L.C., 547 U.S. 388 (2006).

 

가. 권리자의 범위

민사적 구제는 그 구제를 받고자 하는 권리자의 청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형사적 구제는 권리자의 고소 또는 검사의 공소제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민사적 구제를 청구하고 형사고소를 할 수 있는 권리자란 특허권자와 전용실시권자를 뜻한다. 통상실시권자는 특허권자와의 채권적 관계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를 상대로 해서 계약상의 구제 또는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제3자인 침해자를 상대로 해서 직접 청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실시권자가 직접 침해자에 대하여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자를 대위해서 침해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다. 법원의 실무를 보면 부정적인 입장이 많은데, 예컨대 독점적 통상실시권자의 경우에도 독점의 특약이 부가되었다고 하더라도 통상실시권 본래의 채권적 성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대위청구를 부정하고 있다.487) 특허의 경우와 달리 저작권 사안에 있어서는 아래 저작권침해금지청구권 부분에서 설명하듯이 우리나라 대법원은 독점적 이용권자에게 저작권자를 대위한 침해금지청구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 특허권자를 중심으로 서술하지만 동일한 구제수단이 전용실시권자에게도 그대로 허용된다.

487) 서울지방법원 1999. 4. 21.자 99카합288 결정.

 

나. 손해배상청구권

특허권자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자기의 특허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50조, 특허법 제128조). 따라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는 침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 그 침해로 인한 손해(즉 침해와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입증해야 한다. 침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은 일반 불법행위의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고의 또는 과실과 마찬가지이지만, 특허법은 과실의 추정(특허법 제130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 경과실과 중과실을 구별하고 있으므로(특허법 제128조 6항), 위 규정에 관해서 검토하도록 한다.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는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고 그 입증에 있어서 ‘방법의 추정’에 관한 규정(특허법 제129조)이 있음도 이미 설명했다. 침해로 인한 손해는 인과관계 및 손해액의 입증의 문제인데, 인과관계는 일반 불법행위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이론의 적용을 받는 것이고 손해액의 입증에 관해서 특허법에 상세한 규정이 있으므로(특허법 제128조) 그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A) 과실의 추정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는 침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데, 침해자가 특허권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항변하는 경우에 특허권자로서는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어서, 특허법은 침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특허법 제130조). 또한 특허권은 등록되어야 발생하고 특허권등록은 특허공보에 게재되어 일반 공중도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특허발명과 동일 또는 유사한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자는 특허권의 존재를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상태에 있고 따라서 그것을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특허법 제130조의 과실추정의 취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특허발명의 내용은 특 허공보 또는 특허등록원부 등에 의해 공시되어 일반 공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을 수 있고 또 업으로서 기술을 실시하는 사업자에게 당해 기술분야에서 특허권의 침해 에 대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데 있는 것이고 위 규정에도 불구하 고 타인의 특허발명을 허락 없이 실시한 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특허 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거나 자신이 실시 하는 기술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488)

488)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

특허법은 침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지만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규정에서는 침해자의 경과실과 중과실을 구별해서 손해액 산정의 방법을 달 리하고 있어서489) 특허법이 추정하는 침해자과실이 경과실인지 아니면 중과실인지 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허법이 침해자의 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특허권침해라 고 하는 불법행위 성립요건사실로서의 과실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고 과실의 정도 에 관해서는 별도의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손해액입증에 관한 규정에서 경과실과 중과실을 구분하고 있는 경우에는 과실추정이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고 오직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법원이 사정을 고려해서 감액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법문언에 비추어 침해자에게 중과실이 없 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489) 특허법 제128조 6항.

(B) 손해액의 산정

특허권의 침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자가 특허권침 해로 인해서 입게 된 실손해액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특허권자의 일실이익(lost profit) 즉 자신의 매상감소 또는 제품가격의 인하가 특허권의 침해로 ‘인해서 입게 된 손해’라고 하는 것, 다시 말해서, 손해와 특허권의 침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손해입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 실무에서는 특허권자가 통상 받을 수 있는 합리적 실시료(reasonable royalty)를 손 해액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많고,490) 특허권을 침해한 자가 특허권의 침해로 인해서 얻은 이익액(infringer’s profit)을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외국입법례도 있다.491)

490) Georgia-Pacific Corp. v. United States Plywood Corp., 318 F.Supp. 1116, 1119-20 (S.D.N.Y. 1970)modified and aff'd, 446 F.2d 295 (2d Cir.).
491) 대표적인 입법례의 하나로 독일 특허법(Patentgesetz) 제139조를 들 수 있다.

우리 특허법은 ‘양도수량 기준 손해액(제128조 제2항)’ 또는 ‘침해자이익 기준 손해액(제128조 제4항)’ 또는 ‘실시료 상당 손해액(제128조 제5항)’ 등의 여러 가지 손해액 산정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특허권자는 이들 여러 가지 손해액 산정방식 가운데 어느 한 가지 손해액을 선택해서 주장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압도적인 과반수의 사례에서 침해자의 이익액을 주장하고 있고 법원은 그러한 주장을 고려한 후 압도적 과반수의 사례에서 재량에 의한 상당손해액으로 결론내리고 있다.492)

492) 최지선, 특허침해 손해액 산정 시 특허법 제128조의 조항별 활용도, 인용규모 및 영향요인 간 관계에 관한 통 계분석과 시사점, 한국법경제학회『법경제학연구』제13권 제2호 (2016년 8월), 248면.

a) 침해자의 이익

특허법은 권리를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때에 그 이익액을 특허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특허법 제128조 4항). 이러한 추정규정의 해석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침해자가 받은 이익이 침해자의 영업능력의 결과로 인한 것이라거나 특허발명이 침해제품의 일부에 불과하다거나 또는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실시허락으로 통상 받을 수 있는 수익의 한도 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는 항변 및 입증을 하면 그러한 추정이 깨지는가의 문제이다.

침해자의 이익액을 특허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규정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그 해석과 적용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규정이 특허권자의 손해액 입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침해자의 반증이 없는 한 침해자의 이익액을 특허권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해 줌으로써 특허권자의 입증책임을 완화시켜 주는 규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특허권자가 특허권침해로 인해서 받게 되는 손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아직 명확한 개념정의나 확립된 산정기준이 없기 때문에 침해자의 이익도 특허권의 침해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는 이익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특허권의 침해가 없었다면 특허권자가 동일한 이익을 향유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위에서 보면, 침해자의 이익은 특허권자의 손해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는 하나의 예시적인 손해개념규정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침해자의 이익이 특허권자의 손해를 예시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침해자의 항변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들게 된다.

우리 특허법은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액은 침해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이익액의 범위내로 한정된다고 하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만일 특허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기술이 존재하고 침해자가 그러한 대체기술을 이용한 제품생산이 가능하다면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액”이 침해자가 얻은 전체 이익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 것이다.

침해자의 이익을 특허권자의 손해로 추정하는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더라도 무엇을 침해자의 이익액으로 볼 것인가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회계상의 문제로 남는다. 따라서 특허법은 특히 특허권자가 스스로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있는 경우의 침해자의 이익액과 유사한 개념으로 침해자의 판매수량 기준 손해액 산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특허권자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침해자가 판매한 침해제품의 수량에 특허권자의 판매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계산 해서 판단할 수 있다.493) 이 경우 손해액은 특허권자가 생산할 수 있었던 물건의 수량에서 실제 판매한 물건의 수량을 뺀 수량에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한다. 따라서 특허권자의 손해액은 특허권자의 최대생산능력에 따른 최고의 예상가능 이익액의 한도 내에서만 인정된다. 다만 특허권자가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때에는 당해 침해행위 외의 사유로 판매할 수 없었던 수량에 따른 금액을 빼야한다.

493) 특허법 제128조 2항. 이는 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다43119 판결에서 제시된 기준을 반영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침해자의 이익액을 특허권자의 손해액으로 보는 것은 오직 경쟁관 계에 있는 두 개의 기업만이 동일한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 타당한 산 정방식이다. 그러나 동일한 시장에서 3개 이상의 기업이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침해자의 상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특허권침 해가 없었다면 모두 특허권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도 없고, 침해자 및 특허권자의 상품과 대체 또는 보완관계에 있는 제3의 상품이 있다거나 서로 다른 가격탄력성을 가지고 상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면 침해 자의 판매수량이 모두 특허권자의 판매수량으로 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 다.494) 자동차 사고에서와 같이 자동차의 수리비와 중고자동차의 가격에 관한 객관 적인 정보가 충분한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손해액의 산정이 용 이하겠지만, 특허권침해로 인한 손해와 같이 다수의 경쟁사업자들이 동일 또는 유 사한 상품을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역동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시장에 서의 손해액의 산정은 경제학적인 방법을 활용한 시장분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494) State Industries, Inc. v. Mor-Flo Industries, Inc., 883 F.2d 1573 (Fed. Cir. 1989).

대법원은 ‘침해자가 받은 이익’이 침해품의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에 한정하지 않고 침해자의 비용절감으로 인한 이익도 포함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 법에서의 손해액 산정에 관한 사안이지만, 대법원은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침해자가 받은 이익'이란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게 된 것으로 그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 부정경쟁행위의 모습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산정될 수 있고, 부정경쟁행위 덕분에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면 그 비용절감으로 인해서 얻은 이익도 침해자의 이익으로 볼 수도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495) 부정경쟁행위 또는 특허권침해와 같은 침해행위와 비용절감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다면 비용절감도 침해자의 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495)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 다310873 판결.

b) 특허권자의 합리적 수익

종전의 특허법은 특허권자가 그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구 특허법 제128조 제5항). 여기에서 특허권자가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함은 특허발명의 실시허락으로 받을 수 있는 실시료를 의미한다. 그런데, '통상적'이라는 표현 때문에 손해액이 실제 입은 손해보다 낮게 산정되다보니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2019. 1. 8. 개정된 특허법은 개별적·구체적인 정황을 고려해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허출원된 발명이나 특허권 등의 침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실시료 배상금액을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서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변경하였다.496)

496) 2019. 1. 8. 법률 제16208호로 일부개정 특허법 제128조 제5항.

현실적으로 특허권자가 실시허락계약을 체결한 바가 없으면 어떠한 기준으로 실시료를 산정하는가의 문제가 남게 되는데 동종 기술분야의 실시료라거나 국유특허권의 실시료 산정방식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2006년에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497) 법원은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특허발명의 객관적인 기술적 가치, 당해 특허발명에 대한 제3자와의 실시계약 내용, 당해 침해자와의 과거의 실시계약 내용, 당해 기술분야에서 같은 종류의 특허발명이 얻을 수 있는 실시료, 특허발명의 잔여 보호기간, 특허권자의 특허발명 이용 형태, 특허발명과 유사한 대체기술의 존재 여부, 침해자가 특허침해로 얻은 이익 등 변론종결 시까지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객관적, 합리적인 금액으로 결정하여야 하고, 특히 당해 특허발명에 대하여 특허권자가 제3자와 사이에 특허권 실시계약을 맺고 실시료를 받은 바 있다면 그 계약 내용을 침해자에게도 유추적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실시계약에서 정한 실시료를 참작하여 위 금액을 산정하여야 하며, 그 유추적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는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그러한 사정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497)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

실시료 상당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어떠한 요소와 사정을 고려할 것인지 의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표준필수특허 (standard essential patents: SEP)”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서, FRAND 실시료의 산정이 통상의 특허권침해사건에서와 다른 기준에 의해서 이루 어진다고 하는 외국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Unwired Planet v. Huawei사건 에서,498) 영국 특허법원은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 가운데 4G 표준기술이 기여한 비 율에 따라서 동 표준기술에 대해서 허용될 수 있는 “실시료 총액(the aggregate SEP royalty)”을 산정하고, 4G 표준기술에 대해서 다수의 특허권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한 특정 표준기술 실시료 총액 가운데 원고가 보유한 특허권의 비율에 따라서 산정된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최종산정한 바 있다.

498) [2017] EWHC 711 (Pat).

이와 같이 단말기에 활용된 표준기술 전체의 실시료 총액 및 특정 표준기술의 기여비율로부터 시작해서 원고의 특허권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식을 소위 “하향식 접근(top-down approach)” 방식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서, 종전처럼 특허권자의 기존 실시허락 및 침해기업의 판매수량 등 당사자들 의 구체적인 상황으로부터 출발해서 합리적인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배상액을 산정 하는 방식을 “상향식 접근(bottom-up approach)” 방식이라고 한다. 종전의 상향식 접근에 의해서 실시료 상당액을 산출하는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개인적인 사정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예측하기 힘들고 과다한 손해배상액이 부과될 위험성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하나의 단말기에 다수의 표준기술이 활용되고 하나의 표준기술에 대해서도 다수의 특허권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실시료과적(royalty stacking)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하향식 접근방식이 보다 합리적인 산정방식으 로 채택된 것이다.499)

499) LG Düsseldorf, 19 January 2016 - Case No. 4b O 120/14, para. VII, 6, b, dd

c) 특허권자의 실손해

특허권자는 판매수량의 감소라거나 제품가격의 인하가 특허권의 침해로 인한 손해 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면 그러한 현실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특허법은 침해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때에는 법원이 손해배상의 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특허법 제128조 6항). 이러한 특허법규정은 침해자에게 경과실만 있을 경우에 특허권자의 실손해액을 감액하고 일부 만의 배상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한해서 특허권자의 실손해액의 배상을 허용하는 것은 민법상 불법행위의 일반원칙과 모순되고, 특별히 특허권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어렵게 만드는 입법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시된다.

d) 특허권자의 선택적 청구

전술한 바와 같이 특허법은 특허권침해로 인해서 특허권자가 받은 손해의 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침해자의 이익이나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실시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또는 특허권자의 실손해액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허법이 위의 산정기준을 예시적으로 규정함에 있어서 각각의 예시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요건에 어떠한 차이나 순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특허권자는 위의 예시적 기준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침해자의 이익액을 산정할 때 특허권자의 이익률을 적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부득이 특허권자가 스스로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있는 경우에 한정되겠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특허권자가 자유롭게 선택해서 주장할 수 있다.

e) 상당한 손해액

특허법은 손해액입증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추정 또는 의제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도 마지막으로 법원으로 하여금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특허법 제128조 7항).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종전에 손해액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법원이 특허권자에게 인정해 준 손해배상액의 규모가 현실적인 손해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법원으로 하여금 엄격한 증거에 구애되지 않고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현실적인 손해에 부합되고 형평의 원리에 입각해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 특허소송 실무를 보면 특허권자는 ‘침해자이익 기준 손해액’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재량에 기한 상당손해액’에 입각해서 손해배상액을 인정한 경우가 가장 높은 비중(61.3%)을 차지하고 있다. 법원이 ‘재량에 기한 상당손해액’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특허법의 취지에 따라 가장 적합한 수준의 손해배상액을 법관 소신에 따라 인정하는 경험적(heuristic) 판단500)의 하나로 이해된다.

500) 경험적 판단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Thomas F. Cotter, Patent Damages Heuristics, Minnesota Legal Studies Research Paper No. 16-21 (2016).

f) 손해액의 규모와 특허법의 기능

손해배상액의 규모는 특허권의 가치에 중요한 변수가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술혁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손해배상액이 너무 부족하면 기술혁신의 인센티브가 위축되고 너무 과다해도 경쟁사 내지 신규진입 기업의 기술혁신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허침해소송의 결과 인정된 손해배상액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되면서 우리나라 특허권의 가치도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

다른 한편, 최근 국내외에서 빈번히 제기되고 있는 표준필수특허 분쟁에 있어 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FRAND실시료를 기준으로 한 손해액이 인정되는 대조적 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전통적으로 아주 많은 금액의 손해를 인정해온 미국 에서도, 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FRAND확약을 한 경우에 특허침해로 인해서 받을 수 있는 손해액은 통상의 합리적인 실시료(reasonable royalty)보다 훨씬 낮은 소위 FRAND 실시료 수준으로 인정되고 있다.501) 따라서 국내 특허법의 해석과 손해액 산정의 실무에 있어서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무조건 상향해서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 개선방향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특허기술의 종류 및 관련시장의 특징을 고려하고 특허법의 취지에 가장 부합되는 수준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한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501) Microsoft Corp. v. Motorola, Inc., 854 F.Supp.2d 993 (W.D. Washington, 2012).

우리나라 현행법의 규정상 다양한 손해액 산정방식이 규정되어 있지만, 표준 기술로 선정된 특허권 특히 FRAND확약의 대상이 된 특허권의 특수한 성격을 고 려할 때, 일부 손해액 산정방식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침해자의 이익을 손해액 산정기준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독일 특허법의 해석에 있어서, 독일 뒤셀도르프지방법원은 실시허락의 거절과 같은 FRAND확약의 위반이 있는 경우 특허권자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액은 FRAND실시료에 한정되고 특허권자 자신의 일실이익이나 침해자의 이익을 손해액 으로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502) 침해자의 이익을 손해액으로 인정하게 되면 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FRAND조건의 실시허락을 거절함으로써 법원에서 FRAND실시료를 초과하는 과다한 손해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부당한 결과로 되 기 때문이다. 침해자의 이익을 모두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FRAND확약의 취지에 반하는 과다한 배상을 허용함으로써 소위 “실시료과적 (royalty stacking)”과 “특허위협(patent hold-up)”의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특 허법상 ‘침해자이익 기준 손해액(제128조 제4항)’ 또는 ‘양도수량 기준 손해액(제128 조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참고할 가치가 있는 해석론이라고 생각된다.

502) Unwired Planet v. Samsung, 4b O 120/14 (LG Düsseldorf v. 19. 1. 2016).

g) 징벌적 손해액

우리 특허법은 2019. 1. 8. 개정으로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행위가 고의적인 경우에 한하여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의 범위 내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였다.503) 그동안 우리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이 전반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어 왔다.504) 침해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낮은 수준의 실시료와 유사한 손해액을 배상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특허침해를 계속하는 기회주의적 기업들은 실시계약체결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려고 하는 특허버티기(hold-out)의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미국 특허법에서와 같이 “징벌적 손해액(punitive damages)”을 도입하기 위한 특허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하는 입법론이 제기되어 왔다. 미국의 실무를 보면, 이러한 특허버티기의 폐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성실한 협상을 거절한 채 ‘고의적 특허침해(wilful patent infringement)’를 한 피고에 대해서 손해액의 3배까지 증액해서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배상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503) 2019. 1. 8. 개정되어 2019. 7. 9. 시행된 특허법 (법률 제16208호) 제128조 제8항 및 제9항.
504) 특허청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에서 2017년까지 우리나라 특허침해소송에서의 손해배상액 중간값 은 6천만원으로, 1997년에서 2016년까지 미국의 특허침해소송 손해배상액 중간값 65.7억원 대비 현저하게 적 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주,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고찰”, 우정정보, 제116권(2019년), 17-20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징벌적 목적을 위해서 배상액을 증액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법상 실손해를 배상토록 하는 기본원칙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하는 비판에 따라서 국내에 도입되지 못했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2011년 3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 개정되면서부터이다. 하도급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특히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불공정한 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 원사업자에게 수급사업자가 받은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게 되었다.505)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은 다수 법률에 도입되었고, 2019년에 개정된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법 그리고 2020년에 개정된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에도 도입되었다.

505)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법률 제10475호, 2011. 3. 29. 일부개정).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의적’인 특허권침해에 한해서 인정된다. 따라서 무엇이 고의적인 침해에 해당되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이 징벌적 배상제도의 적용상 가장 어려운 문제로 등장한다.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된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오랜기간 동안 ‘고의적’인 침해의 판단기준에 관해서 많은 판례가 축적되어 왔다.506) 미국 판례상 기준도 많이 변화해왔지만, 최근 연방대법원은 문제된 침해행위 당시에 “지독한 위법행위(egregious misconduct)”가 있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고 또한 특허권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서 징벌적 배상이 인정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507) 지독한 위법행위라고 함은 고의적, 악의적, 의도적, 노골적, 해적질 같은, 또는 위법성을 인식한 특허권침해를 의미한다.508) 예컨대, 특허권자의 시장을 빼앗아가기 위해서 특허권의 유효성에 의문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고의적인 침 해로서 3배 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인 지 여부가 불명확해서 침해여부에 관한 변호사 의견을 받고 그 의견에 따른 경우에 는 3배 배상의 대상이 되는 고의적인 침해라고 판단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506) 특허침해로 인한 3배 배상이 허용된 것은 1793년 특허법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3배 배상이 고의적인 침해에 한정된다고 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었다. 1857년 미국연방대법원이 Seymour et al v. McCormick, 60 U.S. (19 How.) 96 (1857)사건에서 3배 배상이 오직 “악의적인 해적질 (the wanton and malicious pirate)”에만 인 정된다고 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 고의적인 침해가 무엇인지 문제되기 시작했다. 
507) Halo Elecs., Inc. v. Pulse Elecs., Inc. 136 S. Ct. 1923, 195 L. Ed. 2d 278 (Supreme Court, 2016).
508) Halo Elecs., Inc. v. Pulse Elecs., Inc. 136 S. Ct. at 1932.

우리 특허법은 고의적인 특허권침해의 경우에 실손해액의 3배까지 증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증액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8가지 사항을 열거해 서 규정하고 있다.509) 8가지 사항 가운데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는 특허침해의 고의성 내지 악의성의 수준에 비례해서 증액수준을 정해야 한 다는 점에서 당연히 고려해야 할 사항에 해당된다. 그러나 “침해행위를 한 자의 우 월적 지위 여부”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기업의 특허권침해를 규제한다고 하는 또 다른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도입된 고려사항으로 보인다.

509) 특허법 제128조 제9항.

8가지 고려사항 가운데 가장 문제되는 것은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이다. 입 법취지는 벌금액에 비례해서 손해액도 증액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침해 행위를 한 자가 특허권침해죄로 인한 형사처벌로 벌금형을 받았는데 그 벌금액에 비례해서 증액된 손해배상까지 하는 민사적 징벌을 받는다면 이중처벌 내지 과잉 처벌로 오히려 혁신과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 특허법은 특허권침해에 대해 서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특허법은 미국 특허법과 달 리 특허권침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하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우 리 특허법과 같이 특허권침해에 관한 형사처벌조항을 그대로 둔채로 징벌적 손해배 상제도를 도입게 되면 이중처벌의 위험과 불합리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징벌 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현 상황에서는 특허권침해로 인한 형사처벌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법개정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또는 형사사건을 심리 하는 법원이 먼저 나온 결정을 참고해서 이중처벌을 피할 수 있는 손해액/형량 산정을 할 필요도 있다.

 

다. 침해금지청구권

특허권자는 특허권을 침해한 자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그 침해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특허법 제126조). 손해배상청구는 과거의 침해에 대한 민사적 구제인 데 반해서 침해금지청구는 장래에 향해서 더 이상 침해를 하지 말라고 하는 미래지향적인 민사적 구제인 것이다. 일반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손해배 상청구권이 인정되지만 물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그 방해제거청구권이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허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물권의 침해에 준하여 침해금지청구권이 부여된 것이다. 특허권자는 침해금지청구를 함과 동시에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인 경우에는 침해행위로 생긴 물건을 포함한다)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기타 침해의 예방에 필요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침해행위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침해가 계속되면 될수록 특허권자의 손해는 더 커지게 되는데, 침해금지청구의 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기까지는 수개월 내지 수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신속하게 그러나 임시적으로 침해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 특허법상의 금지청구권은 물권과 같은 배타적 권리의 속성상 인정되는 구제수단이기 때문에 유효한 특허권이 침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특허권자의 침해금지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주 어려운 해석론상의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이와는 달리 미국에서의 침해금지청구권(injunction)은 형평법(law of equity)상의 청구권으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침해금지청구를 인용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① 원고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을 것 ② 손해배상과 같은 기존의 구제수단들이 그 손해를 보상하는 데 충분하지 아니할 것 ③ 침해금지명령이 원고와 피고에게 미치는 고통의 정도를 비교해 볼 때 침해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것, 그리고 ④ 침해금지명령에 의해서 公益(public interest)이 훼손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하는 4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510)

510) eBay, Inc. v. MercExchange, LLC, 126 S. Ct. 1837, 164 L.Ed.2d 641 (2006)

그러나 우리 특허법처럼 특허권의 침해가 있으면 특허권자에게 침해금지청구권을 인정하는 입법방식을 취한 경우에는 특허권자가 특허권의 침해를 입증하면서 침해금지를 청구한 경우에 법원이 그러한 청구를 거절할 만한 법적 근거로 특허권의 남용 또는 권리남용511) 외의 별다른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앞에서 특허권남용의 법리에 관해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무효가 명백한 특허권에 기한 침해금지청구 또는 표준필수특허의 보유자가 FRAND 약정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의 성실한 협상 없이 침해금지청구를 한 경우와 같이 특허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 이외의 어떠한 경우에 침해금지청구를 기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예컨대, 스스로 연구개발도 하지 않고 스스로 특허발명을 실시하지도 않는 소위 특허괴물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수행과정에서 특허권을 침해한 상대방에 대해서 특허침해금지를 청구한다면 특허권남용의 법리가 확대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학술적으로 흥미로운 문제일 뿐만아니라 조만간 실무에서도 제기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511)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판결.

참고로 대륙법계의 대표주자 독일의 특허법은 2021년에 개정되어 예외적으로 법원이 침해금지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개정 된 독일 특허법에 의하면, 사실관계의 특별한 상황을 고려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서, 침해금지청구권의 행사가 특허권의 본질에 반하여 침해자 또는 제3자에 게 형평에 반하는 곤란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 다.512) 2016년에 이미 독일연방대법원(Federal Court of Justice)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침해금지청구권의 행사가 침해자에게 부당한 곤란을 초래하는 경우에 법원은 그러한 청구권행사를 거절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21 년에 개정된 특허법은 바로 그러한 대법원의 판결을 성문법에 반영한 것이다. 다 만, 2016년의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유사한 사례에서 침해금지청구권의 행사를 거절한 사례가 나온 바 없어서, 특허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경우 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서 침해금지청구권의 행사가 형평에 반하는 곤란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특허법 개정이유에 제시된 몇가지 고려요소들은 참고할 가치가 크다. 예컨대, 원고가 특허괴물과 같은 ‘비실 시기업 (Non-Practicing Entity: NPE)’라거나 명백히 과도한 실시료를 요구하기 위한 도구로 침해금지청구를 하려고 한다는 사정 또는 원고 특허권의 가치에 비해 서 피고가 광범위한 침해금지로 인해서 입게될 금전적 손실이 과도하게 큰 경우, 침해품이 휴대폰과 같이 다수의 부품으로 구성된 완성품의 부품으로서 그 완성품 의 기능수행에 긴요한 부품에 해당된다는 사정, 또는 원고가 제품판매 이전에 자 사제품이 기존의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한 전문가의 법적 평가를 받은 사실 이 있는지, 원고의 제품이 의약분야 또는 기반시설에 관한 것으로서 그에 대한 침 해금지로 인해서 일반공중의 의약제품 또는 기반시설 이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정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독일 특허법 개정이유에 따르면, 그러한 사정 가운데 어느 한 가지 사정만으로 침해금지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침해금지청구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할 요소들을 예시한 것이다. 독일의 개정 특 허법에서 흥미로운 점은 법원이 원고의 침해금지청구를 기각한 경우에 원고에서 적절한 금전적 보상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침해금지청구기각으로 인정되 는 금전적 보상청구는 손해배상청구와는 별개로 인정된다. 손해배상청구는 과거의 특허권침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인데 반하여 침해금지청구기각으로 인정되는 보상 청구는 미래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512) Patentgesetz § 139.

침해금지청구권은 특허권자에게 부여된 가장 강력한 무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침해금지청구권을 제한하는 예외적 사유는 아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손해배상액의 산정이 어렵고 인색한 나라에서는 침해금지청구권이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어떠한 사유로 침해금지청구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특허권의 잠재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만 최근에 우리나라 특허법은 징벌적배상제를 도입해서 금전적으로 충분한 배상이 가능해진다면 그와 병행해서 침해금지청구의 합리적인 제한도 검토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침해금지청구의 제한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례와 최근 개정된 독일 특허법의 개정이유는 참고할 가치가 있다.

 

라. 가처분

특허권침해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preliminary injunction)신청은 민사집행법 제300조 2항의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의 신청에 해당되고 그 가처분의 성격은 본안판결과 동일한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만족적 가처분이다. 특허법은 특허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의 하나로 침해금지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어서 그에 관한 보전처분으로서 가처분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가처분의 결정에 있어서는 가처분의 원래 특성상 권리구제의 신속성도 중요하고 동시에 피해자의 경우에도 영업을 정지당하는 등의 불이익도 크므로 그 결정에 있어서 양자의 균형을 고려하는 신중성도 중요하다.

특허침해금지 가처분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2006년에 내린 eBay Inc. v. MercExchange, L.L.C. 판결513)이 있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그동안 연방특허항소법원(CAFC)이 특허침해사건에서 침해사실이 인정되면 금지 가처분을 거의 자동적으로 부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가처분(injunction)과 관련하여 고려할 전통적인 4가지 요소, 즉 회복불가능한 손해, 원고와 피고 간의 어려움 비교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513) 547 U.S. 388 (2006).

가처분을 결정하기 위한 요건으로는 피보전권리가 있을 것, 보전의 필요성이 있을 것 등이 요구된다. 먼저 피보전권리는 특허법 제126조 등의 각 특허법에 규정된 특허권 또는 그 파생적 권리인 침해금지청구권인 바 이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소명해야 한다. 그 소명은 특허발명의 내용을 확정하고 침해대상물을 특정하며 이 양 대상물을 비교하는 방법에 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두 번째로 보전의 필요성 여부는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 본안소송에서의 승소가능성, 기타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결정 하게 된다.514) 예컨대 실용신안권자가 국내에서 등록고안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 면서 가처분신청을 한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한 사례가 있다.515) 보 전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특허발명의 전부 또는 일부가 공지·공용기술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다.516) 

514) 민사집행법 제300조 2항 단서.
515) 대법원 1994. 11. 10.자 93마2022 결정.
516) 침해주장에 대한 항변에서 공지·공용기술의 항변에 관한 설명 참고.

침해금지가처분과 같은 보전처분은 신청인에게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 에 관한 판단을 본안소송으로 미루고 오직 신청인 특허권자의 소명에 의하여 특허 권자의 책임 아래 집행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가처분의 집행 후에 집행채 권자 즉 특허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했다면 특허권자에게 가처분집행에 관한 고 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피신청인(채 무자)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517)

517)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다46184 판결.

 

마. 신용회복청구권

법원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함으로써 특 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의 업무상의 신용을 실추하게 한 자에 대하여는 특허권 자 또는 전용실시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의 업무상의 신용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게 할 것을 명할 수 있다(특허법 제131조). 이에 의하여 신용이 실추된 특허권자 등이 침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가 신용회복청구권인 것이다. 과거에는 ‘사죄광고’의 방법이 신용회복의 방법으로 사용되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민법 제764조에 사죄 광고를 포함하는 한 위헌’이라는 한정합헌결정518)을 함으로써 이제는 사죄광고를 청구하거나 명할 수 없고, 이제 가해자의 패소판결을 그대로 신문에 게재할 것을 청 구하고 법원이 명하는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518) 헌법재판소 1991. 4. 1. 선고 89헌마160 결정.

 

바.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부당이득반환청구권(unjust enrichment)이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이익을 반환 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로서(민법 제741조), 공평의 원리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도이다. 특 허법상에서도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된다. 특허 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가지는 이점은 손해배상청구권과 달리 고의·과실이 없어도 인정되고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3년)가 완성된 이후에도 행사할 수 있는 점 등이 있다.

 

사. 민사적 구제절차에서의 비밀유지명령

(A) 제도의 도입배경

2011. 12. 2. 개정법은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 즉 특허침해 민사소송의 일부에 있어 당해 당사자가 보유한 영업비밀의 외부누설을 막기 위한 제도를 새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비밀유지명령 제도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위 개정법의 전반적 내용은 거듭 말하거니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합의사항을 우리 특허법에서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비밀유지명령을 도입하게 된 것도 위 협정519)에 따른 것이지만 정작 우리 특허법 등에 새로 도입된 비밀유지명령 제도는 일본 특허법 등의 기존 제도를 수용한 것이라는 점이다.

519) 제18.10조 제11항 ‘각 당사국은 사법당국이 다음의 권한을 가지도록 규정한다. 가. (생략) 나. 소송절차에서 생 산되거나 교환된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사법명령의 위반에 대하여, 민사 사법절차의 당사자, 변호인, 전문가 또는 법원의 관할권이 미치는 그 밖의 인에게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

이런 제도가 도입된 것은 우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도 그러하듯이 영업비밀로 계속 보호받기 위해서는 당해 정보의 비공지성(非公知性)이 유지될 필요가 있음에 불구하고, 당해 영업비밀 자체의 침해를 다투는 영업비밀 소송에서는 물론 특허침해소송이나 실용신안 침해소송·디자인 침해소송 등에서 관련 영업비밀이 재판 심리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공개됨으로써 소송상대방에 의하여 외부에 누설되어 최종적으로 비공지성을 상실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가령 특허침해소송에서, 권리자의 발명을 도용하여 실시(實施)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특허권자의 주장에 대항하여 상대방은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영업비밀로 간직하고 있는 정보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전혀 별개의 실시형태에 불과하다는 반박을 제기하는 경우 부득이하게 자신의 영업비밀의 구체적 내용을 재판에서 드러내어야 하는데 그렇게 특허권자에 의하여 지득된 내용이 부정하게 사용되거나 공개될 우려가 있다.

소송과정에서 제시된 영업비밀이 제3자에 의해 공개될 우려에 관해서는 2002 년 개정된 우리 민사소송법 제163조에서 일본 민사소송법520)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송기록열람제한 제도를 도입하여 소송기록 중에 당사자가 가지는 영업비밀이 적혀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소명이 있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는 자를 당사자로 한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런 민사소송법 조항에 의해 어느 정도521) 영업비밀의 공개를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소송기록열람 제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소송상대방이나 그 대리인을 통한 누 설행위 등에는 그간 별다른 대책이 없던 상황이었다.

520) 일본 민사소송법 제92조 제1항. 
521) 제3자가 소송기록 열람이라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직접 재판을 방청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간단한 영업비 밀을 지득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있다.

(B) 일본의 비밀유지명령 제도의 내용

일본의 비밀유지명령(원문은 ‘秘密保持命令’)은 영업비밀 자체를 보호하는 침해 소송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뿐만 아니라 특허법·실용신안법·의장법·상표법·저작권 법 등 일본의 다른 지식재산권 법률에 빠짐없이 도입되어 있는 제도이다. 이것의 골격은 협의(狹義)의 침해소송에서 영업비밀이 변론에서의 주장이나 혹은 증거조사 절차의 대상이 될 때 법원으로 하여금 당사자나 소송대리인 등에게 당해 영업비밀 을 해당 소송수행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비밀유지명령을 받은 자 이외 의 사람에게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고522) 형사 처벌 조항 등을 동원하여 이를 강제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비밀유지명령의 대상은 영업비밀 관련소송의 절차상 비로소 상대방에게 공개되어야 할 영업비밀에 국한되 므로 당사자나 소송대리인 등이 준비서면의 열람 또는 증거조사 또는 공개 이외의 방법으로 해당 영업비밀을 취득하였거나 보유하고 있던 경우는 비밀유지명령 발령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523) 아울러 영업비밀의 부정취득 혹은 부정사용을 이유로 한 소송에서 이미 상대방이 소송제기 전에 원고의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공개하 였음을 전제하고 있는 경우 이런 범위의 영업비밀은 비밀유지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524) 이런 골격을 일본 특허법 제105조의4 내지 제105조의6에서도 거의 그 대로 따르고 있으며 다만 비밀유지명령이 발해지는 대상이 되는 소송범위에 관하 여 ‘부정경쟁에 의한 영업상 이익의 침해에 관계되는 소송’이라고 정한 부정경쟁방 지법상의 문구가 특허법에서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계된 소송’이 라는 문구로 대치되어 있을 뿐이다.

522) 일본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본문. 
523) 일본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단서. 
524) 이런 설명은 三村量一, 山田知司, ‘知識財産権訴訟における秘密保持命令の運用について’, 判例タイムズ 1170号 4頁(2005. 4. 1.), 12면.

(C) 한국 특허법 등 개정 법률상 비밀유지명령 제도의 내용

개정법에서 보호의 대상은 우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영업비밀이다(특허법 제224조의3 제1항, 제132조 제3항). 법원은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에 있어서 그 당사자가 보유한 영업비 밀에 대하여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비밀유지명령을 발할 수 있다.525) 이때 명령의 상대방은 그 다른 당사자(법인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 당사자를 위하여 소송을 대리하는 자, 그 밖에 해당 소송으로 인하여 영업비밀을 알게 된 자이다(제224조의3 제1항).

525) 비밀유지명령 결정서를 비밀유지명령을 받은 자에게 송달하고 그렇게 송달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같은 3항 및 4항).

명령을 신청하는 당사자는 소송상 제출하였거나 제출하여야 할 준비서면이나 조사하였거나 조사할 증거 상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과 그것이 해당 소송 수행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공개되면 당사자의 영업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소명하여야 한다(같은 항 1호 및 2호). 그렇지만 영업비밀을 알게 된 자가 그런 준비서면의 열람이나 증거조사 외의 방법으로 그 영업비밀을 이미 취득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밀유지명령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같은 항 단서). 한번 내려진 비밀유지명령이라도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나중에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법 제224조의4).

비밀유지명령이 발령되어 취소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는 소송의 기록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1항에 따른 소송기록열람제한 결정이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로부터 위 열람제한 조항에 규정한 비밀 기재 부분의 열람 등의 청구가 있고 아울러 그 자가 해당 소송에서 위 비밀유지명령을 받지 않은 자일 때에는 법원사무관 등은 당초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한 당사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열람청구가 있었음을 알려야 하며(법 제224조의5 제1항), 열람 등의 청구가 있었던 날부터 2주일이 지날 때까지는 그 청구한 당사자에게 비밀 기재 부분의 열람 등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같은 조 2항). 이런 규정이 도입된 취지는 비밀유지명령이 신청되었더라도 그 요건을 심리하여 반대당사자 일부에게만 발령될 수 있다는 사실과 앞서 설명한 민사소송법상의 소송기록열람제한 제도는 제3자가 아닌 당사자에게는 미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즉, 비밀유지명령이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발령된 때라면 모르겠으나 만일 그렇지 아니한 사건의 경우 그런 명령 상대방에서 제외되었던 소송당사자는 설령 민사소송법상 소송기록열람제한 결정이 있더라도 그런 열람제한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 결과 그에 의하여 해당 영업비밀이 부정사용되거나 누설될 수 있으므로 법원으로 하여금 당초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한 당사자에게 그런 열람신청 당사자를 상대로 하여서도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2장 특허법  Ⅷ. 특허권의 침해와 구제 3. 민사적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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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성일시: 2026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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