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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의 종류
<AI 핵심 요약>
저작권법 제4조에 명시된 9가지 저작물은 예시적인 것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이 계속 추가될 수 있습니다. 저작물의 종류별 특징 및 주요 쟁점 ① 어문저작물 (소설, 시, 논문, 강연 등)
② 음악저작물 (작곡, 작사 등)
③ 연극저작물 (연극, 무용, 무언극 등)
④ 미술저작물 (회화, 서예, 조각, 응용미술 등)
⑤ 건축저작물
⑥ 사진저작물
⑦ 영상저작물 (영화, 드라마 등)
⑧ 도형저작물 (지도, 도표, 설계도 등)
⑨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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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법률위키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지식재산권법』(제6판)의 원문을 수록하였습니다. 본 저서의 전체 목차와 체계적인 분류는 [지식재산권법] 목차 및 전체 가이드: 정상조·박준석 공저 (제6판) 페이지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은 아주 다양한 종류의 저작물을 보호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저작물의 종류가 확장되어 왔다. 따라서 우리 저작권법이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9가지 종류68)는 예시적인 것에 불과하고 예시된 종류의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지만 저작권의 객체로 되는 창작적 표현물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저작물은 예시된 저작물의 종류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종류의 저작물에 해당될 수도 있다.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종류를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를 찾아본다면, 영상저작물이나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등의 경우와 같이 상이한 취급을 해야 할 저작물의 종류가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 68) ① 어문저작물, ② 음악저작물, ③ 연극저작물, ④ 미술저작물, ⑤ 건축저작물, ⑥ 사진저작물, ⑦ 영상저작물, ⑧ 도형저작물, ⑨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
가. 어문저작물
어문저작물(literary works)이라 함은 소설·시·논문·강연·연설·각본과 같이 글이 나 말로 되어 있는 저작물을 말한다. 어문저작물은 인쇄술의 발전과 함께 18세기 초에 저작권법을 탄생시킨 저작물로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도 어문저작물을 저작물의 하나로 예시하여 규정하고 있다. 어문저작물은 소설69) ·시·논문·강연·연설·각본에 한정되지 않고 편지,70) 일기, 대학입학시험문제,71) 국한옥편,72) 홍보용 팸플릿73)도 포함한다.
| 69)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70) 서울지방법원 1995. 6. 23. 선고 94카합9230 판결: 다만 편지의 경우에 그 유체물에 대한 소유권은 수신인이 가 지고 있다고 보더라도 무형물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별도의 양도합의가 있지 않는 한 그 창작자인 발신인이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71)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72) 서울고등법원 1962. 5. 18. 선고 61나1243 판결: 국한옥편은 편집저작물로서의 성질도 가짐은 물론이나 이 사건 에서는 그 해설에 창작적인 요소가 있는 어문저작물로 보호된다고 보고 있다. 73) 대법원 1991. 9. 10. 선고 91도1597 판결: ‘소비자권리를 아십니까’라는 홍보용 팸플릿의 저작물성 인정. |
저작물의 제목 또는 제호가 별도의 어문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저작물의 제목, 즉 제호(titles)가 당해 저작물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저작물 또는 그 중요한 일부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제호가 ‘사상·감정의 표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는 제호가 사상이나 감정의 충분한 표현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만화제명 ‘또복이’74)라거나 소설제목 ‘애마부인,’75) 연극제목 ‘품바’76) 또는 ‘크라운’이라는 상호77)가 사상이나 감정의 충분한 표현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된 바 있다. 이후에는 인터넷홈페이지에 타인의 웹사이트를 연결하면서 하나 또는 소수의 단어로 구성된 제목을 이용하는 경우에 당해 제목에 대한 연결인용(Headline hypertext link) 이 저작권침해로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78)
| 74) 대법원 1977. 7. 12. 선고 77다90 판결. 75) 서울고등법원 1991. 9. 5.자 91라79 결정. 76) 서울고등법원 1989. 4. 11.자 89라28 결정. 77) 단순한 서적의 제호 또는 출판사 상호는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없으므로, 동일한 문자를 상표로 등록하여 사 용하는 경우에도 상표법 제53조(현행 상표법 제92조)에서 규정한 타인의 저작권과 충돌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273 판결. 78) Shetland Times Ltd. v Dr. Jonathan Wills, Scottish Court of Session, Oct. 24, 1996. |
‘또복이’ 등과 같이 하나의 단어로 되어 있는 제호는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독립한 저작물이나 중요한 일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으나, 예컨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하는 무용극의 제호와 같이 여러 개의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나 구절에 대해서도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판결79)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제기된다. 단순히 하나의 단어로 되어 있는 제호와는 달리 완성된 문장의 형태로 되어 있는 제호가 독자적으로 특정의 사상이나 감정 또는 기타의 정보를 전달하는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되는 한 저작물로 보호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완성된 문장의 형태로 된 제호가 짧은 시의 제호로서 당해 시의 핵심적인 부분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제호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당해 시에 대한 저작권 보호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모든 제호가 사상이나 감정 또는 정보를 전달하는 표현에 해당되지 않는다 고 보아 저작물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이 아니라, 당해 제호가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 잖아요’라는 제호도 저작물로 보호받을 만한 정도의 창작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는 지 여부에 의해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 79) 서울민사지방법원 1990. 9. 20. 선고 89가합62247 판결. |
참고로, 미국 연방저작권청 규칙은 이름이나 제호 또는 슬로건과 같은 단어 또 는 짧은 문구 등은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 등록신청을 거절한다고 규정 하고 있는데80) 이는 제호를 별도의 독립한 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지 제호를 어문저작물 등의 중요한 일부로 보호하는 것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 연방법원은 제호의 경우에 창작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 로 해서 저작물로서의 보호 여부를 판단해 왔다.81)
| 80) 37 C.F.R. 202.1(a). 81) Alberto Culver v. Andrea Dumon, 466 F.2d 705 (7th Cir. 1972); Magic Marketing v. Mailing Services of Pittsburgh, 634 F. Supp. 769 (WD Pa. 1986); Acuff-Rose Music, Inc. v. Jostens, Inc., 988 F.Supp. 289, 45 U.S.P.Q.2d 1451 (S.D.N.Y. 1997)에서 피고가 원고의 노래 가운데 ‘If You Don't Stand for Something, You'll Fall for Anything’이라는 가사와 동일한 표현을 그대로 광고문구로 이용한 경우에도, 유사한 표현이 이미 Martin Luther King, Sr. 또는 Malcolm X 등에 의해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바가 있어서 일반 공중에 널리 알려진 표현으 로서 창작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된 바 있다. |
제호가 저작권법에 의해서 보호될 수 없는 경우에도, 품질표시에 해당되지 아 니하는 제호는 상표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상표법상 보호를 받을 수는 있다.82) 예컨대 ‘토지’와 같은 소설류의 제목이거나 삼화영한사전 같은 사전류의 제 호 또는 ‘영어실력기초’ 같은 참고서적 등에서 품질표시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단행 본의 제호에 대한 상표등록이 인정된 바 있다.83) 그러나 등록된 문자상표와 동일한 문자를 서적류의 제호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품질을 나타내는 보통명칭 또는 관용 상표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아 상표권의 침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된 바도 있다.84) 한편 타인이 당해 제호에 관한 명성과 소비자 신뢰를 부당히 이용할 목적으로 당해 제호를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초래하고 선사 용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어 부정경쟁방지 법 위반으로 될 수도 있다.85)
| 82) 상표의 식별력에 관한 설명 가운데 제호의 출처표시로서의 식별력에 관한 설명 참고. 83)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후816 판결. 84) 대법원 1995. 9. 26. 선고 95다3381 판결. 85) 대법원 1979. 11. 30.자 79마364 결정. 그러나 연극 ‘품바’의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고 판시된 바도 있다(위 89라28 결정). |
나. 음악저작물
음악저작물(musical work)이라고 함은 소리의 높이, 길이, 세기를 조화시켜서 일정한 느낌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음악저작물은 소리를 통해서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새소리나 파도소리 등의 단순한 녹음물은 음반제작자의 권리의 보호대상으로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갖추지 못해서 음악저작물로는 보호될 수 없다. 다만, 그러한 새소리나 파도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적절히 수집·조화시킴으로써 창작적인 감정표현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음악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저작물은 피아노 등의 악기로 연주해 봄으로써 즉흥적으로 창작할 수도 있지만, 악보의 형태로 창작할 수도 있고 피아노 등에 의한 연주를 테이프 등에 녹음(sound recording)시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테이프 등에의 고정 여부에 불문하고 소리의 높이, 길이, 세기의 조화에 의한 창작적 표현은 음악저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서 보호된다. 다만 음악저작물과 그 음악저작물을 테이프 등에 녹음시킨 녹음물(sound recordings) 또는 음반(phonorecords)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음악저작물의 창작자, 즉 작곡가는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녹음물 또는 음반을 제작한 자는 작곡가의 창작과는 별도의 노력과 투자를 한 자로 보아서 저작인접권을 취득하게 된다. 예컨대 모차르트는 1791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가 작곡한 50여 곡의 교향악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지만 그의 교향악을 연주하여 CD라거나 LD 등의 음반으로 제작한 경우에 그러한 음반을 제작한 음반제작업자는 저작인접권을 취득하게 된다(후술한 ‘음반제작자의 권리’ 중 ‘음반’ 부분 참조).
다. 연극저작물
연극저작물(dramatic work)이라고 함은 배우·무용수가 음악이나 조명 등의 힘을 빌려서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 저작권법상 연극·무용· 무언극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연극저작물은 극본 등의 어문저작물과 음악저작물, 그리고 배경 등에 관한 미술저작물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에 각각의 소재되는 어문저작물등에 대한 저작권 이외에 별도로 연극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논할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연극에서의 그러한 창작적 표현이 타인의 극본을 토대로 한 것인 경우에 극본작가는 극본이라고 하는 어문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극본에 따라서 연기·무용을 수행한 배우· 무용수는 연극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실연자의 권리를 취득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극저작물이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의미가 있는 경우는 창작적인 무용이나 무언극 등의 경우로 제한될 것이다(실연자의 권리 부분 참조). 예컨대, 시크릿의 ‘샤이보이’에서 문제된 안무는 각종 댄스 장르의 전형적인 춤동작들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그 노래의 전체적인 흐름과 가사 진행에 맞게 종합적으로 재구성된 것이고, 4인조 여성 그룹 ‘시크릿’ 구성 원의 각자 역할(랩, 노래, 춤 등)에 맞게 춤의 방식과 동선을 유기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창조적 변형이 이루어져서 일련의 신체적 동작과 몸짓을 창조적으로 조합·배 열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판시된 바 있다.86)
| 86) 서울고법 2012. 10. 24. 선고 2011나104668 판결(확정). |
라. 미술저작물
(A) 미술저작물의 개념
미술저작물(artistic works)이라고 함은 회화, 서예, 조각, 공예, 응용미술저작물 등과 같이 이차원 또는 삼차원적인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여 기에 열거된 저작물 가운데 회화와 서예는 평면적인 저작물에 해당하고 조각과 공 예는 입체적인 저작물에 해당된다. 미술저작물은 그와 같이 열거된 저작물에 한정 되지 않고 벽화라거나 만화87) 등도 미술저작물에 포함된다.
| 87) 서울지법 1996. 9. 6. 선고 95가합72771 판결; 서울고법 2003. 8. 19. 선고 2002나22610 판결; 만화는 미술저작 물임과 동시에 문자로 서술된 어문저작물이 결합된 형태의 저작물에 해당된다. |
건축저작물 및 사진저작물을 포함하는 ‘광의의 미술저작물’의 개념으로 규정하 고 있는 외국 입법례도 많지만, 우리 저작권법은 미술저작물 이외에 건축저작물과 사진저작물을 미술저작물과는 구별되는 별도의 저작물로 열거하면서 미술저작물과 건축저작물·사진저작물의 공통적인 특징을 반영하여 전시권을 부여하는 한편, 저작 인격권과 저작권제한 등에 관한 공통된 예외를 마련하고 있다.88)(전시권, 공표권, 저작 권의 제한 부분 참조)
| 88) 저작권법 제11조 3항, 제19조, 제32조. |
저작권법은 ‘회화·서예·조각·공예’와 마찬가지로 응용미술저작물도 미술저작물 의 하나로 예시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응용미술(applied art)이란 감 상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순수미술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물품에 복제되어 반복 적인 생산에 응용되는 미술작품을 말한다. 저작권법은 미술작품이 물품의 생산과정 에 반복적으로 이용된다는 실용성으로 인해서 저작물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일정 범위의 산업디자인이 응용미술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제2조에서 응용미술저작물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한다 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예컨대 산업적으로 반복생산되는 물품의 외부형 상에 관한 디자인이나 서체도안 등은 심미적인 가치가 있더라도 독자적인 미술작 품으로서의 가치는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미술저작물로 보호되기는 어려울 것이다.89) 실용적인 물품(useful article) 그 자체를 보호하게 되면 과학의 발전 내지 혁신을 위축시키고 자유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로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디자인의 저작권법적 보호에서는 가장 문제되는 것이 그 보호기간의 제한이라거나 소비자 또는 경쟁업자의 이용의 원활화를 위한 저작권의 제한, 그리고 디자인보호법과의 조화를 위한 규정의 도입 등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현행 저작권법상 여전한 논란이 있다. 응용미술저작물과 디자인은 개념상으로는 명확히 구별되지 않고 중첩되어서 디자인보호법이 보호하는 디자인(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과의 구별 및 저작권법과 디자인보호법의 역할 분담의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 89) 예컨대 2000년 1월 저작권법 개정 이전의 저작권법이 적용된 사례이기는 하지만, 당해 사건의 생활한복의 디자 인은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어서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 원 판결이 있는데(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79 판결), 현행 저작권법 하에서도 독자성의 요건으로 인해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
우리 제도를 보면 저작권법은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70년까지이고 그 보호를 위해 심사 또는 등록 등 어떠한 형식이나 절차도 필요하지 않는 무방식주의를 취하고 있음에 비해서, 디자인보호법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는지에 관한 심사를 거쳐서 등록되는 경우에 한해서 등록일로부터 20년간 보호한다. 따라서 디자인등록출원이 거절결정되거나 디자인으로서 보호기간이 만료된 것에 대해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주게 된다면 디자인보호법의 취지가 몰각되고 법체계상의 혼란이 있게 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저작권법 제2조 15호 응용미술저작물의 정의규정에서도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디자인의 개념에 해당되는 평면적·입체적 도안도 응용미술저작물의 개념에 해당되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예컨대, 저작자의 독창성이 인정되는 부분이라면 한복디자인(문양)도 저작물에 해당된다는 판례,90) 롯데월드가 홍보용으로 제작 의뢰하여 완성된 너구리도안에 대해서도 저작인격권을 비롯한 저작권법상의 보호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91) 최근 사례 중에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꽃무늬 외피 문양을 저작물로 보호한 예92)도 있다.
| 90)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642 판결. 91)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 92) 서울서부지법 2011. 10. 28. 선고 2011가합1408 판결. 여기서는 다양한 꽃잎을 만든 후 투명도와 명도를 조절하 고 각도와 방향을 바꿔가며 하나의 꽃 형태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성된 원고의 ‘바람꽃’ 문양을 피고 가 자신제작의 가전제품 외피에 활용한 행위에 관해 저작권침해를 긍정하고 있다. 반면 서울고법 2011. 4. 13. 선 고 2009나111823 판결에서는 원고가 저작물이라 주장하는 ‘삼베 문양’에 관해 법원은, 선을 상하 및 좌우로 교 차시켜 삼베의 질감을 묘사하는 기법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닌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그 침해주장을 배척하였다. |
그러나 산업디자인의 저작물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대법원 판결도 있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컨대, 서체도안(글꼴), 즉 ‘한 벌의 문자·숫자 등에 관한 창작적인 형태의 디자인’이 심미감을 형성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서체도 안 부분 참조), 대법원은 문제되는 서체도안의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의 본 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독립되어 별도로 감상의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적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서체도안은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 다.93) 또한 직물도안이 응용미술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문제로 된 사건에서(직물도안 부분 참조), 응용미술에 해당되는 도안에 대해서 디자인보호법 외 에 저작권법에 의한 중첩적 보호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게 되면 신규성 요건이나 등 록 요건, 단기의 존속기간 등 디자인보호법의 여러 가지 제한 규정의 취지가 몰각 된다고 전제하고 대법원은 산업상의 대량생산에 이용할 목적으로 창작된 직물도안 은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94)
| 93)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 94) 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도3266 판결. |
국제조약을 보면 ‘문예저작물의 보호에 관한 베른협약’95)은 보호기간에 관하 여 일반 저작물의 경우 저작자 사후 50년이나 사진저작물이나 응용미술저작물의 경우에는 디자인권과의 조화의 견지에서 저작물 제작 시로부터 25년 이상의 보호 기간이 주어지면 충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세계저작권조약(UCC)은 일반 저작 물이 저작자 사후 25년 이상임에 반해서 응용미술저작물은 10년 이상이면 족한 것 으로 하고 있다. 입법례를 보면, 완전히 중복적으로 보호하는 프랑스, 중복 보호를 엄격히 제한하는 독일, 디자인을 저작권, 미등록 디자인권, 등록디자인권으로 구분하여 보호함으로써 중복보호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는 영국 등의 다양한 입법례가 있다.
| 95) Bern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 1996. 8. 17. 비준 다자조약 제1349호. |
(B) 직물도안
직물도안(textile design)은 직물의 생산에 이용된 도안으로서, 직물의 생산을 위해서 별도로 창작된 도안도 있지만 기존의 미술저작물을 복제해서 직물의 생산 에 이용하게 된 도안도 포함한다. 직물도안은 소위 응용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디자인보호법에 의한 보호는 실무상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응용미술저작 물 부분 참조). 특히 직물도안 등의 응용미술저작물에 대해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와 디자인보호법에 의한 보호가 중복적으로 부여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 찬반의 논 의가 많이 제기되었는데, 대법원은 디자인보호법과의 조화를 위해서 저작권법에 의 한 중복적 보호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 사실상의 입법적 해석을 한 바 있다. 즉, 직물도안 등의 응용미술품에 대하여 디자인보호법 외에 저작권법에 의한 중첩적 보호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게 되면 신규성 요건이나 등록 요건, 단기의 존속기간 등 디자인보호법의 여러 가지 제한 규정의 취지가 몰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응용미술저작물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디자인보호법에 의한 보호로써 충분하고 저작권법에 의한 중복적 보호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직물도안에 대한 저작권법적 보호는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었다.96)
| 96) 위 94도3266 판결. |
그러나 저작권법 어디에도 디자인보호법과의 조화를 위하여 저작물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는 현행법 하에서 응용미술저작물에 대해서는 디자인보호법에 의한 보호로써 충분하기 때문에 직물도안은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응용미술저작물을 저작물로 명시하고 있는 저작권법규정을 사문화시키는 입법적 해석에 해당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동일한 한복을 반복적으로 제작하는 데 이용되는 한복문양97)이라거나 롯데월드를 상징하는 너구리도안98) 등의 산업디자인이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판시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비교해 보면 직물도안에 관해서 예술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극히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직물도안에 관한 저작권법적 보호를 부인하는 대법원판결이 내려짐에 따라서 직물도안 등에 관한 디자인등록출원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1997년 8월 22일에 당시 의장법이 개정되어 의복, 침구·마루깔개·커튼 등, 사무용지제품·인쇄물 등, 포장지·포장용용기 등 및 직물지·판·끈 등(구 의장법 제9조 6항, 구 의장법시행규칙 제9조 3항)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의장무심사등록제도(현행 디자인일부심사등록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일부심사등록 부분 참조). 또한 2000년 1월 12일에는 저작권법이 개정되어 응용미술저작물이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고 그 개념을 명확히 하게 되었다. 대법원도 전통문양을 반복해서 만든 직물도안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하급심판결을 파기하면서 “그 도안이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separability)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 바 있다.99)
| 97) 위 91다1642 판결. 98) 위 92다31309 판결. 99) 소위 히딩크 넥타이 도안에 관한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도7572 판결. 따라서 직물도안의 저작물성을 부 인한 대법원 1996. 2. 23. 선고 94도3266 판결은 현행법의 해석상 그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C) 서체도안
서체도안(書體圖案, typeface)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일관성 있는 디자인 요소들을 반 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서로 통일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진 한 벌의 문자들, 숫자들 또는 기타 상징적인 기호들에 대하여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을 한 것을 의미하는데 글자 꼴, 글꼴, 활자체, 서체자형 등으로도 불린다. 서체도안의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적용되 는 이런 반복적인 요소들의 상이함에 의해 서체도안들은 서로 구별될 수 있게 된다. 견 해에 따라서는 자체와 서체를 구분하여 자체는 문자를 이루는 기본적인 골격, 즉 한자 에서의 점·횡·종·곡자 등에 의하여 구성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서체는 자체를 기초 로 문자를 표현하는 양식·특징·경향 등이 일관되게 형성된 것, 즉 한자에서의 행서, 초서 및 활자에서의 명조, 고딕, 이탤릭체, 로마체 등이라 하고 있다. 이러한 서체는 실 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서 주로 미적 감각의 대상이 되는 서예와는 구별된다.
서예(Calligraphy)가 서예가의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저작물이라 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100) 서체도안이 저작권법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는 저작물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서체도안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학문 또는 예술에 관한 사상 또는 감정의 창작적 표현물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이러한 저작물의 하나로 응용미술저작물을 예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서체도안이 응용미 술저작물로 저작권법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다고 일응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 100) 대법원 1998. 1. 26. 선고 97다49565 판결. |
그러나 대법원은 서체도안은 일부 창작성이 포함되어 있고 문자의 실용성에 부수하여 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은 인정되나 그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의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별도로 감상의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 적 존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어서 그 자체가 예술에 관한 사상 또는 감정 의 창작적 표현물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보이므로 이를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인 저작물 내지는 미술저작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101) 또한 대 법원은 저작권법의 규정 가운데 서체도안에 대하여 적용하기 곤란하거나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예상되는 규정이 다수 있다고 지적(예컨대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이나 동일성유지권을 서체도안에 대하여 엄격하게 적용하기는 어 렵고, 저작재산권 중 공연권, 전시권 및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규정들은 서체도안의 경 우를 상정하지 아니하고 제정된 것으로 봄)하는 입장과 같은 취지에서 우리 하급심 법 원은 서체도안의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인정하게 되면 종래의 문화유산으로서 만인 공유의 대상이 되고, 의사, 사상, 감정 등의 전달, 표현 등의 기본적 수단인 글자 내지 문자의 사용에 관하여 지나친 제약을 가하는 결과가 되어 결과적으로는 서체도안의 창작자에게 일종의 문자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어 이는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권법의 입법 취지에 오히려 반하게 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102) 우리와 법제도가 유사한 일본에서도 서체의 저작물성을 부인한 판결이 있으나103) 일본 저작권법은 응용미술이 미술저작물에 해당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에 반해서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응용미술이 미술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서체와 같이 실용적인 산업디자인이 바로 그러한 응용미술에 해당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법원의 판결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저작인격권이나 저작권의 제한에 관한 기존의 저작권법 규정이 서체와 같은 저작물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련된 것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있는 듯하나 저작권법규정이 다양한 저작물에 대해서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서체와 같은 저작물의 경우에는 저작권자가 일반 소비자들의 서체사용에 필요한 한도에서 묵시적으로 이용허락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성명표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저작권자가 성명표시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성명표시권의 소극적 행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판결은 서체의 저작물성을 부인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 101)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 102) 위 94누5632 판결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1994. 4. 6. 선고 93구25075 판결. 103) 大阪地裁 平成9. 6. 24 平5(ワ)第2580號(본소), 平5(ワ)第9208號(반소) 판결에서, 대판지재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저작권침해)와 예비적 청구(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판고재도 원고의 청구를 모 두 기각했고 상고심 최고재도 상고를 기각했다. |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 나온 하급심판결 가운데 서체도안을 컴퓨터 화면이나 프린터로 출력하기 위한 프로그램, 즉 폰트(font) 프로그램은 ‘글자의 외곽선정보를 벡터화된 수치 내지는 함수로 구성된 폰트데이터에 따라서 출력기종에 맞게 변환하여 출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으로서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저작권이 보호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고 대법원도 폰트 프로그램의 저작물성 및 보호가능성을 인정한 바 있다.104) 이러한 판례는 서체도안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보호함으로써 서체도안의 저작권법적 보호를 간접적으로 부여한 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 내려진 하급심 판례105) 는 서체도안의 저작권법상 보호가능성에 관해 저작권법상 미술저작물로서는 보호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상의 컴퓨터프로그램저 작물로서는 보호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대법원 선례들의 모순된 입장을 하나의 판결에서 모두 수용하고 있다.
| 104)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1997. 11. 28. 선고 95가합11403 판결, 서울지방법원 1998. 2. 24. 선고 97노1316 판 결. 흥미로운 사실은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도1935 판결도 서체프로그램이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회사 영업의 일부를 인수받는 식으로 분리·독립하기로 한 사람은 그 회사 소유의 서체프로그램을 복제·사용·판매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는 점이고, 대법원 2001. 5. 15. 선고 98도732 판결 및 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은 폰트프로그램이 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음 을 정면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사한 취지의 미국 판례로는 Adobe Systems Inc. v. Southern Software Inc., 45 U.S.P.Q.2d 1827 (N.D. Cal. 1998). 105)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24. 선고 2011가합17576 판결(서울고법 2011나77155호로 진행 중 2012. 1. 13. 조정 성립). 여기서는 원고가 개발한 서체를 피고들이 귀금속 판매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상에서 활용한 행위가 저작권침해인지 문제되었다. |
그러나 Font 프로그램의 주된 구성요소는 서체에 관한 좌푯값과 글자의 윤곽 선을 그려주기 위한 명령으로서106) 이는 서체도안에 관한 수치화된 정보 그 자체 에 불과한 것으로 아이디어·표현 2분법에 따르면 보호될 수 없는 성질의 정보에 불 과한 것이고, Font 프로그램도 프로그래머의 창작적인 노력에 의해서 제작되는 것 이라기보다는 서체도안 원도를 스캐너로 읽어 디지털화한 후 그 서체디지털이미지 를 Fonto-Grapher 등의 서체파일제작프로그램으로 다소의 수정·보완을 한 후에 그래픽기능을 가진 프로그래밍언어의 일종인 Post Script 언어 등의 파일 형태로 저장·완성하는 기계적인 작업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체도안 원도가 동일하면 그에 관한 서체프로그램도 동일·유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 제점이 제기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체프로그램의 창작성은 서체도안 원도 자체의 창작성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서체프로그램의 저작권법적 보호보다는 서체도안 자체의 저작권법적 보호를 정면으로 인정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이론 구성이 아닌 가 생각된다. 우리 대법원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을 부인하였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입법례107)는 서체도안이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점을 당연한 전제로 규정 하면서 서체도안에 대한 저작권 보호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몇 가지 저작권제한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서체도안의 보호에 관한 국제조약으로는 ‘타이프페 이스의 보호 및 그 국제기탁에 관한 비엔나 조약’108)이 있으나 아직 비준국이 프랑 스와 독일에 불과하여 발효되고 있지는 않다.
| 106) 여기에서 좌푯값 또는 좌표수치라고 함은 예컨대 가로·세로 1,000×1,000으로 정의한 좌표축 상의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등의 각 점의 위치 값을 뜻하고, 윤곽선을 그린다고 하는 것은 당해 각 점들을 이동시키거나 직선으로 연결하거나 또는 일정한 곡각률에 의한 곡선으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107) 「디자인의 법적 보호에 관한 1998년 10월 13일의 유럽공동체 지침」 및 「디자인에 관한 2001년 12월 12일의 유럽공동체 규칙」은 ‘물품’의 개념 가운데 공업적 또는 수공업적 물품뿐만 아니라 그 구성부품, 포장, 그래픽심 벌 및 타이프페이스 등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내용을 가장 먼저 국내법으로 수용한 영국 디자인법 (CDPA)은 타이프페이스·컴퓨터나 테스크톱 모니터상의 아이콘·Logo 상표도 등록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 다. 또한 미국의 특허상표청은 ‘아이콘의 보호에 관한 가이드라인’(1995. 10. 5.)에 의해 ‘Type Font’도 디자인 특허를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08) The Vienna Agreement for the Protection of Typefaces and Their International Deposit (1973). |
(D) 캐릭터(Character)
넓은 의미의 캐릭터(Character)는 소설, 만화, 영화 등에 등장하는 가공 또는 실존의 인물, 동물, 로봇, 외계인, 또는 기타의 도형의 명칭, 외형, 성격, 형태, 목소 리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고, 좁은 의미로는 가공 또는 실존의 인물, 동 물 등의 명칭과 형상을 뜻하는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실존의 인물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게 되면 재산적 가치를 가진 초상권의 보호 또는 소위 영미법상 퍼블리시티(publicity)권에 의한 보호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되고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법적 보호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실존하지 않지만 소설, 만화, 영화 등에 의해서 창작되어 당해 작품 속에 존재하는 가공의 캐릭터, 예컨대 미키마우스와 같은 가공캐릭터(fictional character)가 당해 작품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상품에 부착하거나 응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캐릭터상품화(character merchandising)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 그 재산적 가치가 있다.109)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 제정된 특별법으로는 ‘각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각 경기대회 휘장· 마스코트 또는 이와 유사한 것으로 각 경기대회를 상징하는 것을 상품 등에 표시· 광고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각 조직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된 바 있는 구 서울아시아경기대회·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지원법 제14 조가 있다.
| 109) 예컨대 닌자거북이 캐릭터의 상품화를 인정한 사례로 서울고등법원 1992. 12. 23. 선고 92나15668 판결 참조. |
캐릭터의 저작권법적 보호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어문캐릭터와 도형캐릭터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소설과 같은 어문저작물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기타의 인상적인 등장인물, 즉 어문캐릭터(literary character)가 저작권법에 의해서 어느 정도로 보호되는가 하는 문제는 캐릭터의 보호범위에 있어서 아주 흥미로운 소재가 된다. 어문캐릭터가 등장인물의 명칭을 의미하는 한도에서는 제호에 대한 보호와 마찬가지로 그 저작권법적 보호가 부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문캐릭터가 등장인물의 역할과 이미지를 의미하는 한도에서는 그러한 어문캐릭터가 어느 정도로 구체화된 표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따라서 제한적으로나마 보호될 수 있는 여지도 있을 것이다.110)
| 110) 종국적으로 어문캐릭터의 보호를 부인했지만 어문저작물에서의 캐릭터의 보호가능성을 다룬 미국 사례로 Nichols v. Universal Pictures Corp., 45 F.2d 119 (2d Cir. 1930), cert. denied, 282 U.S. 902 (1931) 참조. 이 사건에서 Learned Hand 판사는 캐릭터가 ‘뚜렷하게 묘사(distinctly delineated)’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캐 릭터를 보호할지 여부를 정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따라서 캐릭터의 개발이 덜 이루어질수록 보호받을 여지 도 줄어든다고 판시하였다. 위 기준은 ‘Sam Spade’ 사건으로 알려진 Warner Bros. Pictures, Inc., v. Columbia Broadcasting System, Inc. 사건에서 제시한 ‘story being told(스토리 자체)’ 기준, 즉 캐릭터가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데 있어 게임의 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 자체를 이룰 정도로 세밀히 묘사되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대치되었다[216 F.2d 945 (9th Cir. 1954), cer denied, 348 U.S. 971 (1955). |
어문캐릭터의 저작권법적 보호에 있어서는 ‘저작권법에 의해서 보호받을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된 캐릭터(well-developed character)’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어려운 문제로 제기되는 데 반해서 그림으로 된 캐릭터, 즉 도형캐릭터(pictorial character)는 이미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용이하게 저작권법적 보호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도형캐릭터가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음을 인정한 미국 사례는 다수 있고, 예컨대 무대 공연 시 등장인물의 모습이 만화의 주인공과 실질적 으로 유사하다고 보아서 저작권침해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111) 다만 도형캐릭터의 경우에도 그러한 캐릭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소설이나 만화 등 저작물과는 별도로 당해 캐릭터가 독자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그 보호범위의 판단과 관련 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해 준다. 캐릭터가 만화 등 저작물과는 별도로 그 자체로서 의 생명력을 갖고 그 자체가 상품과도 물리적·개념적으로 분리되는 독립한 예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캐릭터가 독립된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112) 그러나 소위 오리지널 캐릭터113) 이외의 캐릭터는 그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나 영화 저작물의 일부로 보호되면 충분하다고 보아 캐릭터의 독자적인 저작물성을 부인하는 견해도 있다.114) 캐릭터의 저작물성은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이 아니라 표 현의 구체성과 창작성이 보호받을 만한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 해야 할 것이다.115)
| 111) Detective Comics, Inc. v. Bruns Publications, 111 F.2d 432 (2d Cir. 1940). 112) 서울고법 1999. 12. 21. 선고 99나23521 판결. 113) 만화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창작된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응용미술 분야에서 형상화하여 상품화 에 이용하는 캐릭터를 디자인 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캐릭터(original character)’라고 부르고 있다. 114) 예컨대, 일본 最高裁 平成9. 7. 17 平4(オ)第1443號 판결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캐릭터라 함은 만화의 구체 적 표현에서 승화된 등장인물의 인격이라 할 수 있는 추상적 개념으로서 … 그 자체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만화를 떠나 위 등장인물의 소위 캐릭터를 저작물이라 할 수 없다’고 판 시한 바 있다. 115) 서울고등법원 1999. 12. 21. 선고 99나23521 판결은 “캐릭터가 그 자체로서의 생명력을 갖는 독립된 저작물로 인정될 경우 그 내용에 따라 어문저작물 또는 미술저작물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
캐릭터도형을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에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선전하고 홍보하는 효과는 커지게 되기 때문에 상표의 그러한 광고효과로 인해서 캐릭터도 형이 상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캐릭터도형을 상표로 등록한 경우에 상표권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해 도형이 주지 또는 저명 상표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타인에 의한 동일·유사상표의 등록을 저 지할 수 있을 것이다(상표법 제34조). 설사 타인이 동일한 캐릭터도형을 자신의 상 표로 먼저 등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상표등록 및 사용행위가 당해 캐릭터도형 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물과 상표는 배타적· 택일적인 관계에 있지 않고 상표법상 상표로 등록된 도형 등이라도 저작권법의 저 작물로서의 보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116)
| 116)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다76829 판결. |
또한 캐릭터가 상표등록 등의 상표법상 보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타인의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상품주체 또는 영업주체에 관하여 소비자 의 혼동을 초래하는 경우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미키마우스에 관한 분쟁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상 혼동초래행위의 범위를 해석함에 있어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하는 표지’라는 개념을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문제된 미키마우스 도형의 이용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혼동초래행위의 개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된 바 있다. 즉, 캐릭터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객흡인력 때문에 이를 상품에 이용하는 상품화(이른바 character merchandising)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고 상표처럼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것을 그 본질적인 기능으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캐릭터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품화된 경우에 곧바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로 되거나 그러한 표지로서도 널리 알려진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대법원은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 자체는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미키마우스의 상품화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선전, 광고 및 품질관리 등으로 그 캐릭터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상품표지이거나 위 상품화권자와 그로부터 상품화 계약에 따라 캐릭터 사용허락을 받은 사용권자 등 그 캐릭터에 관한 상품화 사업을 영위하는 집단(group)의 상품표지로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117)
| 117) 대법원 1996. 9. 6. 선고 96도139 판결. |
마. 건축저작물
저작권법은 건축저작물(architectural works)이라고 하는 별도의 저작물을 예시하고 있는 바, 이는 3차원적인 건축물 자체와 건축을 위한 모형 및 2차원적인 설계도서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술저작물과 동일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시권이 부여되고 저작인격권과 저작권의 제한에 관한 공통적인 예외가 인정된다(전시권, 공표권, 저작권의 제한 부분 참조).118) 건축저작물에 관한 규정이 특별히 의미를 가지는 바가 있다면 3차원적인 건축물과 2차원적인 설계도서가 모두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타인의 설계도서를 훔쳐보고 그에 따른 건축물을 축조하는 행위가 설계도서에 관한 저작권침해에 해당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주의할 점은 그렇게 건축물이 축조되었더라도 설계도서의 창작적 부분이 아닌 기능적 부분만을 따온 상황이라면 적어도 저작권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119) 원고 작성의 건축설계 도면에 터잡아 피고가 건물을 시공한 행위가 저작권침해인지에 관해 법원이 최근 부정한 사례120)가 좋은 예이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자신의 기술력과 수많은 현 장경험을 이용하여 ‘웨이트가 없는 윈치 방식의 배튼’과 ‘캠롤러를 이용한 시저암리 프트 방식의 침하무대’ 등 원고의 독창적인 기술력이 구현된 설계도면을 작성하였다 고 주장하면서 그 설계도면의 저작물성을 들어 그에 터잡아 건물을 시공한 피고 ‘예술의 전당’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다투었다. 하지만, 법원은 ‘기술 사상의 내용 자체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그 기술 사상에 관한 노력의 투입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배척하고 있 다.121)
| 118) 저작권법 제11조 3항, 제19조, 제35조. 119) 대법원 2020.4.29. 선고 2019도9601판결에 의하면, 강릉 테라로사카페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곡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 건축물 정면 전체가 유리로 구성된 점 등이 창작적 표현에 해당되는데, 피고 커피 레 (Coffee Leh)의 건축물이 테라로사 건축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해서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도 카페건물의 아이디어만 모방한 것인지 표현까지 모방한 것인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피고 건축사는 나름대로 창작적인 노력을 기 울였는데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건축설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120) 서울중앙지판 2011. 9. 23, 2009가합84030. 121) 그 외 건축설계도면의 저작물성을 부정한 사례로는 서울중앙지판 2011. 3. 25, 2010가합80614. |
바. 사진저작물
(A) 개 설
사진저작물이라 함은 사진 및 이와 유사한 제작방법으로 작성된 것을 말하는 것으 로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하나로 예시하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은 사진작가가 촬영 한 사진이든 초보자가 특정 사실을 기록하기 위하여 촬영한 사진이든 그 종류를 불문하 고 모든 사진을 저작물로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다만 타인의 예술적 저작물을 그대로 사진기로 촬영하여 만든 사진작품은 당해 예술적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여 만들어진 2차적저작물의 관계에 있게 된다.
저작권법은 미술저작물 및 건축저작물과 함께 사진저작물에 대하여 몇 가지 예외를 규정해 두고 있다. 예컨대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당해 양수인에게 원작품의 전시방법에 의한 저작물의 공표를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여 저작자의 공표권이라 하는 저작인격권을 제한하고 있다(저작권법 제11조 3항). 또한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의 소유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그 사진저작물 원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다만 가로·공원·건축물의 외벽 그 밖의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 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저작권법 제35조 1항). 또한 인물사진의 경우에는 사진의 대상이 된 사람의 초상권도 보호해 줄 필요 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저작권법은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 의 경우에는 당해 위탁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35조 4항). 따라서 사진점 주인이 사진에 대해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고객의 얼굴이나 전신이 촬영된 사진을 고객의 허락 없이 전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사진은 대부분의 경우에 전체로서만 의미를 가지고 그 일부만으로는 그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인의 사진을 인용하는 경우에 어떻게 인용하는 것이 정당한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인용하는 것인지 문제되는데 인용하고자 하는 사진(피인용저작물)이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종된 지위에 있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인용의 목적을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122) 광고의 목적으로 상품에 관한 사진을 인용·게재하는 것도 공정한 인용이라고 볼 수 없고 그러한 인용을 금지하는 것이 저작권남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하면서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사례도 있다.123)
| 122) 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123) 서울지방법원 1997. 10. 1.자 97카합2513 결정. |
사진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19세기 중엽에는 사진의 저작물성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던 바, 사진이 본래 사진기라고 하는 기계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만들어지는 것인데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이 촬영의 구도를 정하고 배경화면을 장식하거나 정리하고 빛과 그림자를 잘 활용함으로써 그 사진을 일정한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베른협약124)을 체결하기 위한 1885년 외교회의에서도 사진의 저작물성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특정 회원국이 사진에 대하여 예술적 저작물로서의 성질을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당해 회원국은 사진에 대하여 베른협약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도 당해 회원국의 국내법에 의한 보호 이상의 보호를 해 주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한다고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했을 뿐이다. 그 다음해에 정식으로 성립된 베른협약은 1885년 외교회의에서 합의된 바를 반영하여 특정 회원국이 사진을 예술저작물의 하나로 보호하거나 특별법에 의하여 보호하는 경우에는 당해 회원국은 그러한 사진저작물에 대하여 내국민대우의 원칙에 따른 보호를 해야 하지만, 저작권법적 보호 또는 특별법적 보호의 존속기간은 상호주의의 원칙에 의한다고 규정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이루어진 조약개정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1948년의 브뤼셀 개정에 와서야 사진저작물이 정식으로 문예저작물의 하나로 규정되게 되었다. 다만 브뤼셀 개정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진이 저작권법적 보호를 받을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보호대상인 사진의 개념이 불분명한 상태로 남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사진저작물도 통상의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창작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1967년 스톡홀름 개정에서는 사진저작물의 보호기간을 최소한 25년으로 하여야 함을 처음으로 규정하게 되었다. 참고로 독일 저작권법은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사진은 통상의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사후 70년까지 보호를 받지만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한 기록적 사진은 발행 후 50년 동안만 보호를 받게 된다.125) 이와 같이 독일은 사진이라고 하는 새로운 정보기술의 등장을 계기로 예술성의 정도가 상이한 경우 배타적 지배의 범위와 정도에 차이를 두어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보호대상이 구별되는 입법례를 만들게 되었다.
| 124) Bern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 125) 독일 저작권법 제72조. |
(B) 기능적 저작물인 사진의 경우
사진의 촬영 목적 및 용도에 따라서는 사진이 기능적 저작물(機能的 著作物)의 일종에 해당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가령 관광지 안내용 사진이나 의료광고용 사진 과 같이, 정확하고 명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실용적 목적만을 위하여 혹은 그런 목적을 아울러 가지고 촬영된 사진의 경우 어떻게 위와 같은 판단을 할 것인가? 이 때라면 예술적인 표현에만 저작권법의 보호가 미칠 뿐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에 관한 부분에는 그러하지 아니함은 물론이다. 사진이 저작권 부여를 받기 위한 요건 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2001년의 선례를 통하여126)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 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 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 고 판시한 바 있다. 이것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100여 년 전 내린 판결127)의 내용 과 상당히 흡사한 것으로, 사진의 창작성 유무를 판단하는 데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궁극적인 기준이 되어 왔다. 하지만 위와 같은 판시의 내용은 보기에 따라 아주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에 불과하므로 구체적인 사진을 두고서는 과 연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아주 모호할 수 있다.
| 126) 대판 2001. 5. 8, 98다43366(세칭 남부햄 판결). 127) Burrow-Giles Lithographic Co. v. Sarony, 111 U.S. 53 (1884). |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고주파 수술기를 이용하여 치핵절제시술을 하는 과정을 촬영한 당해 사진의 창작성 유무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수술 장면 및 환자의 환부 모습과 치료 경과 등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실용적 목적을 위하여 사진 모두가 촬영 대상을 중앙 부분에 위치시킨 채 근접한 상태에서 촬영한 것임을 들어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128) 또 다른 최신 하급심 판례129) 에서도 ‘눈밑 트임’ 등 각종 성형시술로 원고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의 눈 부위만을 확대 촬영한 시술 전후의 비교사진들에 관하여 ‘해당 환자들의 개별적 눈 모양에 따른 시술 결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사건 사진(들)의 유용한 효과가 된다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유용한 효과 자체가 편집자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라(고 하기 어렵고) 성형 시술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일련의 사진들을 편집하는 자라면 누구나 시술 전의 사진과 시술 후의 사진을 선택하여 두 사진이 비교 가능하도록 좌우 또는 상하로 근접 배치하여 편집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사진(들)에 나타난 … 배열, 구성에 편집자의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저작물성을 부정하고 있다.
| 128) 대판 2010. 12. 23, 2008다44542. 129) 서울중앙지판 2011. 7. 19, 2011가합3027 (서울고법 2011나68373호로 진행 중 항소취하). 한편 서울중앙지판 2007. 6. 21, 2007가합16095에서도 모발이식 수술사진에 관해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 |
반면 다른 하급심 판례130)는 여행업을 하는 원고가 동남아 각지의 관광명소를 직접 방문하여 관광지 안내용 사진을 제작함에 있어 가령 촬영장면이 욕실인 경우 욕조 내부에 꽃잎을 뿌려놓거나 욕실 내부에 장식품을 배치하는 방법을 취하여 촬영자 자신만의 개성과 창조성을 반영하였다면 해당 사진이 창작성 있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았다.131) 위와 같이 관광지 안내용 사진과 의료광고용 사진의 창작성 유무에 관해 반대결론이 내려진 것은 비록 양자의 사진 모두 기능적 목적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공통되더라도 전자 사진의 경우 후자 사진의 경우보다 아무래도 촬영자 자신만의 촬영방법을 선택하여 그 대상을 달리 표현할 여지가 더 크다는 점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 130) 서울중앙지판 2011. 9. 7, 2010가합53476 (확정). 이 사건과 바로 아래 각주의 2011나3712 판결 모두, 여행업 을 경쟁적으로 영위하던 피고 측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당 사진들을 무단으로 게재한 사안이었다. 131) 이와 유사하게 몰디브 리조트 안내용 사진의 저작물성을 긍정한 사례로는 서울서부지판 2011. 9. 22, 2011나 3712, 2011나3729(병합, 각 확정). |
사. 영상저작물
영상저작물(cinematographic works)이란 ‘연속적인 영상(음의 수반 여부는 가리지 아니한다)이 수록된 창작물로서 그 영상을 기계 또는 전자장치에 의하여 재생하여 볼 수 있거나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에디슨이 활동사진기술을 발명하고 영화가 등장하면서 처음에는 소설 등에 관한 기존의 저작권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어서 극본으로 각색하는 사람이나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다수의 침해자에 대한 구제보다는 충분한 책임재산을 보유한 영화제작자가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침해방조를 한 것으로 보는 판례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 후 막대한 자본의 투입이 요구되는 영화 자체의 창작 촉진이 문제됨에 따라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법적 보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관련된 다수 당사자 간의 권리관계를 규정하는 입법례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사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영상물의 저작권법적 보호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고 현재도 그에 관한 입법례, 특히 영화필름의 저작권 또는 저작인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예컨대 독일 저작권법은 영화감독 등 다수의 저작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해 주면서 동시에 영상제작자에게 50년의 존속기간으로 된 저작인접권을 부여하고 있고 영국 저작권법은 저작인접권이라고 하는 별도의 개념 자체가 없지만 영상물을 음반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은 우선 저작물의 영상화에 관한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소설, 각본 등 영상저작물의 기초가 되는 원저작물의 지식재 산권자가 저작물의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한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① 영상저작물을 제작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각색하는 것 ② 공개상영·방송·전송을 목적으로 한 영상저작물을 공개상영·방송·전송하는 것 ③ 영상저작물을 그 본래의 목적으로 복제·배포하는 것 ④ 영상저작물의 번역물을 그 영상저작물과 같은 방법으 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여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99조 1항). 저작물의 영상화에 관한 저작권법 규정은 영상화를 둘러싼 권리관계를 적절히 규율하여 영상저작물의 원활한 이용과 유통을 도모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영상화’에는 영화의 주제곡이나 배경음악과 같이 음악저작물을 각색해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별한 변형 없이 사용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 이 타당하다.132)
| 132)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4다202110 판결. |
저작권법은 이와 같은 원저작물의 저작권자 이외에도 프로듀서, 촬영감독, 미 술감독 등과 같이 직접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참여하는 자들을 위하여도 영상저작 물에 관한 특칙을 두고 있지만(저작권법 제100조, 제101조), 그 저작자가 누구인지 저작권자들의 내부관계 또는 영상제작자의 권리가 저작인접권인지 저작권인지 등 의 문제를 명료하게 규정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우리 저작권법은 영상저작물 자체 의 저작자가 누구인가에 대하여 아무런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작 권법 제2조 2호의 기본원칙에 따라서 영상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그 저작자로 되는 바, 프로듀서, 촬영감독, 미술감독, 영상제작자 등이 영상저작물의 창작에 어느 정 도로 기여했는가에 따라서 저작자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우리 저작권법 제100조는 그 저작권 가운데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 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하며, 이 경우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는 권리는 제99조 1항에 열거된 내용과 제101조의 규정을 볼 때, 영상저작물을 복제·배포·공개상영 또 는 방송·전송 그 밖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아닌 실연자의 권리 가운데는 특약이 없는 한 실연을 복제 할 권리 및 실연방송권, 실연전송권이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제작자가 가지는 복제권은 영화관에서의 상영을 목적으로 한 영화의 복제뿐만 아니라 비디오테이프로의 복제까지도 포함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그 영상의 일부만을 발췌하여 별도의 CD나 LD로 제작하는 것은 새로운 영상저작물을 제작하는 것에 해당되는 한 당연히 영상제작자의 복제권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133) 영상제작자에게 이와 같이 복제권 등이 귀속되기 때문에 설사 영화감독 등이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저작인격권과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의 제한된 저작권만을 가지게 된다.134) 또한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어문저작물 등의 통상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보다 짧은 존속기간 동안만 보호되는 바, 영상저작물을 공표한 때로부터 70년으로 규정되어 있다(저작권법 제42조).
| 133) 대법원 1997. 6. 10. 선고 96도2856 판결. 134) 그러나 이러한 특칙규정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의 저작권자는 그 원저작자인 만화작가이므로 영상제작자는 상 품화권만을 가질 뿐이고, 따라서 저작권침해에 대한 고소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판시한 하급심판결도 있는데(서 울형사지방법원 1994. 11. 29. 선고 94노3573 판결), 이는 영상제작자의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
아. 도형저작물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 등도 저작물로 보호된다. 지도나 설계도와 같은 도형저작물은 그 기능이나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되지만 그러한 기능이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데 다양한 표현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표현을 모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한 경우에 창작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도상의 자연적 사실 또는 지리적 정보 그 자체는 특정인이 독점할 수 있는 사실이나 정보에 해당되고 오직 그러한 사실이나 정보를 창작적으로 표현한 부분에 한해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상당수의 관광지도에서처럼 자연적 사실이나 지리적 정보를 미술적으로 표현한 경우에는 그 지도가 도형저작물일 뿐만 아니라 미술저작물에도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설계도가 건축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도형저작물일 뿐만 아니라 건축저작물에도 해당될 수 있다.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아이디어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이기 때문에 그 기능 또는 아이디어가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에 의해서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그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제한적으로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135) 예컨대, 지도상 산·하천·철도·도로 등에 관한 표현방식은 미리 약속된 특정의 기호를 사용해야 하고 기계설계도는 당해 기술분야의 상식이나 사실상의 규격에 엄격히 구속되기 때문에 그 표현의 다양성이나 창작적 표현에 커다란 한 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성이나 창작적 표현에 한계가 있는 만큼 도형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의 보호범위도 좁게 인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도형저작물 의 경우에는 완전히 똑같이 복사했거나 그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표절의 경우에 한하여 침해가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도형저작물은 이와 같이 좁은 범위 에서만 보호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도형저작물을 토대로 제작한 기계 또는 기타 의 3차원적 작품이 그 도형저작물의 복제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다. 건축설계도에 따라 시공해서 완성된 건축물이 그 설계도의 복제물에 해당된다 고 볼 수 있는 건축저작물과 크게 대비된다.
| 135)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은 기능적 저작물의 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지하철 통신설비 중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제안서도면’의 저작물성 자체를 부인한 바 있는데, 과연 저작물성을 부인할 만큼 전혀 창작적 요소가 없다고 볼 것인지는 의문시된다. 마찬가지로,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4848 판결도 ‘실링 휘팅, 케이블그랜더, 500와트 더블항공장해 등의 제품도면'은 위 제품들의 구조, 규격, 기능 등을 당해 기술분야 의 통상적인 기술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표현방법, 도면작성방법에 따라 표현된 것으로서 누가 작성하더라도 달리 표현될 여지가 거의 없고, 설령 작성자에 따라서 다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도면에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으나, 형사사건임을 고려하여 법원이 저작권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의문이 있다. |
자.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이 포함된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법적 보호가 부여될 수도 있으나, 컴퓨터관련발명의 핵심이 수학적 연산과정이나 정신적 수순(mental steps)으로 구성되어 있는 프로그램인 경우에는 특허발명의 개념에 해당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제기되어서,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법적 보호에 상당한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더욱이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법적 보호는 아무런 심사와 등록136)을 거치지 아니하고 아무런 절차 없이 공표된 다음 연도부터 70년간, 창작 후 70년 이내에 공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창작된 다음 연도부터 70년간 보호하게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프로그램의 저작권법적 보호는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에 따라서 그 표현만을 보호하는데, 어디까지 프로그램의 표현으로 보아서 보호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분쟁이 제기된 바 있고, 아직도 그 구체적 보호범위에 관하여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기준이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 136) 저작권법에 따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등록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의 등록은 특허법에 규정된 특허권의 설정등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
(A) 프로그램의 저작물성
‘컴퓨터프로그램’이라 함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이하 ‘컴퓨터’라 한다)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 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말한다. 이러한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물성에 관해서는 많은 논 란이 있어 왔는데 전통적으로 문예저작물을 보호해 온 저작권법이 첨단기술의 하나인 컴퓨터프로그램도 보호할 수 있는 것인가 또는 보호해야 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 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법적 보호에 있어서, 저작권법이 다른 법보다 상대적으로 보다 간이·신속한 보호방법이고 프로그램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입각해서, 프로그램이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인 통설로 되었고 프로그램의 저작물성에 관한 논쟁을 종식하고 프로그램의 저작권법적 보호에 따른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영국,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상당수의 나라들은 저작권법을 개정해서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법적 보호를 명문화하였고 우리나라는 과거 독립된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을 운영하다가 현재 저작권법에 이를 흡수 통합한 상황이다.
저작권법은 ‘프로그램’의 종류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유형의 프로그램이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내에서 직접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뿐만 아니라 간접으로 사용되는 것도 포함되므로 실행 파일(*.exe, *.com 등)이 포함되지 않은 프로그램도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137) 우리 판례는 서체도안을 포함하고 있는 폰트(font) 프로그램도 글자의 외곽선정보를 벡터화된 수치 내지는 함수로 구성된 폰트데이터에 따라서 출력기종에 맞게 변환하여 출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으로서 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보호대상에 해당된다고 판시된 바 있다.138)
| 137) 서체프로그램은 주로 글자의 외곽선 정보 등의 폰트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러한 서체프로그램이 데이터 의 단순한 조합으로서 과연 저작물성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시된다. 예컨대 복제방지프로그램의 저작물성이 다툼의 대상으로 된 호주 사례 Autodesk Inc. v. Dyason, (1992) AIPC §90-855(The High Court of Australia)에서 문제된 복제장치는 127개의 숫자의 배열이 일치해야 프로그램이 작동되도록 구성된 장치인데, 그 저작물성은 인정되었지만 그러한 127개의 숫자의 배열 자체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된 것은 아니다. 138) 서울지방법원 1997. 11. 28. 선고 95가합11403 판결, 서울지방법원 1998. 2. 24. 선고 97노1316 판결. 그 외에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도1935 판결도 서체프로그램이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
프로그램의 원시코드(source code)는 물론 목적코드(object code)도 보호되며, 나아가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 programs)은 물론 운영체제 프로그램(operating system programs)도 포함하며 이들이 롬(ROM) 칩 속에 내장되어 있어도 무방하다. 또한 원시프로그램 또는 소스프로그램(source program)의 예로서 베이식(BASIC), 코볼(COBOL), 포트란(FORTRAN) 등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이 저작물에 해당됨은 물론이다. 이것은 어셈블러, 컴파일러, 인터프리터 등과 같은 컴퓨터언어번역프로그램에 의하여 목적프로그램 또는 오브젝트프로그램(object program)으로 변환될 수 있다. 원시프로그램은 고급언어로 쓰여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해 고급언어를 아는 사람에게는 쉽게 이해될 수 있는데, 이것은 마치 에스페란토어를 아는 사람에게 에스페란토어로 쓰인 글이 쉽게 감지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통상의 저작물과 마찬가지의 표현양식으로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139) 이에 반하여, 목적프로그램(object code)은 인간은 이해할 수 없고 컴퓨터에 의하여 직접 실행가능한 기계어로 변환된 형태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것은 사람에게 사상이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컴퓨터를 작동시키 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저작권법상 통상의 저작물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저작권법 제2조 제16호의 취지는 목적프로그램도 ‘컴퓨터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로서 이를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보호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백히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140)
| 139) 송상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관한 관견」, 대한변호사협회지 127호(1987), 대한변호사협회, 15면. 140) 송상현, 전게논문, 15면 참조. |
(B) 적용제외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프로그램에 관한 개념정의 규정과 함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요소들도 상세히 규정해 두고 있는 바, 이 점에서 영미법과는 커다란 차이점을 보여 주 고 있다. 즉, 우리 법은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위하여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언어, 규약 및 해법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저작권법 제101조의2). 이러한 적용제외 물적 적용범위에 관한 조항을 둔 취지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저작권이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됨으로써 후속개발에 지장을 줄 가능성을 제한하고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예저작 물의 경우 원저작권자가 그 개작을 금지할 경우 그 폐해는 중대하지 않지만,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첨단기술의 결정체이고 실용적인 의미에서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저작권법이 ‘아이디어, 절차, 공정, 체계, 운용방법, 개념, 원칙 및 발견행위’를 저작권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지만141) 프로그램 보호에서의 특별한 적용제외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반하여 일본의 저작권법은 우리나라 구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과 마찬가지의 적용제외 규정을 두고 있다.142) 프로그램언어·규약·해법은 보호되지 아니하므로, 예컨대 Foxbase 등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이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공통된 규약에 입각하고 있다고 해서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동일한 명령어를 컴퓨터에서 실현가능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표현 자체를 모방한 경우에는 저작권의 침해가 됨은 물론이다. 이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141) 미국 저작권법 제102조 b항. 142) 일본 저작권법 제10조 3항. |
‘프로그램규약’은 프로그램언어의 용법에 관한 특별한 약속 또는 그 사용방법을 기술한 일종의 사용설명서이다. 이에는 규칙 또는 규약으로서 프로그램과 시스템분석에 있어서 인정되고 있는 표준적인 규칙, 약어 그리고 개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약속 등 을 말한다.
‘프로그램해법’은 컴퓨터가 작동하는 순서 또는 일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논리적 처리수순이다. 이러한 처리수순 또는 지시·명령의 조합방법을 논리와 공정의 흐름으로 표시하면 플로우차트가 되어 통상의 저작물로 보호된다. 그러나 논리적 처리수순 자체는 소위 알고리듬(algorithm)으로 아이디어에 해당될 뿐이므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될 수 없다. 저작권법은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지 사상(idea)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언어와 규약도 마찬가지이지만 적용제외에 관한 법규정은 소위 ‘저작권법상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을 성문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컴퓨터프로그램의 기초가 되는 아이디어나 기본원리들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특허법리와 가장 대비된다. 이 조항에 따라 어떠한 프로그램에 반영된 논리적 처리방법(아이디어)을 기초로 다른 사람이 다른 프로그램을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저작권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반영된 아이디어와 그것의 「표현」을 구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C) 특 칙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독립된 장(제5장의2)에서 규율하면서 그 적용범위 이외에도 저작권법과 다른 몇 가지 특칙을 두고 있다. 예컨대, 프로그램의 기초를 이루는 아이디어 및 원리를 확인하기 위하여 프로그램의 기능을 조사·연구·시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저작권의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호환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행사하는 역분석(reverse engineering)이나 프로그램에 정당한 권원을 가진 사용자에 의한 복제가 저작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143) 명백히 하고 있다.
| 143) 이상은 저작권법 제101조의3 제1항 제6호, 제101조의4 및 제101조의5. |
이 가운데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법적 보호에 관하여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로 컴퓨터 프로그램의 역분석 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저작권침해인가, 아니면 적법한 행위인가, 그리고 적법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 행위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저작권의 충실한 보호 못지않게 저작권이 저작권자와 경쟁하는 경쟁업자에게 지나치게 과다한 진입 장벽으로 되는 역효과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절실하기 때문에 역분석에 관한 법규정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을 위한 효율적인 제도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프로그램과 호환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입수해서 우선 그것을 복제하고 목적 코드(object code)로 되어 있는 프로그램은 원시 코드(source code)로 바꾸어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역분석(reverse engineering)을 하게 된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프로그램의 복제와 개변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저작권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우리 저작권법은 이러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프로그램의 기초를 이루는 아이디어 및 원리를 확인하기 위하여 프로그램의 기능을 조사·연구·시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에 저작권침해의 예외로 허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더 나아가 호환성 확보에 필요한 한도에서 역분석을 저작권침해의 예외로 허용하게 된 것이다. 저작권법에 의하면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자가 호환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그 프로그램의 호환에 필요한 부분에 한하여 프로그램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프로그램코드역분석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게임기에서 작동될 수 있는 게임 또는 그와 호환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게임기와 게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역분석한 후 경쟁적인 게임을 개발한 경우에 그러한 역분석은 저작권침해로 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144)
| 144) Sega Enterprises Ltd. v. Accolade, Inc., 977 F.2d 1510 (9th Cir. 1992). |
*출처: 정상조, 박준석,『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년) 제3장 저작권법 Ⅱ. 저작물 3. 저작물의 종류